▲생일케이크또 한살, 초 갯수가 늘어난다. 나이 먹기 싫은데...
문운주
사실 생일이 싫다. 마음은 고향 뒷동산에 뛰어놀던 어린 아이인데 거울을 보니 내가 아닌 낯선 얼굴이다. 시골집에는 겨울이면 고드름이 주렁주렁 처마 끝에 매달려 있었다. 때가 더덕더덕 얼어붙어 손이 까맣게 텄다. 고드름을 입에 넣고 천방지축 뛰어놀던 그 아이의 마음이다.
한 번은 친구가 목욕탕에 갔더니 경로 할인이라면서 거스름돈을 내주어서 기분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언젠가 시내버스에서 한 학생이 "어르신 앉으십시오" 하고 자리를 양보해 주었는데, 미안하게도 고마운 게 아니라 그 '어르신' 소리가 영 거슬렸다. 나이가 먹기 싫은 탓일까.
"지금이 제일 좋은 때인데 이대로만 있었으면"이라는, 매년 되풀이 되는 아내의 안타까운 말을 들으면서 또 생일을 맞았다. 오래 살기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염라대왕이 부르거든 못 간다고 전해라'라고 당차게 이야기 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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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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