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의원(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이 국민의당과 합당을 선언한 다음 날인 26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소중한
국민의당과 합당한 천정배 의원(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은 '호남 물갈이'의 칼이 될 수 있을까.
25일 합당에 전격 합의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는 약속 다섯 개가 담긴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 중 네 번째 항목은 "우리는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한다는 것. 무소속으로 당선된 지난 4.29재보선부터 천 의원이 주장한 이른바 '뉴DJ론'이 이 항목에 녹아있다.
천 의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인 26일 곧바로 광주를 찾았다. 그는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총선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 단 한 가지만 말하라면, 그것은 뉴DJ의 (국회) 진출"이라고 말했다. 새 인물 발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내비친 셈이다.
현역 프리미엄 견제 "기계적 공정함 아닌 실질적 공정함"천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뉴DJ론은 누굴 겨냥하고 있는 걸까. 그는 4.29재보선을 치르며 "호남 막대기론"을 강력히 주창했다. '부적격자들이 제1야당의 공천만 받아 당선된다'는, '이 과정에서 호남 시민들의 선택권이 무시된다'는 게 천 의원이 강조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번 합당으로 인해, 그가 지적했던 호남 막대기론의 주인공들, 즉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당에 입당한 호남 의원들(아래, 탈당 의원)과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날 광주에 온 천 의원은 탈당 의원들과 끝까지 한 배를 탈 수 없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탈당 의원) 전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기득권이 강조됐기 때문에 좋은 정치 신인들이 진출하지 못했던 게 호남 정치의 대체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탈당 의원들을 견제할 천 의원의 생각은 "공천 시스템"에 맞춰져 있다. 합의문 네 번째 조항의 "규칙과 절차"가 이에 해당한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이든 신인이든 공정한 규칙과 절차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면 될 일"이라며 애써 객관성(?)을 유지했지만, "이는 기계적 공정함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즉 경선 과정의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제한하도록 "실질적 공정함"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레슬링 챔피언도 링에 오를 땐 챔피언 벨트를 풀어놓고 도전자와 동일한 위치에서 싸운다"는 천 의원의 말은, 경선 과정에서 현역 프리미엄(챔피언 벨트)이 제한돼야 한다는 의지를 암시한다.
천 의원은 지난 4.29재보선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문재인 대표 체제)의 '기계적 공정함'의 결과물과 맞붙어 무소속으로 이긴 전력이 있다. 때문에 기계적 경선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안철수-천정배, '호남 물갈이'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