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설문조사 후 작성하여 전달한 보고서.보충학습의 문제점을 깨닫고, 이를 고치기 위해 학생들이 발벗고 나섰습니다. 직접 설문조사를 한 후 학생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한아름
드디어 학생과 교사가 뭉쳤다. 하지만...학교 전체에 퍼진 공감과 지지에 학생들과 교사가 뭉쳤다. '보충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최적의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는 법.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한민국 대학 입시 체제를 무시할 수가 없다'고. 이런 입장들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게 현실이니까.
공부할 때, 주변 친구가 푸는 문제집을 나도 풀지 않으면, 저 친구가 공부할 때 나도 똑같이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질까 불안해한다. 학교와 학교 사이도 그렇다. 인근 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을 모든 학생이 참여하도록 한다던데, 우리 학교가 자율화를 하면 저 학교에 밀리는 게 아닐까.
저 학교는 방학 때도 모든 학생에게 밤까지 자율학습을 시킨다는데, 우리 학교는 방학 동안 5시까지만 하고 보내도 괜찮을까, 하며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게 주저하던 참에, 학생들은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학교는 특별한 학교다. 다른 인문계 학교와 우리 학교를 비교하며 맞추려고 하지 말고, 제도를 좀 더 유연하게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어디 한 번 바꿔보자
새로운 보충수업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에게 자문하고, 다른 학교의 사례를 참고하며 열심히 고민했다. 학생과 교사가 자주 만나서 보충수업의 방향을 정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렇게 12월이 되었고, 학생들이 가장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다. 형식적인 참가 신청서가 아닌, 참가와 불참의 의견을 묻는 신청서가 배부되었던 것이다. 때마침 학교 예산으로 보충수업비 100%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것을 시작으로, 보충수업에는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