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승줄 묶인 인권운동가 박래군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포승줄에 묶인 채 지난해 7월 22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남소연
- 지난해 7월 구속 당시 포승줄에 묶이지 않았나. 참혹할 만큼 표정이 안 좋더라. "연기는 아니었다(웃음). 그때는 수갑 차는 게 너무 싫더라. 금속성 수갑을 하고 밧줄에 묶이는 게 너무 싫었다.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사건 당시) 당시 영장 심사를 받으러 갈땐 사람들 앞에서 수갑차고 '와아-' 웃어보이기도 했는데. (작년 구속 땐) 기분이 더럽더라.
또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로 국민대책위 만들어 오면서 몸 관리를 못하고 살아온 거다. 종로서 유치장에 있으니 잠만 오더라. 사람이 왜 기가 빠졌다고 하지 않나. 책 보다가 잠들어 버리고... (유치장에 있는) 일주일동안 그 상태가 거듭 됐다. 참혹이라기보단 지쳐있었던 거지."
"지쳤었다"라고 말하는 그의 눈두덩 위로 피로가 잠깐 내려 앉는듯했다. 하지만 용산 참사, 쌍용차 사태, 세월호 참사 등 아직 미결로 남은 그의 과제들을 이야기할 때 박 소장의 눈은 다시 커졌다. 용산 참사의 현장 '남일당' 건물을 남기지 못한 슬픔을 토로할 때도, 참사의 책임을 요구해왔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출마 소식에 분노할 때도 그랬다(
관련 기사 : "용산 참사 해결 못해 세월호 희생 이어져").
-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7년째다. 옛 남일당 건물 자리는 주차장이었다가 이제 건물을 짓겠다고 공사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남일당 건물 터를 어떻게든 남겼어야 했는데 싶더라. 사실 그렇게 하기 위해 엄청 노력을 해왔는데, 그 터조차 없어지면 정말 사람들이 다 잊을까봐 걱정 된다. 그곳이 어떤 곳인데. 화염으로 사람을 태워죽인 곳인데. 가장 끔찍한 국가 폭력의 현장이잖아. 사람들이 죽어 내려오고나서, 356일 온갖 수모 겪으면서 그 현장을 지켜왔거든. 사람들은 누가 죽어내려왔다는 것만 기억하는데, 1년 가까이 거길 지켜낸 힘을 봤으면 좋겠다.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 이건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마지막 희망같은 거다. 이런 것들이 거기 있었다. 그런 곳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참담하다."
-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전 청장이 경주에 출마한다는 소식 봤을 거다. 용산 참사 유족들도 경주로 내려가 항의하기도 했고. 책임 당사자가 아직 반성이나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김석기 청장은) 진압 작전에도 사인하고 지시한 사람인데, 거기에 책임 없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거다. 이걸 다 밑에 사람에게 (전가) 하는 거야. 세월호 문제와 같다. 결국 말단만 책임진다. 김석기 청장은 공권력만 강조하고 사과 한 번 제대로 안 했잖아. 해결된 게 없는 일인데. 경찰 한 명이 죽은 것에 대한 책임을 철거민한테 묻는 거야. 그럼 철거민 다섯명 죽은 건 뭔가. 아무리 불법 행위를 했더라도 패죽여서는 안되잖나. 분명히 사람들이 죽었는데, 여기에 대해 아무도 책임 지지 않는 거지.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되레 국민을 지켰다고 억지를 쓰고 있으니까. 유가족 속이 썩는 거다."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복직의 길이 열렸다. 쌍차 투쟁, 잘 마무리 됐다고 보나. "마무리라고 볼 순 없다. 노동 현안 중에서도 쌍차가 각별한 건 이명박 정부 때 용산참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탄압한) 이미지가 있어서다.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끌어 특공대가 잔인하게 진압하는. 당시 수배 중일 때였는데, 다 내려가자고 했어. 아는 신부님과 목사님한테도 부탁하고. 별 수 없으니까. 정말 안타까운 거야. 저 심정이 어떨까. 안에서 단전 단수된 노동자들, 당시 한상균 쌍차지부장은 용산처럼 (진압하니)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이렇게 크구나' 느꼈다고 해.
그때 빚진 마음이 드는 거다. 용산 참사 때 제대로 (경찰 공권력 남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면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 용산에서 사과하지 않은 것처럼 쌍차에서도 마찬가지로 책임자가 사과하지 않았고. (경찰의 공권력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돼버린 거다. 그 상황이 백남기씨(사태)까지 온 거고. 용산 유가족들이 백남기씨 딸을 만나서 그때 자기들이 잘못해서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피해자가 피해자를 위로하는 게 말이 되냐고.
쌍차는 공권력이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준 적나라한 사례다. 이번에 (노노사 합의가 타결된 걸) 보면 아름다운 게 있다. 비정규직부터 복직하는 거다. 이걸 맨앞에다 내걸고 합의했다고 하더라. 비정규직 중 여섯 사람은 들어가서 정규직이 되는 거다. 하지만 쌍차 문제는 아직 안 끝났다. 기업 노조가 아닌 지금의 쌍차 노조가 회사 안에서 노조 사무실을 차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날 초대해 달라고 했어(웃음). 그러면 끝났겠다 싶다."
"곁에 있어주는 것, 함께 손잡고 같이 분노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