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의 말바꾸기?
"누리과정 협의기구, 만든다 한 적 없다"

[현장] 서울남산초 현장방문 이준식 장관, 아이들 앞에선 웃었지만...

등록 2016.02.02 20:04수정 2016.02.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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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남산초 실내에서 구둣발로 걷고 있는 이준식 교육부장관(왼쪽 첫 번째).
서울남산초 실내에서 구둣발로 걷고 있는 이준식 교육부장관(왼쪽 첫 번째). 윤근혁

2일 오후 2시 50분쯤,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남산초 나눔관 1층 복도.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박백범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이 학교 노재분 교장 등 10여 명이 간담회장을 빠져 나왔다.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현장 목소리 청취'를 위해 이 장관이 초등 돌봄교실 모범학교를 방문한 것이다.

장관도 부교육감도 교장도 학교생활규정 위반?

이 장관이 걷고 있는 이 학교 복도에는 '실내화로 갈아 신으세요 - 서울남산초'라는 글귀가 적힌 입간판이 여러 개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날 이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교육청 관리와 노 교장 등 모두 실내화를 신지 않은 구둣발이었다.

이 장관은 검은색 가죽구두를 신고 이날 오후 2시 5분부터 3시쯤까지 이 학교 실내에 머물렀다. 돌봄교실 3개를 참관하고 교사연수실에서는 학부모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마루로 돼 있는 돌봄교실 안에 들어갈 때만 구두를 벗었다.

하지만 같은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기자는 이 장관에게 "왜 실내화를 신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초등학교 생활규정 등은 보통 '실내에서 실내화 갈아 신기'를 기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말없이 기자를 빤히 쳐다봤다. 이 때 한 교육관리는 "다들 실내화를 안 신었다"라고 이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돌연 이 학교 관계자가 이 장관 앞으로 나와 다음처럼 바삐 말했다.

"저희는 미리 (실내화 준비하라는) 말씀 못 들어가지고. 저희가 미리 준비를 못해 가지고…."


이날 이 학교는 내빈용 실내화를 미리 준비해놓지 않았다. 기자도 실내에서 들어가서 10여 분 뒤에서야 내빈용 실내화 보관함을 어렵게 찾아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총리께서 다른 학교에 갔을 때는 실내화를 신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 학교는) 실외화를 신어도 되는 줄 알았다"라고 해명했다.

이 장관, 사회적 협의기구 '말 바꾸기' 논란

 2일 오후 서울남산초 돌봄교실 참여 학생 앞에 앉은 이준식 장관.
2일 오후 서울남산초 돌봄교실 참여 학생 앞에 앉은 이준식 장관. 윤근혁

이날 이 장관에게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에 대한 의향에 대해 질문해봤다. 오는 3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교육감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이 장관에게 '누리과정 문제 완전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다시 제안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 누리과정 협의기구를 만들 생각이 있나?
"의미가 확신이 되어야 (신설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인사청문회에서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든다고….
"아니. 만든다고 한 적 없다."

이 장관의 발언은 사실일까? 지난 1월 7일 열린 인사청문회 국회회의록을 살펴봤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보육대란 해결을 위해서 사회적 협의기구 만들어서 빨리 대책 세우자. 그렇게 하시겠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예, 유보 통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동문서답을 한다.

이에 김 의원은 "유보통합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빨리 사회적 협의기구 만들어서 대책을 함께 강구하자"라고 다시 묻는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예, 위원님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란다"라고 대꾸했다. 하지만 이날 이 장관은 여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서는 사회적 협의기구 설립을 유보하는 듯 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청문회 하루 뒤인 1월 18일 여야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누리과정 예산 문제 역시 여야 긴급 협의기구 구성 등 해결방안을 밝혔다"라는 내용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장관의 누리과정 협의기구 구성동의 발언이 청문회 통과에서 주효하게 작용한 것이다.

교육환경개선비는 0원인데... 참 희한한 현수막

 2일 오후 서울남산초 정문 옆 학교 울타리에 걸려 있는 새누리당 현수막.
2일 오후 서울남산초 정문 옆 학교 울타리에 걸려 있는 새누리당 현수막. 윤근혁

한편, 이날 서울남산초 정문 옆 학교 울타리에는 '새누리당 중구 당협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새누리당 로고도 선명하게 박혀 있다. 내용은 "교육환경 우선, 찜통교실 노후화장실 시설 개선 2390억 원 증액"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올해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교부금을 보내면서 기초 산정한 예산 산정안을 보면 교육환경개선비는 0원이었다. 이 문서에서 교육부는 '소요액 1조5000억 원 전액은 빚을 내서 사용하라'고 적었다.

'새누리당이 학교의 정치중립성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이 학교 노 교장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지 몰랐다, 문제가 된다면 떼도록 얘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이준식 #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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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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