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동센터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이민선
정부 보건복지부가 돈은 주지 않고 지역 아동센터 종사자인 '생활복지사' 기본 급여를 150만 원 이상으로 높이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생활복지사 기본 급여는 지역 아동센터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왔다. 지역 아동센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120만~130만 원 선이었다.
지역 아동센터는, 흔히 '공부방'이라 불리는 곳으로, 어린이를 보호·교육하고 놀이를 제공하는 아동 복지시설이다. 한부모·조손·다문화·맞벌이 가정 등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난 1월 28일 '생활복지사' 기본급여를 150만 원 이상'으로 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16 지역 아동센터 인건비 기준 및 사업안내'를 각 시·군을 통해 전국 지역 아동센터에 보냈다.
이 안내서가 내려오자마자 지역 아동센터 전국연대는 "운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지침"이라 반발하며 보건 복지부에 '시설장 급여 기준을 먼저 마련한 뒤 생활복지사 급여 기준을 마련하라'는 등의 5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이 반발한 이유는 정부가 임금은 올리라고 하면서 별도 지원금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 지원금은 '생활복지사'를 두 명 이상 고용해야 하는 30인 이상 시설 기준 매월 577만 원으로, 지난해 556만8000원보다 20만2000원 올랐다. 그러나 이것은 물가 상승률에 따라 오른 것일 뿐, 생활복지사 임금 인상을 의무화시키면서 인상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매년 지역 아동센터 지원금을 물가 상승률 등에 따라 인상해 왔다. 지난 2015년 지원금은 2014년 527만 원보다 29만8000원 높은 금액이다.
올해 정부 지원금 577만 원에서 정부 지침대로 10%를 사업비로 쓰고 나면 519만 원이 남는다. 생활복지사 두 명 기본급(300만 원)에 퇴직금, 4대 보험료 약 40만 원 (1인당 약 20만 원)을 지출하면 남는 돈은 179만3000원 정도. 운영경비와 시설장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보건 복지부 관계자도 국가 보조금 충분치 않다는 사실 인정 이러한 보건 복지부의 지침에 지역 아동센터 담당 공무원도 '지역 아동센터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지침'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기도 한 기초 자치단체 공무원은 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설장 임금을 줄 방법이 없고, 기본 운영비를 감당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복지부 지침을 그대로 시행하면 문 닫는 지역 아동센터가 아주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보건 복지부 관계자 의견은 달랐다. 2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정부 보조금뿐만 아니라 후원금도 있다, 역량 있는 센터는(후원금을) 많이 받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후원금으로 생활복지사 기본급여를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후원금 없이 국가 지원금만으로 운영하는 곳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보조금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한편, 보건 복지부가 지역 아동센터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운영 지침을 만들면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아동 센터와 전혀 의견 교환을 하지 않아 이에 따른 비판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지역 아동센터 담당 공무원은 "국가(50%)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7.5%), 기초 자치단체(42.5%)가 공동 지원하는 사업인데도, 이런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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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받아 월급 올리라는 정부... "문 닫는 곳 많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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