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은 기묘한 바위들로 이뤄진 산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의 동창회 같다.
이돈삼
전북 진안에서 나고 자란 추씨는 1992년 결혼하면서 영암에서 살았다. 하지만 힘에 겨운 나날이었다. 쿨하고 대범한 성격이었지만 힘들었다. 자주 울었고, 많이 아프기도 했다. 그럼에도 살아내야 했다. 꼬박 10년을 그렇게 살았다.
추씨가 숲 해설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1년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관한 '자연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였다.
"그동안 숲의 겉모습만 봤더라고요. 내면에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이 품고 있는 아픔도 있는데요. 죽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요. 삶과 죽음, 고통까지도 다 품고 있는 게 숲이고, 산인데요."힘겨운 일상에서 만난 숲과의 신선한 만남이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다시 보였다. 나무를 끌어안고 울면서 자신의 아픔을 씻어냈다. 낮은 데서 사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와 눈을 맞추면서 가치를 알게 되고, 자신의 고통이 아물어지는 걸 느꼈다. 숲이 주는 치유였다. 월출산의 아름다움에도 매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