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게서 우리를 본다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논하다
이희동
또한 고베의료생협은 고베시를 도와 고령자들에 대한 지원 강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베시는 대지진으로 인한 사상자의 많은 부분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임을 주목하고 이후 고령자들을 위한 시설확충이나 고령자들의 개호(복지)에 많은 지원을 하고 나섰는데 고베의료생협은 현재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 고베의료생협은 본사의 3층과 4층을 모두 노인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정과 병원의 가운데쯤 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현재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고민 중 하나는 고독사가 너무 많다는 점인데, 의료생협은 노인들에게 월 4만 엔(보통 고베시의 월세는 7~8만 엔)에 이 공간을 대여해 주고 있었다. 그 4만 엔은 정부가 생활 보호자에게 매달 지급해 주는 돈으로, 의료생협은 수익이 아니라 지역의 고령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덧붙여 고베의료생협은 지역의 커뮤니티 또한 강화시키고 있었는데, 이는 결국 노인들의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조합원 3명 이상이면 만들 수 있는 반(班)은 일본 의료생협의 지역 최소 단위의 소규모 활동 조직으로서 의료생협은 반모임을 통해 독거노인 생일 방문, 쓰레기 버리기, 말벗 자원 활동, 건강 관련 활동 등을 하며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고령화된 사회에서 노인들을 위해 고민하는 고베의료생협.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며 가장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과연 우리는 일본만큼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고 있는가. 기껏해야 이제는 실버산업이 뜬다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 타령만 하거나, 선거 때 노인들의 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만 고민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수준 아니던가.
당장 닥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고의 노인빈곤률과 노인자살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대해 안일하다는 증거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풍조 속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은 노인이 된다'는 자연의 순리마저 잊어버린 채 고령화를 단지 비용이나 정치 공학적으로 계산하고 있다. 노인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존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