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박제품
Ryan Moehring / USFWS
며칠 전, 중국 동북지방에서 야생 백두산호랑이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화제가 되었다. 하얀 설원에서 멸종위기동물 모니터링 카메라에 다가와 냄새를 맡고 유심히 살펴보는 호랑이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호랑이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초에는 일제 강점기 때의 조선 호랑이 사냥을 주제로 한 영화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10만 마리에 이르던 호랑이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무려 95% 이상 감소해, 이제는 야생개체 수가 3천2백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파괴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무분별한 밀렵 때문이다.
그러나 멸종을 막는다는 핑계로, 농장 같은 시설에서 대량으로 번식되어 비좁은 콘크리트 우리에서 길러지는 '사육 호랑이'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눈썹부터 발톱까지, 약재로 쓰이는 호랑이'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지만, 사실 호랑이가 남기는 것은 가죽만이 아니다. 중국 암시장에서 호랑이는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쏠쏠한 돈벌이가 된다. 중국에서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호랑이 가죽은 한 마리당 2천만 원, 발톱은 하나에 백만 원에 거래된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호랑이 뼈가 관절염, 류머티즘과 발기부전에 특효라고 여겨져 왔다.
뼈뿐 아니라 눈·수염·발톱·꼬리·신장·힘줄·생식기까지. 혈액을 맑게 해주고 몸의 수분을 보충하며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아주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는 믿음이 팽배하다. 물론 의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호랑이 뼈로 담근 술은 성기능 강화에 좋다는 이유로 특히 인기가 높다. 와인처럼 오래 숙성된 술일수록 가격이 비싼데, 한 병에 10만 원대부터 비싼 제품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