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자료사진)
pixabay
아이가 둘인 지금이야 시어머니의 음심은 늘 감사하지만 명절만 되면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머물러야 하니 전 명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네요.
최근 신문에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시간을 비교하는 기사가 나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긴 편이라는 기사였죠. 비단 우리 집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 역시 가사노동과 육아에 있어서 남자에 비해 여자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그러니 저뿐만 아니라 모든 아내들이 시가에 먼저 가서 평소보다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명절을 그리 좋아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리고 남편들이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네요.
사실 당신은 가사나 육아를 무척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편이에요. 힘든 베란다 청소나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고 설거지도 자주 돕죠. 정리나 기분전환이라며 수시로 가구의 위치를 바꾸는 노동을 시켜도 제 의견을 존중해줄 뿐더러 육아도 적극 참여해서 늘 고맙게 생각해요.
그럼에도 첫 번째 회사의 입사 동기로 사회에 발을 내딛고 17년 동안 똑같이 돈을 벌며 일하는 나는 왜 당신보다 가사나 육아에 더 많은 부담을 가져야 하냐고 가끔 속으로 불평해요.
당신도 알다시피 육아의 경우 아이들이 아프거나 유치원에서 상담할 일들이 생기면 온전히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죠. 가사의 경우 역시 지금 냉장고에 있는 것을 꺼내 먹고, 서랍에 있는 옷을 꺼내 입는 당신의 살림과 달리 저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 혹은 일주일 후까지의 먹거리와 입을 거리를 고민하고 준비한다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이런 일들보다 더 중요한 가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당신이 홀로 해내고 있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요. 아직도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아이들과 시시때때로 까칠해지는 아내의 투정을 받아주어 늘 고맙게 생각해요.
지금에야 고백하는 이런 사소한 고비가 있었어도…. 우리 부부 지난 14년 서로 잘 지낸 거 맞죠? 우리가 같이 보낸 열세 번, 아니 스물여섯 번의 명절마다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해온 시간보다 앞으로 더 길게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서로 잘 보듬어가며 지내요.
사회생활에서는 동반자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두 아이에게는 부모로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내요.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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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아들 굶겨" 시어머니의 '청천벽력'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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