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외포리 선착장 옆에서 짓고 있는 배정훈·지훈 형제의 컨테이너 주택.
배정훈
인천광역시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가는 배가 뜨는 외포리 선착장. 그 입구 조그마한 밭 위에 큰 무역항에서나 봄직한 육중한 컨테이너가 한 대 서 있다.
옆면에 출입문은 물론 창문까지 뚫려있는 걸로 봐 그냥 컨테이너 같아 보이진 않는다. 굳게 닫힌 문을 열면 칸막이가 된 방이 여러 개 있고 바닥칠까지 깨끗하게 마감돼 있다.
"우리가 만든 집입니다. 아마 웬만한 가정집보다 편안하고 따뜻할 거예요."
나이에 비해 한참 앳되어보이는 배정훈(34)·지훈(33) 형제는 확신에 찬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형은 교대 3학년, 동생은 소위 명문대 졸업반. 형제 모두 늦깎이 대학생인 이들은 왜 바닷가에 와서 이 험한 일을 하고 있을까.
형제가 힘을 합쳐 낡은 집을 새집으로... "곧 본전 뽑아요"형 정훈씨는 "대학에 들어가 보니 친구들 모두 비싼 월세 때문에 힘들어 하더라"며 "우리가 힘을 합쳐 낡은 집을 개조한 다음 싼값에 청년들에게 제공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라고 말했다.
형제 모두 어려서부터 건축 설비 일을 하시는 아빠를 많이 따라다녀 집수리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13년 가을, 형제는 '쓸 만한' 집을 찾아 나섰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유동인구 맵을 뒤졌다.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면서도 집값이 비싸지 않은 지역 부동산에 일일이 전화로 문의했다. 가장 먼저 나온 집이 성북구 석관동의 대지 60평짜리 2층 단독주택.
집이 워낙 낡아 세입자가 안 들어오는 집이었다. 집주인으로선 안 그래도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없는데 집도 좋아지고 세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듬해 1월 4년 계약을 하고 2월에 공사에 들어가 한 달만에 수리를 끝냈다. 배관이나 전기같은 큰 공사는 사람을 불러야 했지만 인테리어, 하수도공사 같은 건 형제가 다 했다. 침실은 각자 쓰지만 거실, 부엌은 같이 쓰는 셰어하우스 같이 운영했다.
최고 월 35만 원에 대학생 7명을 받았다. 1년이 지나면 5만 원씩 깎아주고, 비누·치약·칫솔·휴지 등 생필품까지 제공했는데도 다행히 매달 조금씩 수익이 생겼다.
"처음엔 그저 '남으면 좋지'하고 생각했는데 실제 운영해보니까 남더라구요. 2년 반에서 3년쯤 지나면 투자비를 회수하고, 그 때부턴 진짜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