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장·차관 40명의 학력을 전수조사했다. 서울대 경영·경제 출신은 5명이지만,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송언석 2차관도 최종학력은 모두 경제학 박사다.
하지율
그렇다고 덴마크처럼 해고자에게 퇴직 전 임금 최대 90%까지 2년간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양질의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수준도 아니다. 실업급여를 받기도 어렵지만 그나마 최대 240일간 하루 최대 4만3천 원만 제공된다. 결정적으로 덴마크 정도의 실업급여 등을 제공하려면 조세부담률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앞뒤가 잘 맞지 않는 거 같다. 혹시 박 대통령 주변에 무능한 사람들만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위 자료에서 볼 수 있듯 국가공무원 약 101만여 명(2014년 최신통계 기준)의 우두머리들인 장·차관 중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고(18명) 전공도 경영·경제가 가장 많다(11명).
'창조 경제'라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걸맞게 3기 내각 40명 중 12명은 경영·경제 박사학위 소지자다. 12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미권 유학 출신이며 절반 이상(6명)은 또 서울대 학부 출신들이다. 요컨대 3기 내각 전체 45%가 서울대, 27.5%가 경영·경제 전공, 15%가 '영미권 경영경제 박사' 엘리트들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장·차관 배출하는 학계, 성향이 너무 '단순'하다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엘리트들만 모여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또한 샌더스와 같은 '비주류'들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에 '동종교배'라는 문제가 있다. 동종교배란,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종족 구성원들끼리 폐쇄적인 근친상간 만을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종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성 유전자를 대물림하고 외부로 드러나는 모습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적응에 실패할 가능성도 더 높다.
현생 고등생물들이 진화에 성공한 건 다양한 외부 종족을 배척하지 않고 구성원으로 '인정'해 이종교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족 다양성을 지켜내는 건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 1972년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집단사고'라는 현상을 지적했다. 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짓다 보면 응집성이 강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개인들이 독립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기보다 대세를 좇아가기 급급할 정도의 응집성이 형성될 때다. 이때 생각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신선한 대안은 탄생하지 못 한다. 이 분위기를 용감하게 깨는 비판자들은 쉽게 배척당하고 존중받지 못 한다. 폐쇄성은 권위주의와 결합할 때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다. 강력한 '권력자'가 정부와 국회에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측근들을 앉혀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이 권력자의 신체 대신 심기를 보호하는 '마인드가드'가 되면 집단의 폐쇄성과 비합리성은 더 공고해진다. 권력자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때 이의를 제기할 비판자를 쫓아내고 '배신자'로 낙인 찍는 데 앞장서는 역할들을 하기 때문이다. 여당에도 낙인이 찍힌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그는 박 대통령의 대선 복지 공약들이 줄줄이 축소·파기되자, 지난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직언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고 맞받아쳤고, 유 의원은 '마인드가드'들의 압력을 받다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