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길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유혜준
옛 배낭 안에서 버림받은 줄 알고 삐져 있을 비옷을 규슈올레를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날씨 탓이었다. 규슈올레를 걷는 13일과 14일, 이틀동안 비가 내린 것이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니 별스러울 건 없지만, 배낭까지 넉넉하게 감싸 안으며 비를 막아주는 비옷이 없으니 괜시리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안 맞아도 되는 비를 맞은 건 덤이었고.
규슈올레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주말마다 규슈올레 축제가 열리고 있다. 길 위에서 열리는 축제는 별 거 아니다. 걷는 것이 전부다. 코스를 온전하게 걸어서 내 마음에 품는 게 규슈올레 축제가 아닐까.
규슈올레 축제는 3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나는 지난 13일과 14일에 이부스키 가이몬 코스와 기리시마 묘켄 코스를 걸었다. 걷고 난 소감은? 규슈올레 축제가 끝나기 전에 배낭 메고 규슈로 떠나라, 고 권하고 싶다. 길은 그대를 행복하게 하리니.
2012년 2월, 4개 코스가 길을 열면서 시작된 일본 규슈올레는 17개 코스로 늘어났다. 전체 길이는 196.5km에 이른다. 매년 4개 코스가 꾸준히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6개 코스를 걸었는데, 이번에 가고시마현의 이부스키 가이몬 코스와 기리시마 묘켄 코스를 걸으면서 걸은 길이 8개 코스로 늘었다. 걸은 코스가 하나씩 늘어나는 재미, 아주 쏠쏠하다.
제주올레와 규슈올레의 관계는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으므로 생략한다.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하시라. 널린 게 정보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해남 땅끝마을 정도인 이부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