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장관 '자화자찬' 편지에 뿔난 '위안부'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편지 공개하며 "정부 안 믿고 국민 믿어"

등록 2016.02.18 09:48수정 2016.02.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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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설날 즈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지난 16일, 민주공원 소극장에서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무효, 평화를 지키는 3.1대회 준비위원회'(아래 3.1대회 준비위)가 주최한 '위안부' 할머니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용수(89세) 할머니는 간담회 도중 꼬깃꼬깃 접어진 편지 한 통을 공개했는데 바로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설날을 즈음해 할머니께 보낸 편지였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에게 보낸 편지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서명이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에게 보낸 편지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서명이 보인다이원규

A4용지 1장 반 분량의 편지에서 윤병세 장관은 "정부는 평생 한을 안고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아픈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2013년 정부 출범 이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면서, "그 결과 지난해 12월 28일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간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노력의 산물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한 분 한 분을 찾아뵙고 설명 드리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우선 글로써 말씀 올리게 된 점을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덧붙였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에게 보낸 편지 편지가 꼬깃꼬깃 접어진 것이 이 편지를 받은 할머니의 분노가 느껴진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에게 보낸 편지편지가 꼬깃꼬깃 접어진 것이 이 편지를 받은 할머니의 분노가 느껴진다.이원규

이어 윤 장관은 "금번 합의를 통해 일본 정부는 '군의 관여'라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명확히 표명"했음을 강조하며 이번 합의의 성과가 큰 것 처럼 묘사했는데, 아베 신조가 한 발언에 비춰보면 정부의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지난 1월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는 "이제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위안부) '강제 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위안부'를 강제적인 연행이 아닌 자발적인 행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일본의 이런 입장을 알면서도 합의를 한 것이라면, 그것은 국민을 위한 정부로서 인정받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날 간담회에 참석한 80여 명의 부산시민, 대학생들은 이 편지 전문이 낭독되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쓴웃음'과 '탄식'을 내뱉았고, 장내는 술렁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는냐"면서 "나는 이런 거짓말쟁이 정부를 믿는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용수 할머니가 "힘없는 나라에 우리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기 않도록 해야하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걸 보면 다시 백년 전으로 돌아갈까봐 걱정이 돼서 밤잠을 자지 못한다"며 울음섞인 이야기를 이어갔을 땐 참석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의 간담회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의 간담회가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의 간담회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의 간담회가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원규

간담회에서는 2월24일 개봉을 앞둔 <귀향>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영화 예고편을 영상으로 함께 본 이용수 할머니는 자신을 모델로 한 영화를 제작해 준 관계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으며, 많은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셔서 진실이 꼭 이길 수 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하트'를 그리는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 이용수 '위안부'할머니가 간담회에 온 부산시민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며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하트'를 그리는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이용수 '위안부'할머니가 간담회에 온 부산시민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며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이원규

한 시간을 훌쩍넘겨 진행된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오는 3월 1일, 정발동상 앞에서 '천 개의 빈 의자"를 놓고 참가자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를 대신해 앉아 규탄집회를 진행하자고 결의했으며, 그 때까지 3만1천명 서명받기와 일본영사관 앞 1인시위를 확대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3.1대회 준비위측은 "아직도 이렇게 정정하게 살아계신 '위안부'할머니를 두고 한마디 상의 없이 진행된 합의는 전면무효이며,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무효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3.1대회를 준비하는 포부를 밝혔다.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 함께 기념촬영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의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 함께 기념촬영이용수 '위안부'할머니와의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원규

#이용수 #윤병세 #위안부합의 #귀향 #천개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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