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일대기를 조각한 상아
이상기
불교를 비롯한 종교 예술을 더 알고 싶으면 14~15호실 장식예술(Decorative arts) 갤러리로 가면 된다. 이곳에는 상아, 옥, 유리, 도자기, 나무, 금속 등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시품으로는 종교와 관련된 신상, 제기 등이 있고,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생활용품도 있다. 또 왕이 궁중에서 사용하던 물품도 있다. 자한기르 황제가 사용하던 물담배, 바라나시 왕이 사용하던 옥좌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들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부처의 일생을 43개 장면으로 나눠 조각한 상아(ivory)다. 1.5m가 넘는 상아에 아래서부터 오른쪽 위로 돌아가면서 원형의 홈을 파고 그 안에 돋을새김으로 조각을 한 불교예술품이다. 첫 장면이 싯다르타 왕자의 출생지인 카필라바스투 궁전이다. 그리고 43번째 마지막 장면이 부처의 열반이다. 부처의 일생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한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이처럼 상아에 종교적인 스토리와 예술적인 장인정신을 결합시킨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