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치한 근절' 배지 만든 여자

'성추행금지' 배지 9000개 만든 김은영씨... 의미 있는 배지, 공짜로 받아가세요!

등록 2016.02.27 10:56수정 2016.02.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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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지하철이나 버스 안, 유독 곁에 바짝 붙어 있는 남자의 손이 가끔 내 엉덩이 주변을 스친다. 처음엔 잠깐 스친 것 같았는데 나중엔 그 손이 내 허벅지에서 꽤 오래 머물기도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렇겠지' 애써 다잡던 생각은 점차 불쾌한 기분으로 바뀐다.

당장에라도 십 원짜리 욕을 하며 "손 안 치워?" 소리를 치고 싶지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목될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내릴 때만 기다리며 애써 그 끔찍한 느낌을 '받지 않은 척' 한다. 손은 더 과감해진다. 버스 안에서 쪽팔리기 싫어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것'을 오케이 사인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한번은 경험했을 수치스러운 기억. 김은영씨 역시 학창시절부터 겪었던 일이다.

"성추행을 당해도 '가만히 있을 것' 같은 아우라가 내게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주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일본 여고생이 만든 '치한 퇴치법'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요는 추행은 범죄이며, 추행 반대를 상징하는 배지를 만들어 몸이나 가방에 부착하고 다녔더니 추행 범죄가 현저히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김은영씨는 한국에서도 비일비재 일어나고, 피해대상이 미성년 학생인 점을 생각해, 이 배지를 자비를 털어서라도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여고생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 배지의 제작의미를 더 쉽게 알릴 수 있도록 주변 지인들을 섭외에 만화로도 만들었다. 가방에 쉽게 달 수 있도록 더 세련된 배지의 디자인도 의뢰했다.

추행 금지 배지 가방에 달고 다니기 쉽도록 세련되게 디자인했다.
추행 금지 배지가방에 달고 다니기 쉽도록 세련되게 디자인했다. 박진희

"이 배지가 추행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래서 피해당하는 사람의 수를 줄일 수만 있다면 제작한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아요. 등하교하는 어린 친구들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더는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추행은 잠깐이지만, 상처는 너무 오래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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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한근절만화 배지 제작의 의도를 더욱 쉽게 표현했다.
치한근절만화배지 제작의 의도를 더욱 쉽게 표현했다. 김은영

#성추행 #추행금지 #자비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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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도 순식간에 뒤집어 즐겁게 살 줄 아는 인생의 위트는 혹시 있으면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힘의 본질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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