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간결한 조직구조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 개개인의 성과를 빠르게 보상받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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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취업한 회사에서 나는 입사 6개월만에 거래처 200여 곳이 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우리 회사의 '수입검사'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거래처에서 납품된 부품의 품질 문제로 인해 공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거래처에 '클래임'을 걸어 책임을 물었고 그로 인한 보상 절차도 만들었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그 프로세스대로 거래처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프로세스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일이 더 수월해졌고 회사는 눈에 보이지 않던 품질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프로세스로 인해 변화되는 우리 회사와 거래처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본적 없었던 희열이 느껴졌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한다는 건 인력이 부족하고 대기업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모든 걸 이겨내고, 우리 회사가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많은 것이 부족하고 힘들지만 또 그만큼 나 자신이 우리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까지 콘트롤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넘어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나는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15년이라는 시간을 직장에서 보냈다. 직장생활을 해온 15년의 시간 중 절반의 시간은 중소기업에서, 나머지 절반은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장단점에 대해서 잘 안다. 나의 성과에 있어 빠르고 확실한 보상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맞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말 그대로 회사 규모의 차이다. 회사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복잡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조직을 가진 회사에는 그에 걸맞게 복잡한 룰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화합과 융화를 중시하게 된다. 그런 조직 분위기 속에서는 특출난 인재도 없고 특별히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도 잘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간결하고 간소한 조직구조를 가지며 적재적소에 딱 필요할 정도의 인력으로만 구성돼 있다 보니 누구 하나가 자칫 '빵꾸'를 내면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줄줄이 문제가 발생된다. 또한 의사결정 구조 역시 간결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빨리 시행할 수 있고 오너가 전 사원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똑똑한 인재'를 선별함에 있어 왜곡 가능성이 낮다.
고 성과자의 특진이나 보상에 대해서도 오너가 그때 그때 만들어서 시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한 대기업에 비해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고 빠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중소기업에서 근무를 한다면 그 장점을 잘 활용해 적극적인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나는 우리 회사 품질보증팀의 막내였다. 직급으로는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이 같았지만 나이가 제일 어렸기에 우리팀의 막내는 나였다. 하지만 엄연히 나에게는 '담당 업무'가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선임들의 눈치는 볼 필요가 없었다. 직급도 나이도 모두 다른 팀원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담당 업무가 있었고 다른 사람의 업무까지 신경쓸 수 있을 만큼의 인력이 아니었기에 모두 자기가 맡은 일을 쳐내기에 바빴다.
내가 하는 업무의 결정 권한은 오롯이 내게 있었다. 물론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재중인 팀장님을 대행하는 과장님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내가 원하는대로 모든 일을 다 추진할 수 있었다. 가끔씩 사장님은 '관리 부서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문서에 대해서 대표이사까지 결재를 올려라'고 하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내가 새롭게 추진하는 일들에 대해 사장님에게까지 보고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올린 보고서에 가끔 사장님이 코멘트를 남겨서 내려오는 경우가 있었다. 오너의 피드백 문구가 써진 문서. 그걸 보고 있으면 진짜 '일'을 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오너와 직접 생각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소기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점이다. 나는 이후 대기업에서 8년을 근무했지만 그 대기업의 오너를 단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그저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같은 사람이 바로 그룹의 오너였고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조직은 '충성'을 강요했다. 하지만 내가 진짜 충성을 한다고 해서 그 충성이 오너에게까지 가 닿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8년을 그 대기업에서 근무를 했지만 가끔 중소기업에서 허드렛일까지 다 도맡아서 하며 모두 함께 고생하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돌고 돌다 보면 다시 만나게 돼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