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상의 문제점 노출한 '여종업원 사망' 업소

사건 관련 피의자, 법원 앞 시위 당시에도 다른 건 계류중인데 곧바로 '집유'

등록 2016.02.26 15:08수정 2016.02.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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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위반한 유흥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여수 여종업원 사망사건(관련 기사 : 사람 죽었는데... 아직도 구속 안 된 유흥주점 사장)으로 현재 구속 기소된 이 업소의 업주는, 지난해 초에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그동안 이 업소에 대해 지자체에서는 아무런 행정 처분도 내리지 못했다.

지역 방송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관할 지자체에 곧바로 입건 사실을 통보하게 돼 있지만 당시 사건을 담담했던 하동 경찰서가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아 검찰에 송치하면서 (여수시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누락됐다"는 것이다.

'여수 유흥주점 여성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지난해 12월 23일 순천 법원 앞과 여수에서 기자회견과 사망종업원 추모집회를 가지면서 여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날 집회에서 "올해(2015년) 초 경남 하동의 농협 직원이 횡령한 돈 21억 중 수억 원을 해당 업소에서 탕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때 업주 박아무개씨는 입건이 되었지만 그후 단속과 처벌이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들이 제대로 됐다면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고 참가자들은 안타까워 했다. 아울러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순천까지 와서 집회에 참가한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정박은자 부소장은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의 견고한 카르텔이 음성적인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업소에 대한 '하동 농협직원 사건'의 판결이 1년여 만에 나왔다. 지난해 말 법원은 이 업소 주인 신아무개, 박아무개씨에 대해서 "혐의가 인정되지만,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현재 '여수여종업원 사망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있다.


판결 당시 '여수여종업원 사망사건'은 사회적인 이슈였고, 법원 앞에서까지 '철저한  구속수사 촉구'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집회 며칠 후 피의자는 '반성'이 참작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당시 JTBC 보도는 해당 업소의 이른바 '성매수 고객' 명단에 '판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a 작년 12월 23일. 여수여종업원 사망사건 관련자 구속수사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 그 당시 법원은 동일 관련자에 대하여 다른 사건('하동농협직원 횡령 및 성매매 사건')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 집회 이후 판결이 '반성하고 있다'며  '집행유예'였다.

작년 12월 23일. 여수여종업원 사망사건 관련자 구속수사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 그 당시 법원은 동일 관련자에 대하여 다른 사건('하동농협직원 횡령 및 성매매 사건')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 집회 이후 판결이 '반성하고 있다'며 '집행유예'였다. ⓒ 오병종


이제는 처분대상 업소가 공중에 떴다. 그동안 여수시는 해당 업소에 대해 1년이 지나도록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고, 해당 업소는 버젓이 영업을 계속 해왔다. 여수시는 여종업원 사망사건이 일어나서야 뒤늦게 1년 전의 입건 사실을 통보받았다. 여수시는 업소에 대한 행정 처분을 하려고 했으나 중간에 업주가 바뀌고 업소는 이미 문을 닫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여수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해당업소 건물은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는 당시 성명서에서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여수경찰에 "유흥업소 및 주변 모텔로 이어지는 불법성매매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건물주, 토지주까지도 그 책임을 묻는 법집행을 철저히 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명의만 바꾼 채 영업을 계속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위반업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언니네 상담소 김희영 소장도 "위반 업소가 업주 명의변경이 이뤄지고, 또 건물 매매로 건물주 변경만 이뤄지면서, 똑같은 건물에서 똑같은 불법, 탈법,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앞으로 막아야 한다. 그 점이 고민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여수여종업원 사망사건 #하동농협직원 횡령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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