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1면제20대 총선 국회의원 예비후보 김영준 씨는 한겨레 지면에서 단순히 인디뮤지션으로만 소개되었다.
진일석
#2. 목이 쉬어라 외치는 할아버지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예순은 됨직한 그는 "야당 국회의원 나오라 그래!!"를 외쳐대고 있었다. 100와트짜리 엠프는 그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채 고막을 긁는 소리들을 뱉어냈다.
처음에는 짜증이 났다. 시민 필리버스킹을 방해하려는 고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혼자였다.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국회 문 앞을 지키는 경찰들과 필리버스터를 하는 시민들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1시간 반을 쉴새 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에서 갈라진 쉰소리가 나왔다. 그에게 어떤 아픈 기억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기억이 있는 걸까? KAL기 폭발 사건으로 아들이 죽은 걸까? 그 쉰소리에서는 외로움, 고독 어린 슬픔이 묻어났다.
차마 그에게 말을 걸지는 못했지만, 차디찬 날씨 속에서 목이 쉬어라 외치는 그가 문득 안쓰러워졌다. 잠시 자리를 떠 캔커피를 가져다 드렸다. 그는 멈칫하다 캔을 받아들고, 나를바라보며 "정의는 살아있다!!"를 외쳤다. 그후 그는 한 시간 정도 그 자리를 지켰지만, 시민 필리버스터를 하던 무리에 삿대질을 멈추었다. 문득 병원에 계신 할아버지가 떠올라 눈가가 붉어졌다. 그에게 말을 걸어 이야기라도 들어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