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박물관에 전시된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돌돌 말아 쓴 조선 시대 서찰은 깨알 같은 글씨로 어떤 사연 담았는지 훔쳐보고 싶다.
김종신
서찰을 지나 '경상남도 관찰사 보고서'에서 걸음은 멈췄다. 경상남도 관찰사가 지방의 선비들이 연명을 달아 보내온 상서문에 대한 보고서를 써서 장례원에 보낸 문서다. 관찰사 보고서에 등장하는 인물과 연호, 벼슬 이름 덕분에 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고 100여 년 전으로 역사 여행을 떠났다.
보낸 이는 경상남도 관찰사 조시영(曺始永, 1843~1912)이고 받는 이는 장례원경(掌禮院卿) 조병필(趙秉弼)이다. 보낸 때는 광무(光武) 3년 10월 5일. 보고서 속에 등장한 장례원경은 장례원에 소속된 으뜸 벼슬로 1895년(고종 32년) 궁중 의례 전반과 제사 등의 업무를 보던 종백부(宗伯府)를 고친 이름이다. 1895년 경남도 관찰사를 지낸 조병필은 단발령의 시행으로 을미의병이 봉기하자 도주했다가 이후 강원도 관찰사, 비서원승, 장례원경 등의 벼슬을 했다. 조시영은 조병필 이후 1896년 경남도관찰사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