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도 내야 하는데 임금 못 받는다니"

태안화력 9.10호기 건설 업체, 부도로 피해 속출... 한국서부발전 "피해 막겠다"

등록 2016.03.09 16:49수정 2016.03.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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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160명의 노동자들이 두달치 임금도 못받고 태안화력 9.10호기 증설 현장 밖으로 쫒겨나 있다.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160명의 노동자들이 두달치 임금도 못받고 태안화력 9.10호기 증설 현장 밖으로 쫒겨나 있다.신문웅

 태안화력 9.10호기 하청업체의 부도로 태안화력 현장에서 쫒겨난 한 노동자자 자신들이 일하던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태안화력 9.10호기 하청업체의 부도로 태안화력 현장에서 쫒겨난 한 노동자자 자신들이 일하던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신문웅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 9.10호기 현장에서 하청업체의 부도로 임금을 못 받게된 노동자들이 태안화력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 9.10호기 현장에서 하청업체의 부도로 임금을 못 받게된 노동자들이 태안화력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신문웅

"새 학기에 우리 딸 등록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아팠지만 참고 추운 1~2월에 다른 때보다 더 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임금을 못 받게 되었다니..."

지난 7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만난 한 노동자가 한 말이다. 그는 한참을 9.10호기 건설 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머리를 푹 숙이고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는 힘없이 걸어갔다.

이 노동자를 비롯한 160명의 노동자는 한국서부발전(주)이 발주한 태안화력 9.10호기 건설현장에서 STX원청회사의 하청업체인 D산업개발 소속으로 일했다. 주로 고층 현장에서 플랜트 작업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워낙 저가에 입찰을 받은 원청회사와 하청업체 간의 대금 처리 과정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견이 생겼다. 또한 원청회사도 법정 관리에 들어가고 하청 업체 역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몇 차례의 임금체불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현장이라며 참고 일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D산업개발이 1차 부도를 내고 원청회사 역시 채권단의 제동으로 경영에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렸다. 그러면서 애꿎은 노동자들만 1월 임금 14억8천만 원, 2월 임금 등 20억 원이 넘는 임금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이들 업체의 부도로 태안지역의 공구상, 주유소, 식당 등 현재 태안군이 파악한 피해액만 해도 15억 원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중장비, 숙박 등 추가 집계가 나오면 지역의 중소 업체 등 지역의 피해가 30억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책임져야" 관계자 "피해 막는 데 최선 다하겠다"


피해를 본 한 주민은 "당연히 본사도 내려온 한국서부발전이라는 공기업의 현장이라 믿고 외상을 주었는데, 이제 와서 부도를 내면 그동안의 수고와 피해는 누구한테 받아야 하느냐"고 발언했다. 이 주민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관리를 제대로 못 한 한국서부발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플랜트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체불된 임금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발주처인 한국서부발전(주) 임금도 못 받고 일자리까지 잃은 노동자들이 새 업체가 선정되면 일자리를 우선 배려하는 등 상생의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서부발전(주) 태안건설본부 관계자는 "남은 공정에 대하여 다른 업체를 선정해 일을 마무리할 경우 이번에 피해를 본 노동자들을 우선 고용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9.10호기 건설현장의 나머지 원청업체와 하청 업체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를 통해 임금체불이나 지역 업체에 과도한 외상 거래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구상, 크레인, 주유소 등 태안지역 피해 업체 대표들은 잇달아 모임을 갖고 9일 한국서부발전(주) 태안건설본부장과 면담하기로 했다. 면담을 통해 발주처인 한국서부발전(주)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대안을 제시 안 할 경우 공사 현장에서 장비를 모두 철수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태안화력 9.10호기 공사는 당초 9월 9호기, 12월말 10호기 준공이라는 전체 공정의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플랜트노조 #체불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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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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