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서 열린 총선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한 뒤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우성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필리버스터 중단부터 시작해서 컷오프 작업이 마무리된 14일에 이르기까지 지난 10여 일 동안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던 그날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들에게 찾아온 승리의 기회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민주의 모습은 잇따른 실책으로 자멸했던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텍사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변치않는 지역정서, 이념 및 계층 갈등, 정치불신에 따른 낮은 투표율, 언론의 편향성, 관권선거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극심한 계파 갈등과 내홍사태마저 겪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총선 전망은 암울한 상태였다. 안철수의 탈당에 이은 주류와 비주류의 치열한 패권싸움이 분당으로 치닫는 장면에서 절망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당명 개정과 함께 문재인 전 대표의 감동있는 인재영입이 이어지며 더민주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당을 수습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10만이 넘는 온라인 당원이 모집되었고 곤두박질치던 지지율도 마침내 반등에 성공했다. 국민의당의 창당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 전 대표에 이어 전권을 잡은 김종인 대표는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당을 연착륙시키는 듯 보였다.
그러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필리버스터 정국 이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전략적 판단을 잇따라 내보이며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서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용두사미로 허무하게 끝내더니 느닷없이 국민의당과의 통합 제의로 다시 한번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가 하면, 급기야 받아들이기 힘든 컷오프 결과로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멘붕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일련의 흐름들을 선의로 생각하자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김종인 대표의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정의 문제는 곧 결과의 문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상기해 본다면, 아무리 선의로 생각한다 한들 그의 판단에는 오류가 있다.
김종인 대표가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삼연타'를 날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마음 속에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것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던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제의한 것도, 정청래·강동원·김현·이해찬을 컷오프시킨 것도 모두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종인의 독단과 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