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실보다는 진실 추구가 더 중요

[서평] 역사 소비시대에 역사 읽기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등록 2016.03.16 11:54수정 2016.03.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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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하려는 목적이나 목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일을 '왜?' 하느냐 하는 이유입니다. 돈을 버는 게 목표라고 할 때, 돈을 벌려는 이유(왜)가 무엇이냐에 따라 돈을 버는 방법도 달라지고, 돈을 쓰는 씀씀이도 달라질 것입니다.

돈을 버는 이유가 단순히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씀씀이 또한 잘 먹고 잘 사는 쪽일 것입니다. 맘껏 유흥을 즐기고 호화스럽게 사는 걸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회의 비난쯤 아랑곳 하지 않고 흥청망청하며 살 것입니다.


하지만 돈을 벌려는 이유가 숭고 다면 버는 법 또한 그릇되지 않을 것이고, 씀씀이 또한 사회적 가치나 도덕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돈을 버는 이유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지불식간 선택하게 되는 삶 전반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한국사 국정교과서 시대에 대안을 찾아 역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또한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역사교육의 현안이 되고 있다.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2015년 10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정했다.' -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5쪽, 서문 중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대안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한국사 속의 한국사 1>(지은이 고석규·고영진 / 펴낸곳 느낌이있는책 / 2016년 2월 29일 / 값 18,500)
<한국사 속의 한국사 1>(지은이 고석규·고영진 / 펴낸곳 느낌이있는책 / 2016년 2월 29일 / 값 18,500)느낌이있는책
<한국사 속의 한국사 1>(지은이 고석규·고영진, 펴낸곳 느낌이 있는 책) 저자들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목적)가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행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대안,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말해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책에서는 역사의 장을 펼치기 전에 역사에 대한 정의부터 정립합니다. 태·정·태·세·문·단세…, 혹자는 어떤 시대에 어떤 일이 어떻게 있었다는 걸 줄줄 꿰는 걸 놓고 역사를 잘 아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진실을 안다는 것은 다릅니다. 예로서 국정원도청사건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를 아는 것과 그들이 도청을 한 감춰진 이유(의도), 진실까지를 아는 것은 국정원도청사건에 대한 역사적 인식에서 천양지차입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저격해 죽였다는 사실만 아는 사람이라면 일본인들의 주장하듯 안중근을 단순 살인자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진실까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안중근의 저격이야 말로 스스로의 목숨까지 내놓은 숭고하기 그지없는 의로움이라는 걸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가 곧아야 긋는 선도 곧습니다. 휜 자를 기준삼아 그은 선, 휜 자를 기준으로 해 잰 크기는 엉터리에 제멋대로 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게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습니다. 역사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안다는 건,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곧은 기준, 사실 보다는 진실을 추구할 수 있는 역사적 안목을 마련하는 게 우선되어야 할 필수라 생각됩니다.  

'이쯤 되면 역사는 사실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에 가깝다는 결론이 난 셈이다. 보통 사람들은 역사가의 연구 논문보다 문학가의 역사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다. 따라서 지금 역사 소비시대를 이끌고 있는 대중적 역사학에서는 이야기 능력과 문학적 자질이 핵심이 되고 있다.' -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49쪽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진실은 매우 위험하다. 파편화된 지식은 백과사전적 나열일 뿐, 창조적 지식이 될 수 없다. 윤리의식을 갖추고 사료비판을 할 수 있는 맥락적 지식과는 크게 다르다. 파편화된 지식으로는 미래지향적인 바른 비판을 할 수 없다. 비판의식은 사회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역할은 과학적 역사학이 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 역사학 못지않게 의식 있는 대중을 위한 비판적 역사학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 -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51쪽

책에서는 역사를 읽기에 앞서 반듯하게 갖추고, 올곧게 새겨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서장, '역사소비시대의 역사읽기'로 제시·설명하고, 선사시대부터 고려까지의 역사를 이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진실은 진실일 수도 없지만 사실조차도 왜곡하거나 오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일반적으로 기록이나 계량화 된 도표 등을 통해 겉으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진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해 찾고 더듬어가며 바로 새겨야만 정립해 나갈 수 있는 무형의 가치일 수 있습니다.  

'파편화 된 지식은 백과사전적 나열일 뿐, 창조적 지식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자칫 획일화 된 백과사전적 역사 나열에 그친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를 거스르는 자기모순을 연출하는 시대적 아이러니라 생각됩니다.

고려가 개혁에 실패한 건 기득권자들 때문

'그러나 개혁의 대상이었던 이춘부와 이인임 등이 개혁에 관여해서 압력을 넣고 자기의 경제적 기반이 박탈될 것을 두려워 한 고위관료들이 음모를 해서 결국 신돈은 실각당하고 만다. 이때의 별별 이야기들이 역사상 야담처럼 내려온다. 우왕이나 창왕이 신돈의 자식이라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405쪽

역사적으로 고려가 개혁에 실패하고, 고려가 망한 까닭을 온전히 공민왕과 신돈이라는 한 인물의 전횡쯤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기득권자들, 개혁의 대상이었던 이춘부와 이인임 등이 개혁을 주도하고 있던 신돈을 제거한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고려까지'의 역사는 그동안 읽었던 내용과 같거나 비슷한 설명으로 읽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시각에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란 무엇인가?'를 알고 대하는 역사와 모르고 대하는 역사는 분명 다르게 읽힐 것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할 것입니다. 축소하거나 누락하고 있는 사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고, 왜곡하고 있는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역사를 제대를 새길 수 있는 건강한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대안이라 생각됩니다.

'역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알고 나면 책 속에, 설명 속에, 행간 속에 숨은 그림처럼 감춰진 역사적 진실, 한국사 국정교과서 시대에 반드시 찾아야 할 역사적 대안까지도 어느새 찾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한국사 속의 한국사 1>(지은이 고석규·고영진 / 펴낸곳 느낌이있는책 / 2016년 2월 29일 / 값 18,500)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 선사에서 고려까지 - 역사소비시대의 역사 읽기

고석규.고영진 지음,
느낌이있는책, 2016


#한국사 속의 한국사 1 #고셕규 #고영진 #느낌이있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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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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