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영화 <귀향> 본 이후로 처음 우네요"

청년뉴딜일자리사업 3년결산 간담회... 참가자 감동 사례에 눈시울

등록 2016.03.18 00:49수정 2016.03.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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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청년뉴딜일자리 3년을 결산하는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청년뉴딜일자리 3년을 결산하는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울시제공

"왜 사람을 울리세요. <귀향> 본 이후로 처음 우네요."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내 청년허브 다목적홀. '서울 청년뉴딜일자리사업 3년의 결산과 개선방안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이 눈시울을 붉혔다.

뉴딜일자리사업은 서울시가 시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발굴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참여기간 중 직무교육 등을 통해 종료 후에는 민간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올해는 일자리 1700여개를 제공하고 그중 1200개를 청년층에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세 번째로 사례를 발표한 유슬씨는 보수적이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꿈을 포기해야 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울먹였다.

유씨는 중3때 디자인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계획서를 만들어 보여줬지만 완고한 아버지는 '너는 능력이 안된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아 좌절했다.

이후 '나는 꿈을 꾸면 안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며 7년간이나 꿈을 포기하고 살았지만 대학 3학년 때 '하고 싶은 일이 과목이 된다'는 말에 이끌려 청년뉴딜일자리사업 열정대학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디자인 잘 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들었다는 유씨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일이 뭔지 깨닫게 됐다. 유씨가 "이곳에서 자존감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 정말 멋진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말하자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청년기업 'BLANK'에 속하며 마을공동체 활동가가 된 곽사현씨는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마을이란 단어가 어색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공동체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예전에는 이웃에 아는 사람이 없었으나 지금은 동네에 알고 지내는 사람이 60명이 넘어 주민들의 도움으로 저렴하게 집도 구하고 적은 월급이지만 저축도 가능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청년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고 박 시장에게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뉴딜일자리사업을 3년째 맡아오고 있다는 장수정 청년허브 팀장은 "뉴딜일자리사업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청년에게 쓸모있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서울시가 감사 때마다 '일 경험을 얼마나 제공했나' 대신 '얼마나 취업시켰나'를 물어볼 때마다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며 서운해했다.

강북구에서 청년커뮤니티사업을 하고 있는 김동혁(32)씨는 "처음에는 쉽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4년이 걸려 올해에서야 설립했다"며 지원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마을생태계지원 활동가인 이유리(38·여)씨는 "뉴딜일자리사업 지원이 끝나고도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마을 안에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청년들이 프로젝트 등을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바구니 예산'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꿈조차 꿀 수 없는 비극적인 사회 속에서 기회와 경험을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청년뉴딜일자리는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뉴딜일자리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취업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박 시장은 혁신파크 내 청년청과 미래청에 입주한 청년기업,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등을 방문해 격려하고, 이날부터 3개월간 시범 개장하는 25개 야외 시설물들을 둘러봤다.

25개 공간은 크게 ▲이동식 도서관(4개) ▲가변형 복합공간(11개) ▲혁신광장 중심 공간(8개) ▲대안에너지 기술시스템(2개)으로 구성되며, 시범운영 세 달간은 모든 시설에 대해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서울혁신파크는 원래 질병관리본부(10만여㎡)가 자리했던 곳으로 서울시가 오는 2019년까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일자리허브,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등의 기관과 다양한 사회혁신가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창조 공간 32개 동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17일 오후 혁신파크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외 시설물 '에너지 스테이션'을 둘러보고 있다.
17일 오후 혁신파크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외 시설물 '에너지 스테이션'을 둘러보고 있다.김경년

#뉴딜일자리사업 #혁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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