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던트>겉표지
비채
세상 어디에나 연쇄살인범이 있고, 미제 살인사건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시그널>도 실제로 있었지만 끝내 해결되지 않았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제사건들을 소재로 하지 않았나.
흔히 '완전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미제사건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완전범죄가 된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말할 것도 없다. 진범이 밝혀지더라도 그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그널>에서 처럼 이런 미제사건을 추적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서일까. 정의사회구현을 위해서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잔인한 미제사건 때문에 생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일까.
이 모든 것이 답이 될 수 있겠다. 연쇄살인범은 희생자를 죽이면서 쾌감을 얻듯이, 형사나 탐정은 살인범을 추적해서 잡아들이며 자신의 내면을 치유할 수 있다. 어떤 작가의 표현처럼, 끈질기게 희생자를 찾아다니는 살인범의 내면과 편집증처럼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의 내면은 크게 다를 것이 없을지 모른다.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프레드 바르가스의 2004년 작품 <트라이던트>는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연쇄살인, 어쩌면 끝내 미제로 남게 되었을지도 모를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은 아니다).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 주인공은 파리 경찰청 소속 마흔다섯 살의 '아담스베르그'라는 인물이다. 그는 파리13구역의 강력계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에게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다.
마치 쌍둥이처럼 가깝게 지내던 동생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렸던 것.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한 소녀가 복부와 가슴 세 군데를 송곳에 찔려서 살해 당했다. 그리고 당시 만취해 있던 동생은 정신을 차려보니까 자신이 피 묻은 송곳을 들고 있었다. 살해당한 소녀는 동생과 자주 만나던 사이였다.
당연히 동생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다. 재판이 열리고 동생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지만 이 일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동생은 어딘가로 잠적하고 만다. 그 후로 시간이 흐르고 프랑스에서는 이와 유사한 살인사건이 여러 건 발생한다. 희생자들은 모두 상체에 세 군데의 상처를 입고 사망한다.
특이한 점은 세 군데의 상처가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아담스베르그는 이 사건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사건들의 진범을 밝혀내면 오래전 동생이 뒤집어썻던 누명도 벗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살인자들의 독특한 살인도구들작품의 제목인 '트라이던트(Trident)'는 글자 그대로 날이 세 개인 창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삼지창. 보통 식사할 때 쓰는 포크가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크고 날카로운, 전형적인 공격용 무기다.
그 공격의 대상은 적군일 수도 있고, 숲속에 있는 야생동물들이 될 수도 있다. 이 삼지창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로마신화에서는 '넵튠'이라고 한다)이 가지고 있던 상징물이기도 하다.
포세이돈이 이 삼지창을 가지고 물고기를 잡아먹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포세이돈이 등장하는 미술작품, <미네르바와 넵튠의 싸움> 같은 작품들을 보면 포세이돈은 그 안에서 삼지창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범죄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살인도구들을 접할 수 있다. 총이나 칼은 기본이고, 도끼나 전기톱, 등산용 피켈도 있다. 그렇다면 삼지창도 살인도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평소에 삼지창을 볼 일은 거의 없지만,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이 작품을 떠올릴 것 같다. 거기에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도.
트라이던트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비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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