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껏 꾸린 피크닉 바구니간단한 간식, 책 한 권, 러그까지
박소영
사람들이 바다를 그리워 할 때 느끼는 감정은 기쁨보다는 슬픔인 듯하다. 시련을 겪거나 실연을 당했을 때, 기쁨보다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올 때 푸른 물결 넘실대는 바다가 그리워지곤 한다. 그래서 바다의 푸른빛은 어쩌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감싸 안아 새파랗게 들어버린 멍 자국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펼쳐본다.
슬플 땐 슬픈 음악을 들어야 위로가 된다고 하는 것처럼, 감정은 비슷한 감정으로 극복하는 게 좋다. 나 역시 우울할 땐 억지스런 자기 위안보다는 슬픔이 옅어질 때 까지 그대로 두어야 그 감정이 증발된다. "괜찮다, 잘했다." 그렇게 내가 듣고 싶은 말 그대로, 그렇게 우리의 희로애락 안에 그 바다가 있다.
바다가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는 철썩대는 파도가 요동치는 마음과 비슷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도 파도의 리듬과 같아서 기쁨을 만끽하고 싶을 때에도 바다만한 장소가 없다.
강릉에서 가장 만만한 소풍장소는 바닷가다. 모래사장에 자리를 깔아도 좋고 해변에 놓인 나무그네에 앉아도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해변 데크 위 나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도 된다. 이 중 내가 가장 즐겨 찾는 것은 방파제 위에 자리를 잡고 파도와 햇살을 한꺼번에 누리는 소풍이다.
▲당신을 위해 비워 둔 자리남항진 해변에서 경포에 이르기까지 모래사장을 따라 놓인 테이블이나 나무그네를 활용하면 피크닉이 편리하다
권정삼
바다소풍을 위해 안목으로 향했다. 안목은 강릉이 커피도시가 된 시작점으로 이제는 아예 커피거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강릉의 명소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늘 추천하고 싶은 소풍은 강릉항 방파제에서 즐기는 '힐링 피크닉'이다.
스트레스를 날리는 방법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제일로 치곤하는데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향을 한껏 머금은 해산물을 먹는 소풍,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방파제에 자리를 펼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신선한 해산물을 장만하는 일. 만 원짜리 한두 장이면 두 사람이 먹을 만큼의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데 고둥이나 멍게, 그리고 취향대로 제철 해산물을 고르면 된다.
방파제 근처의 강릉항회센터로 갔다. 함께 할 사람들을 위해 가을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불게와 꽃게 그리고 고둥, 작은 문어 한 마리를 샀다. 큼지막한 오징어는 서비스. 문어를 제외한 가격이 단돈 2만원이다.
▲강릉항회센터바다 피크닉을 위한 먹을거리를 장만하려면 1층을 이용하면 된다
박소영
▲불게를 아세요?동해안 모래톱과 바다를 오가며 사는 불게는 꽃게나 대게 보다 흔히 보기 힘들지만 담백한 맛은 일품이다
박소영
바다 한 상 맛보고 싶다면... |
강릉항회센터 안목어촌계에서 운영하고 직접 잡은 자연산 수산물만 취급한다. 1층에서 회를 구매하고 2층 식당 이용 시 1인당 상차림비 3천 원을 내면 된다. 2층 식당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식당 안에서도 피크닉 기분을 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강릉중앙시장 어시장 회센터 강릉중앙시장 지하에 위치한 이곳은 어물전 외에 횟집들도 자리하고 있다. 포장이 주를 이루고 제대로 자리를 갖춘 횟집들도 많다. 즉석에서 횟감을 골라 회를 뜨지만 그날 미리 포장된 회를 살 수도 있어 시간 절약이 된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한 접시에 만 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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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해산물들을 구입한 후 남항진 솔바람 다리 쪽으로 이동해 방파제 입구로 들어섰다. 맞은 편의 요트마리나쪽 방파제보다 사람들의 왕래가 덜한 곳이다.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