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저녁 대구 동구 용계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언론은 유승민의 무소속 연대 추진과 김무성의 '옥새 투쟁'을 대서특필하면서 총선구도가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전환되었다고 분석한다. 언론은 발 빠르게 '비박 무소속 연대'를 하나의 정당으로 포함해 다여다야 정당 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지난 24일, C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22~23일 양일에 걸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비박 무소속 연대의 전국 지지도는 7.7%, 대구·경북에서의 지지도는 14.2%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2016년 총선 후보등록 시점에서 이슈의 중심이 된 유승민과 김무성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투쟁이 과연 선거 구도를 다여다야로 전환시키고, 선거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착시현상일 뿐이다.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지금의 상황은 결코 다여다야의 선거구도로 바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유승민의 탈당과 김무성의 투쟁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는 새누리당이 친박 대 비박으로 분열되었다는 착시현상 내지 신기루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박근혜 정권 심판을 위해 당선 가능한 야권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는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유승민과 김무성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투쟁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선거승리로 귀결되는 역설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분명히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제거되었고, 그 자리는 모두 '진박 후보'들로 채워졌다. 이런 오만방자한 공천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는 유권자의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나는 유승민·김무성의 대 박근혜 투쟁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할까?
그것은 새누리당의 분열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비박 무소속 후보는 아직 채 15명이 넘지 않으며, 그것은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만한 세력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결국 여권 성향의 표는 새누리당에게 몰릴 것이다.
반면 야권은 완전하게 분열되었다. 국민의당은 호남은 물론이요, 승부처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후보를 냈다. 정의당도 많은 지역에서 후보를 냈고, 해산된 통합진보당 조직도 민중연합당으로 후보를 냈다. 결국 이번 총선은 다여다야 구도가 아니라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치러지는 것이다.
지난 24일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3월 4주차 주중 집계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는 41.2%, 부정평가는 51.4%였다.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9.6%, 3개 야당 지지율 합계 47.4%였다(더민주 25.7%, 국민의당 14.0%, 정의당 7.7%,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금의 여론은 총선이 여야 간의 1대1 대결구도로 치러진다면 야권이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야권의 궤멸이 예상된다.
'단일화=낡은 정치'의 덫에 빠진 야권바로 직전 총선인 2012년 제19대 총선은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1개 여당 대 1개 야당의 1대1 대결구도로 치러졌다.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이었다. 야권 분열로 야권의 궤멸이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 비하여 그야말로 꿈같은 성적이었다.
도대체 차이가 무엇인가? 국민들이 그만큼 더 보수화된 것일까? 지금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그게 답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제19대 총선에서는 야권연대와 단일화가 가능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그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왜 야권연대와 단일화가 어려워졌나? 그것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야권 연대와 단일화를 '뒷거래'요, '금단의 사과'이며, '낡은 정치'라고 폄하하는 보수언론의 공격에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