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분열은 착시 현상, 이러다 또 새누리당이 이긴다

[주장] 일여다야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 야권 단일화가 절실하다

등록 2016.03.25 16:24수정 2016.03.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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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당도, 정의당도 다 꼴 보기 싫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유승민뿐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등록이 시작된 24일, 한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 지인뿐이랴. 24일 언론도 온통 유승민 의원에게 집중했다. 공천과정 내내 보도가 계속되더니 23일 밤 11시 유승민 의원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 그리고 무소속 연대 추진을 밝혔고, 24일 아침 신문은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24일 오후부터 언론의 관심은 김무성 대표에게로 옮겨갔다. 김무성 대표가 '진박 후보'가 추천된 5곳(서울 은평을, 서울 송파을, 대구 동갑, 대구 동을, 대구 달성) 공천장에 직인 찍기를 거부하는 이른바 '옥새 투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언론은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분석했다.

유승민·김무성 투쟁이 여당 총선 승리에 도움 주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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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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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저녁 대구 동구 용계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언론은 유승민의 무소속 연대 추진과 김무성의 '옥새 투쟁'을 대서특필하면서 총선구도가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전환되었다고 분석한다. 언론은 발 빠르게 '비박 무소속 연대'를 하나의 정당으로 포함해 다여다야 정당 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지난 24일, C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22~23일 양일에 걸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비박 무소속 연대의 전국 지지도는 7.7%, 대구·경북에서의 지지도는 14.2%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2016년 총선 후보등록 시점에서 이슈의 중심이 된 유승민과 김무성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투쟁이 과연 선거 구도를 다여다야로 전환시키고, 선거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착시현상일 뿐이다.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지금의 상황은 결코 다여다야의 선거구도로 바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유승민의 탈당과 김무성의 투쟁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는 새누리당이 친박 대 비박으로 분열되었다는 착시현상 내지 신기루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박근혜 정권 심판을 위해 당선 가능한 야권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는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유승민과 김무성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투쟁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선거승리로 귀결되는 역설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분명히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제거되었고, 그 자리는 모두 '진박 후보'들로 채워졌다. 이런 오만방자한 공천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는 유권자의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나는 유승민·김무성의 대 박근혜 투쟁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할까?


그것은 새누리당의 분열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비박 무소속 후보는 아직 채 15명이 넘지 않으며, 그것은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만한 세력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결국 여권 성향의 표는 새누리당에게 몰릴 것이다.

반면 야권은 완전하게 분열되었다. 국민의당은 호남은 물론이요, 승부처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후보를 냈다. 정의당도 많은 지역에서 후보를 냈고, 해산된 통합진보당 조직도 민중연합당으로 후보를 냈다. 결국 이번 총선은 다여다야 구도가 아니라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치러지는 것이다.

지난 24일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3월 4주차 주중 집계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는 41.2%, 부정평가는 51.4%였다.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9.6%, 3개 야당 지지율 합계 47.4%였다(더민주 25.7%, 국민의당 14.0%, 정의당 7.7%,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금의 여론은 총선이 여야 간의 1대1 대결구도로 치러진다면 야권이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야권의 궤멸이 예상된다.

'단일화=낡은 정치'의 덫에 빠진 야권

바로 직전 총선인 2012년 제19대 총선은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1개 여당 대 1개 야당의 1대1 대결구도로 치러졌다.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이었다. 야권 분열로 야권의 궤멸이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 비하여 그야말로 꿈같은 성적이었다.

도대체 차이가 무엇인가? 국민들이 그만큼 더 보수화된 것일까? 지금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그게 답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제19대 총선에서는 야권연대와 단일화가 가능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그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왜 야권연대와 단일화가 어려워졌나? 그것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야권 연대와 단일화를 '뒷거래'요, '금단의 사과'이며, '낡은 정치'라고 폄하하는 보수언론의 공격에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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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012년 12월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세를 하던 중 예정에 없이 깜짝 등장을 한 안철수 전 후보가 자신에 매고 있던 노란 목도리를 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단일화와 선거 연대는 언제나 한국 보수 세력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었다. 한국의 정치구도에서 민주세력의 선거연대와 단일화가 없다면 언제나 보수정당이 필승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보수 세력은 항상 선거연대와 단일화를 '정치담합'이요, '권력만을 노린 게임'이며, '국민이 빠져 있는 낡은 정치'라고 공격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야권도 이러한 보수 세력의 공격논리를 수용해버렸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만든 '민주세력 필패, 보수 세력 필승의 덫'에 어느샌가 빠져 버렸다. 도대체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되었나?

그것은 바로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였다. 그 당시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다'는 비판과 그 이유가 단일화 프레임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민주당 내부와 일부 정치 평론가들에게 의해 제기됐다. 그것을 보수 언론이 이를 증폭시키고,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 국면을 거치면서 단일화에 매몰되어 대선에 졌다는 논리가 기정사실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대선 패배가 단일화에 매몰되었기 때문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 역시 단일화 없이는 승리하기 어려웠는데, 승리를 위한 단일화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 승리를 위한 단일화가 되려면 가능한 한 빨리 단일화에 집중하여 성사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즉, 단일화에 매몰되어 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일화에 집중하지 못해서 졌다.

'단일화=낡은 정치'라는 논리를 발전시킨 것이 야권분열을 통해 재집권을 노리는 보수의 전략이다. 이 전략에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은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무조건 뭉치면 산다는 식으로는 다 죽는다. 절대 야권 연대는 없다. 다자 구도가 더 유리하다"라고 공언하는 국민의당의 논리는 그들이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진보와 중도의 차이를 벌려서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보수의 정치 전략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야권 궤멸 위기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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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세력의 연대와 단일화는 한국의 선거제도와 정당구도의 근본 특징에서 기인한다. 한국 선거제도의 특징은 단순다수제라는 점이다. 한국의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선거제도와 소선거구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모두 단순다수제로, 한 표라도 표를 더 얻은 후보가 모두를 차지하는 선거제도다.

한국 정당구도의 특징은 새누리당계와 그 전신(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이 대부분의 경우 40% 전후의 압도적 지지율을 받는 제 1당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한국 선거제도의 특징인 단순다수제와 정당구조의 특징인 '새누리당의 압도적 우위'와 결합하면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항상 손쉽게 승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막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40% 지지의 보수정당 외의 다른 정당들이 연대하고 단일화하면 보수정당과 겨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997년 대선에서는 DJP연대로,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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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8년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DJP합의 1주년 기념 만찬을 갖고 밝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이처럼 선거연대와 단일화가 있었기에 정권교체가 가능했다. 정권교체와 같은 권력에 대한 견제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선거연대와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뤘고, 한국 정치제도의 한계를 뛰어 넘었던 것이다.

지금 야당은 궤멸의 위기에 처해있다. 위기의 원인은 야당 분열이다. 지금 언론은 유승민의 '비박 무소속 연대' 추진과 김무성의 '옥새 투쟁'을 대서특필하면서 총선구도가 다여다야 구도로 전환되었다고 분석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야권 궤멸의 위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할 뿐인 착시 현상일 뿐이다.

지금 야당이 궤멸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가능한 지역에서만이라도 야권 연대와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 성과는 현실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국은 야권 지지자들에 의한 야권 후보 단일화, 즉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략적 몰아주기 투표밖에 해답이 없어 보인다.

유권자의 '전략적 몰아주기 투표'를 유도해낼 수 있느냐가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궤멸할 것이냐, 생존할 것이냐를 결정할 것이다.
#유승민 #김무성 #옥새 투쟁 #다여다야 #제20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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