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후끈', 벌들의 독특한 난방법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106] 벌들의 봄날 귀환이 감동적인 이유

등록 2016.03.28 12:10수정 2016.03.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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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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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여보, 이것 좀 봐요. 어디서 벌들이 이렇게 여러 마리 날아 왔죠?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0도에 육박했던 지난 주말, 텃밭에 도라지 예닐곱 뿌리를 옮겨 심던 C씨는 앙증맞은 꿀벌들이 밭 언덕에서 분주히 비행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남편을 불렀다. 이름 모를 들풀의 꽃대에 달린 새끼손톱만한 꽃잎들 위를 낮게, 그러나 생동감 있게 날갯짓을 하는 꿀벌들에게서 그는 새삼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꿀벌은 곤충 가운데 가장 먼저 활동을 재개하는 축에 든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꿀벌은 꿀을 생산하는 '경제 곤충'이자 세계적으로 연간 수백조 원 값어치가 있는 걸로 추정되는 과수 소득을 좌우하는 수분 매개 곤충이기도 하다. 여느 곤충과는 차원이 다르다고도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 꿀벌이 영하의 겨울철 얼어 죽지 않고 살아 남는 건 생명의 신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곤충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다. 일부 곤충들의 경우 자동차 부동액과 유사한 체내 물질을 만듦으로써 겨울을 나기도 하고, 상당수 곤충들은 애벌레 등의 형태로 땅 속 깊이 묻혀 동면을 한다. 이에 비해 벌은 '온몸'으로 사력을 다해 겨울을 이겨내는 축에 든다. 겨울을 나는 꿀벌들의 노력은 안쓰러움을 넘어서 숭고할 정도다.

몸을 떨어 겨울을 이겨내는 벌

늦가을 수은주가 움츠러들면, 꿀벌들은 한층 바삐 움직인다. 겨울을 날 식량, 즉 꿀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그러다가 대략 온도가 섭씨 10~14도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벌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벌들의 눈물 겨운 겨울나기가 시작되는 건 이즈음부터다. 벌집으로 들어간 벌들은 뭉치기 시작한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공 같은 모양의 겨울나기 진용을 갖추는 것이다.

겨울이 깊어가면서 수은주가 계속 떨어지면, 일벌들이 '난방' 활동을 본격화한다. 몸을 바르르 떪으로써 벌집 안을 데우는 것이다. 몸을 떠는 데는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 비축한 꿀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게 바로 이때다. 몸을 떨면 열이 나는 건 사람이 근육을 활발히 움직여 열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수십 혹은 수백 마리가 몸을 떨며 발산하는 열로 인해 벌집 안의 온도는 바깥 날씨가 영하일 때도 최고 섭씨 27도까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공 모양의 벌떼 바깥쪽은 기온이 7~8도에 불과하고, 이는 변온동물인 벌이 치사에 이를 수 있는 온도이다. 벌들은 동사 위기를 안팎 위치 교대를 통해 해결한다. 즉, 여왕벌이 자리한 중심부 근처의 따뜻한 곳에 있던 벌들이 바깥쪽으로 나오고, 대신 바깥쪽의 벌들이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는 것이다. 날씨가 한층 추워지면 서로 날개가 부딪힐 정도로 공 모양의 진용을 수축 시켜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장시간 차가운 외기에 노출된 뒤 체온을 회복하지 못한 벌들은 죽어나간다.

겨울 늦게 혹은 이른 봄 꽃들이 피기도 전에 날씨가 예외적으로 따뜻한 날 벌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분비물 같은 쓰레기와 숨진 동료들의 사체를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서다. 여왕벌과 새끼들을 위해 비축해 둔 꿀의 소모를 최소화하는 한편, 난방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회적 곤충인 벌들의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와 '용기', '헌신'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하는 인간들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봄 #꿀벌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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