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킹>
니케북스
<오션킹>의 주인공 왐은 알제리와 프랑스의 핏줄이 반반씩 섞인 흙수저다. 오랜 기간 백수 탈출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갔다가, 짧은 영어실력 탓에 유람선 '오션킹'에 일명 '조커'라 불리는 잡부로 취직한다. 꿈에 부푼 시간도 잠시, 왐에게 펼쳐진 세계는 헬조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악몽이야. 내가 꿈꾼 건 <러브 보트>였는데 돌아온 건 <레미제라블>의 리메이크판이라니!"초호화유람선 '오션킹'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유럽인들은 배에서 감독하는 일을, 흑인과 인디언들은 음식을, 아시아인들은 손재주가 필요한 일을, 짜증나는 일들은 남미인들 담당이다.
이도저도 아닌 주인공 왐은 샤워실의 넘치는 물을 닦아내고, 기관실의 바퀴벌레를 박멸하며, 하수관에 낀 때를 닦아내는 것도 모자라 바지가랑이에 매달리는 개 플러키의 성욕도 해결해 줘야 한다. 이런 '졸라 빡치는' 현실에 내뱉는 왐의 자조는 애처롭기만 하다.
"영화도 마찬가지야. 람보는 당연히 스탤론이지. 딴 배우는 안돼. 만델라 역이라면, 모건 프리먼이 나아, 우디 앨런이 나아? 이런 게 바로 우리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증거야. 인간은 평등하지 않아. 평등하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계급사다리의 맨 밑에 있는 왐은 마치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있는 것만 같다. 도무지 앞칸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인생은 아이러니라고 했다. 개 플러키는 자신의 성욕을 해결해 준 왐에게 보답을 한다. 플러키와 함께 개뼈다귀 인형을 쓰고 공연을 하는 왐의 슬랩스틱에 관객들이 환호하고 나선 것이다.
왐의 공연과 관객들의 환호를 지켜본 매니저는 왐에게 허드렛일을 그만두고 플러키와 공연만 하도록 지시한다. 플러키와의 공연으로 유명세를 탄 왐은 우연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를 웃기게 되는데, 맙소사 이 아이의 부모가 오션킹의 선주와 친구인 것. 이제 아이 부모의 도움으로 설국열차 앞칸으로 진출한 왐은 거칠 것이 없다. 유한마담을 꼬시기 위해 경쟁하는 중년의 게이와 노년의 제비간 세대 갈등을 중재하기도 하고, 평소 자신을 갈구기에 여념이 없었던 유람선 십장 존 쿠퍼에게는 빅엿을 날린다.
<오션킹>은 픽션이다. 그러나 최저 시급을 받는 비정규직의 밑바닥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헬조선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이 생각나 논픽션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착각이 든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언어다.
거칠고 활기차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유머와 위트, 은유로 가득한 저자의 언어는 우리에게 진부함과 우울, 농담, 부조리와 가식으로 채워진 유람선 안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니 헬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고된 현실 속에서 <오션킹>이라는 망중한을 즐겨봄이 어떠한가.
오션킹
슬리만 카데르 지음, 이수원 옮김,
니케북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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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청춘이여, 천국행 유람선 오션킹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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