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학교 수업 모습
정광임
로스킬레 초중등학교에서는 4학년 이상이면 컴퓨터와 스마트보드로 수업을 한다는데, 실제로 수업장면을 참관하니 아이들이 개인 노트북을 책상 위에 놓고 있었다. 8학년 국어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은 5, 6명씩 모둠이 되어 둘러앉아 소곤소곤 대화를 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몇 명의 아이들은 아이폰을 끼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교사는 학생과 동등한 위치에서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셋째,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보장되어 있었다. 중3을 졸업한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고, 10학년을 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거나, 1년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에프터스쿨에 갈 수도 있다.
코펜하겐 길거리에서 만난 이다는 코펜하겐대학에서 수사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중3을 졸업하고 바로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에프터스쿨에서 1년동안 쉬면서 인생을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유를 가지고 찾아가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대학생들과는 달랐다.
넷째, '옆을 볼 자유'는 인생 곳곳에 보장돼 있었다. 에프터스콜이 중3 졸업생을 위해 1년간 쉬어가는 시간을 준다면, 고3 졸업생에게도 대학을 가기 전에 6개월 동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호이스쿨이 바로 그것이다.
호이스쿨은 덴마크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그룬트비 목사가 '살아있는 교육'을 주창하면서 1840년대에 만들기 시작했는데, 에프터스쿨의 모태가 된 것이기도 하다. 그룬트비는 호이스쿨을 통해 덴마크의 농부들은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어갔다.
우리는 발레킬레 호이스쿨을 방문했는데, 이곳은 게임을 통해 창의성과 호기심을 살린다는 취지로 게임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교사 토마스는 "1년간의 대화보다 1시간의 게임이 사람을 파악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각종 온라인, 오프라인 게임을 통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를 구현해내고 있었다. 어쨌든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직행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면서, 옆을 볼 자유를 누리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고 있었다.
덴마크의 행복교육의 실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하니 우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학생들이 가고 싶은 즐거운 학교가 하나 둘 더 늘어난다면 우리 아이들의 표정이 좀 변하지 않을까? 나부터라도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을지, 새로운 씨앗을 뿌리면서 꿈틀거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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