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 비정규직 시간강사 전유진 선생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저는 이 학교 성악과를 졸업해 미국에서 석·박사 마치고, 한국에서 강의를 한지 10여년 만에 시간강사법과 학교의 갑질 때문에 싸우고 있는 전유진이에요."
-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을 것 같은데 당시 어떤 심경이었나요?"11월 말에 후배 선생님들한테 전화가 와서 "성악과 강사채용을 다시 한대요" 그러더라고요.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임기가 5년인데' 그랬더니 믿을 만한 곳에서 들은 거라고 했는데 정말 사실이었죠."
- 보통 시간 강사 임기가 5년은 아니지 않나요? 특이한 경우인 것 같아요?"전국의 모든 대학 강사 위촉 계약서는 3/1 ~ 8/31까지 9/1 ~ 2/28까지 6개월 단위로 되어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2년에서 5년 정도의 임기가 있고, 어느 학과는 공개채용 없이 수십 년간 강의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서울대학교 성악과는 30년간 5년 단위로 강사를 채용했어요. 요즘은 학교가 1년 단위로 채용했다고 우기고 있고요. 5년 임기가 단순히 관례 문제는 아니기도 해요. 93년도에 이미 성악과 내규로 정했고요. 음대 관련 선생님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죠. 다른 학교들도 한번 채용하면 3년, 4년 강의를 하거든요."
- 5년 임기가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성악을 가르칠 때 4년, 5년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요. 1년은 선생님이랑 학생이 서로 익숙해지다가 끝나요. 강사마다 발성법이 다르니까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시간강사라고 해도 4년을 지속해서 배우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세요. 이제 학생들은 1년마다 선생님이 바뀔 거예요."
- 채용 공고 소식을 듣고 어떻게 대응을 했나요?"12월1일에 알음알음 친한 선생님 10명이 광화문에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강사들이 탄원서를 쓰자, 서명을 받자 논의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소극적이었어요. 아직 학교가 공고를 낸 것도 아닌데 미리 움직여서 찍히면 어떻게 하냐, 그런 의견도 있었죠. 그런데 저희가 모인 지 12시간 만에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알았더라고요. 내부 고발자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12월 3일 음대 홈페이지에 신규 채용공고가 났어요."
- 탄원서는 어떻게 했나요?"채용 공고 보니까 다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12월 5일에 시간강사법 시행이 유예된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들한테 전화하고,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사람들 모아서 총 41명의 서명과 탄원서를 12월 7일 총장, 교무처장, 교육부총장, 음대학장한테 이메일로 보냈어요. 지금까지 아무 답은 없었고요."
- 다른 학과에 비해 시간 강사 비중이 많은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성악과는 음대 공통필수 전공과목 말고도 성악전공과목만 20개가 넘어요. 다른 과와 비교하면 2~3배 많죠. 저만 해도 4학년 영어 딕션 과목 2학점 강의를 했어요. 딕션이라는 게 노래를 부를 때와 말할 때 발음이 다르거든요. 그걸 가르치는 수업인데 이렇게 딕션으로 배우는 언어가 이태리, 불어, 독어, 노어, 영어 5가지예요
그러니 각각 그 나라에서 유학하고 오신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죠. 특히 성악이 다른 악기와 가장 큰 차이는 언어가 있다는 점이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가사로 전달한다는 거예요. 악기의 경우 멜로디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하잖아요."
딕션 수업이 끝이 아니다. 장르에 따라 오페라, 합창, 종교가곡 등으로 과목이 나뉘고, 오페라도 역사, 이해를 배우는 강의가 따로 있다.
- 해야 할 전공 수업도 많고 가르쳐야 할 과목들 특성이 다르네요?"저희는 그래서 시간강사법이 적용되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가 없어요. 다른 학과에 비해 음대, 미대, 인문대의 경우가 시간 강사에 대한 수업 의존도가 높은데 만일 시간강사법이 통과되면 그 나라로 유학가지 않은 사람이 여러 과목을 강의하게 되겠죠. 물론 가르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을 다녀온 제가 독일,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온 선생님의 뉘앙스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인문학도 마찬가지죠. 중국 문학을 공부한 선생님이 러시아 문학, 영어 문학을 가르치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이 받는 거죠."
- 강사 신규 채용 과정에서는 별일 없었나요?"보도자료에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한다고 강조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저희는 서류 심사 때 연주 실적을 내요. 독창회를 했으면 100점, 2인이 했으면 70점 이렇게 점수가 있는데 작년에는 200점 이상이었던 커트라인을 올해는 100점으로 낮췄어요. 작곡과는 커트라인을 넘으면 서류 심사를 다 통과시켰는데, 성악과는 약 100여 명이 넣어서 33명이 통과했어요. 이번에 해고된 성악과 50여 명 중엔 11명만 올라갔어요.
이전에 커트라인이 200점일 때에도 채용되었던 분들이 서류심사를 통과 못한 게 말이 되나요? 작곡과인 부학장님하고 면담하는데 평가 기준이 우리와 생각하는 것도 다른 방식이라 그렇다고 해명하더라고요. 그래서 심사위원 명단과 점수를 공개하라니까 못한대요. 그게 공정하고 투명한 건가요?
서류 심사 통과하면 저희는 면접이 아니라 2차로 오디션을 봐요. 강의를 어떻게 진행할지 5분 내로 PPT 발표하고 질문에 답을 하고, 성악실기를 가르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입학시험 보듯이 노래를 하죠. 교수님 5명이 배석해서 평가하는데 이번엔 교수님이 2명만 들어오고 외부 전문가가 들어왔어요."
"우리 문제를 알리는 음악회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