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치는 더민주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 지도부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4.13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남소연
결과적으로,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와 외쳤던 "정계 은퇴" 배수진은 그를 어려운 상황에 빠뜨렸다. 문 전 대표는 선거운동 막판인 8, 9, 11, 12일 호남 곳곳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고, 호남 승리를 목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호남 승리를 목적으로 한 선언이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문 전 대표의 배수진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은 아니다. 우선 문 전 대표에게 호남 참패의 전적인 책임을 물기엔 무리가 있다.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자주 거론했듯 그는 호남 민심 이탈의 한 책임자이긴 하지만, 이번 총선을 이끈 당 대표도 아니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도 아니다. 이번 총선 결과만 두고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를 향한 지지를 거뒀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 있어서 그걸 돌리려면 한참 시간이 있어야할 거라고 본다"라며 호남 민심 돌리기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애초에 중과부적인 싸움이었음을 상기하며, 문 전 대표의 짐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더민주의 선거 승리는 문 전 대표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수도권 압승은 호재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반대하던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이 선거에)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미미하나마 문 전 대표의 공을 인정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그가 호남에서 내세운 '교차투표론'에서 명분을 찾을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곳곳에서 "정당투표는 마음에 있는 곳을 찍더라도, 지역구 투표 만큼은 더민주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선거운동 막판 '남행열차' 효과는 수도권에서 작용했다. 호남에선 이 호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수도권 유권자에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수도권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에 약간 밀렸지만, 지역구 투표에선 월등했다. "정당투표는 마음에 있는 곳을 찍더라도, 지역구 투표 만큼은 더민주 후보를 선택해달라"는 문 전 대표의 요청이 수도권에서 먹힌 셈이다.
안철수와의 재경쟁,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