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과 마을 그리고 시민이 모두 즐거운 일

수익창출-환경개선-목공체험 삼박자가 딱... 인천 남구 숭의목공예센터

등록 2016.04.15 11:43수정 2016.04.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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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는 지난해 12월 28일 숭의목공예센터(아래 센터) 개관식일 거행했다. 수도권 최초의 목공예 전용 교육시설이다. 지난 2013년 국토교통부의 '도시 활력 증진 지역개발사업'에 선정돼 설립이 추진됐다.


경인철도 제물포역에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가는 길인 참외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목공소가 즐비하다. 그 한가운데 센터가 있다. 센터 맞은편 창작공방을 포함해 동네에 조성한 텃밭과 꽃밭이 정겹다. 누군가 애써 관리한 흔적이 엿보였다.

지난 6일 센터에서 이태익 남구 평생학습관 교육지원팀장을 만났다. 그는 목공예체험을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를 받느라 한참 기다리게 했다. 동구 송현초등학교에서 온 전화였는데, 이 팀장은 "남구 관내 학교를 우선으로 체험교육을 진행하기에, 좀 더 알아보겠다"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남구 용정초교에서 전교생이 목공예체험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단다.

국가정책인 원도심 활성화 차원으로 시작한 일
   
  이태익 남구 평생학습관 교육지원팀장
이태익 남구 평생학습관 교육지원팀장김영숙
"새 학기가 되고 학교에서 목공예체험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와요.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 없잖아요. 센터가 생기고 문의전화가 많이 옵니다. 특히 목공예는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목재문화진흥회에서 운영하는 목공교실이나 강원도 인제·양양 등에 있는 대규모 목공체험장도 있지만, 대부분 도심을 벗어나거나 방문객들을 상대로 해 일회적인 체험프로그램이 많다.

이곳 센터는 도심지에 있어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강습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평구청소년수련관에서 목공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최근 인천대공원에서도 센터와 비슷한 목공체험장 건립 계획이 있다. 창작공방과 센터를 만든 계기와 과정이 궁금했다.

"남구는 전형적인 구도심 지역입니다. 2010년께 인천에서 개발 붐(boom)이 일었을 때 이곳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어요. 그러나 세계금융시장도 불안하고 개발 거품이 빠지면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가장 많이 취소된 곳이 남구였습니다. 당시 재개발 문제로 주민 갈등이 심화됐고 허탈해했죠. 국가나 시정부가 대안으로 원도심 활성화나 환경개선 등으로 정책목표를 전환할 시기였습니다."


남구는 2013년 국토부 사업공모에 센터 설립·운영을 응모했고, 그게 선정돼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주민이 주인으로 나서야 가능

여러 지방정부에서 다양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했다.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초기의 성과가 빛바랜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유지가 안 돼서다. 센터는 어떨까?

"2014년 10월에 숭의목공예마을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센터 건물만 짓는다고 지속성이 생기는 게 아니니까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마을을 개선하고 상가를 활성화해보자고 지혜를 모은 거죠. 목공 상인들을 모아서 취지를 설명하니까,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분들이 센터 건물을 설계하는 데도 참여하고 꽃을 심고 텃밭을 만드는 마을환경개선사업과 센터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센터의 운영주체인 거죠."

남구 숭의동 124번지 일대의 숭의목공예거리는 1990년대 초반 조성됐다. 동구 배다리에 있던 목공 상인들은 도로 확장으로 쫓겨나게 되자 자연스레 임차료가 저렴한 이곳으로 몰렸다. 톱밥과 먼지가 날리는 이곳이 지저분하게도 느껴졌지만 남구에서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판단했다.

"목재가구나 소품 등, 기성품이 많은 시대에 대단위로 맞춤 제작하는 곳이 모여 있는 데가 없잖아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 알아봤더니, 전국적으로 주문을 받고 있더라고요. 목공소 상인들이 적게는 20년에서 많게는 40여 년의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목공예거리가 조성된 상가 뒤편에는 눈에 안 띄는 작은 규모의 집들이 오랫동안 마을을 이뤘다. 그러나 이곳 또한 경인선 복선화로 철로를 확장하느라 주택을 철거하고 공터를 없애 마을이 축소됐다.

남구는 국토부 공모사업 콘셉트에 맞게 '도시 활력을 증진'하는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곳 목공예거리를 주목했고, 센터를 만든 것이다.

이 팀장은 "상인들은 수익을 창출하고, 마을은 환경이 개선되고, 이곳을 모르는 인천시민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 사업은 센터 건립과 마을환경개선 사업까지 포함해 예산 22억6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공동작업장·공동장비 등, 마을공동체 시험가동 중
   
 2013년 개관한 창작공방(왼쪽)과 2015년 개관한 숭의목공예센터 영향으로 숭의목공예마을 환경이 개선됐다.
2013년 개관한 창작공방(왼쪽)과 2015년 개관한 숭의목공예센터 영향으로 숭의목공예마을 환경이 개선됐다.김영숙

지상 4층에 연면적 496.27㎡ 규모인 센터는 목공 상인 공동작업장·목공예체험교실·전문강습실·전시홀·디자인 자료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3월부터 목공예 기초과정과 심화과정, 우드버닝·목상감·서각·목선반 배우기, 어린이 목공예교실이나 하루체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소수의 외부강사를 제외하고는 상인들이 강사로 나섰다. 그들은 지난해부터 목공 상인 역량 강화 교육을 받아 목공체험 지도사 1·2급 자격증을 땄다. 강사 활동을 하게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평생 물건을 만들어 팔아온 사람들이라 누구를 가르쳐본 적이 없는데, 새로운 경험인 거죠. 또한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부분 강좌가 끝나면 단절되는 것과 달리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강사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현재 협동조합에 가입한 점포는 16개다. 아직 의구심을 품고 가입하지 않은 상인들이 있지만 고가의 장비를 공동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센터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걸 보고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다.

센터가 완공되기 두 해 전인 2013년, 센터 맞은편에 있는 창작공방이 먼저 완공됐다. 남구는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목공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희망마을 창작공방'을 신축했다. 현재 이 창작공방에서는 목공예를 접목하거나 융합한 자개·한지·포크공예 수업을 시험적으로 하고 있다. 꽃차 만들기 수업도 하며, 평소에는 동네 노인들의 모임장소로 사용한다.

창작공방과 센터가 생긴 후 우후죽순으로 생긴 주민들의 텃밭을 마을환경개선 차원에서 정돈하고 나니, 주민들이 자연스레 교류하면서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협동조합 상인들은, 주민들이 좀 더 편하게 목공예를 체험하고 자신들은 숭의목공예마을만의 고유한 공동브랜드로 판매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센터의 공동작업 공간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되게 할 예정이다.

열린 공간, 모두 즐기고 나누게

 철로 옆 마을 안에는 정돈된 텃밭이 있다. 한 할머니가 텃밭을 돌보고 있다.
철로 옆 마을 안에는 정돈된 텃밭이 있다. 한 할머니가 텃밭을 돌보고 있다.김영숙

"남구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현재는 남구 주민이 우선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폐쇄적이진 않습니다. 목공예협동조합에서 운영하지만, 이 또한 폐쇄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열어야한다는 것에 조합원들이 동의했고요. 그러나 아무나 목공소를 차리면 기존 조합원들과 경쟁할 수 있어서, 조금씩 열어 상호보완적이고 협조적인 분위기를 만들려합니다."

지난 2월에는 전주시에서 견학하러 왔고, 얼마 전에는 국토부에서 실사한 후 센터의 프로그램이 좋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부평구 굴포천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보고 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목공예의 좋은 점과 전망에 대한 한마디를 부탁하자, 이 팀장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며 장점을 한참 열거했다.

"유행은 돌고 돌아요. 가구나 기성복도 마찬가지죠. 양장에서 기성복, 맞춤으로 취향이 변하는 것처럼 가구도 한때 기성품이 저렴해서 인기가 있었어요. 디지털 시대에 복고품인 아날로그를 찾는 것처럼 생활이 여유로워지면서 취미생활로 은퇴세대들이 목공예를 많이 찾습니다.

목공예 작업은 몰입도가 높고 창의성이 발휘돼요. 제대로 만든 작품이면 상품가치도 충분하고요. 부부가 배우거나 모자가 같이 배우기도 하는데 온전히 붙어서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서 표정이 밝습니다. 지인들께 의미 있는 선물을 줄 수도 있고요. 요즘은 목공예로 심리나 재활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센터를 찾아주셔서 다양한 체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숭의목공예마을 #숭의목공예센터 #창작공방 #남구 평생학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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