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도 못 받고... 뒤바뀐 빌라 호수의 비밀

인천 서구 거주 70대 노부부의 황당 사연... 402호인 줄 알았는데 건축물 도면엔 403호

등록 2016.04.15 16:42수정 2016.04.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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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매사이트에 올라온 노부부가 전세로 살고 있는 빌라의 도면 갈무리 사진. 노부부는 출입문에 표시된 402호에 살고 있지만 건축 도면에는 403호로 표시돼있다. 때문에 현재는 노부부의 옆집(빨간색 표시)이 경매에 넘어갔다.

경매사이트에 올라온 노부부가 전세로 살고 있는 빌라의 도면 갈무리 사진. 노부부는 출입문에 표시된 402호에 살고 있지만 건축 도면에는 403호로 표시돼있다. 때문에 현재는 노부부의 옆집(빨간색 표시)이 경매에 넘어갔다. ⓒ 장호영


70대 노부부는 인천 서구 경서동에 있는 빌라(15평, 49.6㎡)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3000만 원이다. 아들과 사위의 도움으로 집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살고 있는 빌라 주인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해 빌라가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최우선 변제'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노부부는 안심했다.

뒤바뀐 호수... 경매 진행에 발 동동

그러던 어느 날, 벨을 다급하게 누르는 소리에 문을 열고 나갔는데 옆집에 사는 세입자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옆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물었더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402호였는데 사실은 402호가 아닌 403호이고, 옆집이 403호가 아닌 402호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법원에선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 아닌 옆집을 경매에 넘겼다는 것이다.

집주인과 전세임대차 계약을 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했고 확정일자도 받은 노부부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들이 알아본 결과, 건축물 도면에는 노부부의 집은 403호, 옆집은 402호로 표시돼 있었다.

노부부의 집엔 '402호', 옆집엔 '403호' 표시물이 붙어 있었고, 빌라의 수도 계량기나 전기 계량기, 빌라 입구문의 번호키 등도 모두 노부부의 집은 '402호', 옆집은 '403호'로 돼있었다. 건설업자들이 건축물 도면과는 다르게 각 집의 호수를 바꿔 표시해 나타난 문제였다.

빌라의 호수를 원래대로 돌리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빌라가 지어진 지 5년이 지나 건설업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집을 경매에 넘어가게 한 집주인은 연락이 안 되는 상태였다.


아들이 이러한 사정을 법원에 설명해, '집주인끼리 만나 등기부등본상 소유주를 서로 변경해서 오라'고 하면서 경매가 잠깐 중단되기도 했지만, 집주인은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또 건축물 도면상 '402호'는 면적이 49.6㎡이지만, '403호'는 47.31㎡로 면적이 서로 달라 등기부등본상 소유주 변경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노부부의 옆집은 다시 경매에 들어갔다. 오는 19일 경매를 하는데 누군가에게 낙찰이라도 된다면, 옆집에 살던 세입자는 쫓겨나야 한다.


그러면 옆집 주인은 노부부가 사는 집이 자신의 것이라고 소송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노부부가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노부부 또는 옆집 세입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최우선 변제 대상자가 아닌가'라는 물음이 생길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되려면 임대차계약서와 전입신고서가 있고, 해당 집을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부부의 임차계약서와 전입신고서상으로는 경매에 넘어간 '402호'로 돼있지만, 점유하고 있는 집은 건축물 도면상 '403호'라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니다.

옆집 세입자는 반대로 건축물 도면상 '402호'를 점유하고 있지만, 임차계약서와 전입신고서 상에는 '403호'로 표시돼 있기 때문에 또한 최우선 변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등기부등본까지 확인했는데... 날벼락

노부부의 아들은 15일 <시사인천>과 한 인터뷰에서 "전셋집을 계약할 때 보통 등기부등본과 건축물관리대장은 확인하지만, 도면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는가. 당연히 등기부등본과 집 호수를 확인하고 계약하지 않나. 너무 황당하고 분하다"라며 "모두 어렵게 사는 상황에서 19일 경매가 낙찰되면 옆집 세입자는 쫓겨나고 결국 부모님도 전세금 한 푼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다. 법률 상담도 받았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402호와 403호뿐 아니라 빌라 전체 층의 호수가 모두 바뀌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서구청에 찾아가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봤지만, 등기부등본을 바꿔오라는 이야기만 한다"며 "건축물 등록 당시 담당 공무원이 도면대로 공사를 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층 주민들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서구청에 민원을 넣는다는 것 같은데, 구청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구 건축과 관계자는 "법원에 사정을 이야기해 봤지만 경매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집주인끼리 이야기를 잘 해서 등기부등본을 바꿔오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지방법원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건이라 민원인 법률 상담을 받고 그에 따라 대응하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인천 서구 #빌라 경매 #건축물 도면 #최우선 변제 #전세 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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