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이들의 꿈 4.16교육체제 안에서 실현되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15일 광화문 광장서 '하늘나라 우체통'에 보내는 편지 낭독

등록 2016.04.16 10:56수정 2016.04.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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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이명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5일 저녁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과 약속] 금요일엔 돌아오렴 세월호 이야기 2년, 빈자리의 기억과 채움의 약속'  공연 중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지난 14일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위로한 뒤 '하늘나라 우체통'에 띄운 두 번째 편지글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조희연 교육감은 "14일 팽목항에서 미수습자인 조은화 학생 어머니를 만났는데 그 절절한 아픔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 은화 어머니는 '은화를 다시 찾고, 마지막 가는 길에 수업 받던 교실을 들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더라"며 팽목항 소식을 전한 뒤 '하늘나라 우체통'에 보내는 두 번째 편지를 낭독했다.

다음은 조희연 교육감이 '하늘나라 우체통'에 띄운 두 번째 편지 전문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하늘나라 우체국'에 띄운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하늘나라 우체국'에 띄운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이명옥

 편지글을 낭독하는 조희연 교육감
편지글을 낭독하는 조희연 교육감이명옥

<하늘나라 우체통>에 보내는 두 번째 편지

봄날의 햇살은 따사롭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에 새겨진 노란리본은 더욱 짙어져 갑니다.

2014년 4월 16일 2주기를 앞둔 오늘, 세상에서 가장 슬픈 팽목항의 <하늘나라 우체통>에
다시 왔습니다. 아버지로서의 마음과 교육감으로서의 다짐을 편지 한 장에 담아. 모든 잡다한 일들을 내려놓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날의 아픔은 2년이 흐른 오늘도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250명의 꽃다운 학생들과 교사 등 304명의 희생이 우리의 역사 속 단지 안타까운 하나의 사건으로 남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어린 생명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우리 어른들은 반성하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세월호의 슬픔과 부끄러움은 이제 우리 교육에 있어서 변화의 시작이자 반성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세월호 이후 달라져야 하는 우리 교육은 '모든 아이가 행복해지는 교육'이어야 하며, 그것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교육감으로서 저의 소임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희생된 아이들의 꿈이 다른 방식으로나마 살아 돌아몰 수 있도록 1등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는 교육, '살림의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세월호 2주기를 즈음하여 우리의 교육과 안전에 대한 감수성은 세월호 이전보다 얼마만큼 더 깨어났을까를 생각해봅니다. 그날. 기울어져 가는 배 안에 그저 '가만히' 있어야 했던 아이들의 못 다한 외침을 좌표로 삼아 서울 교육은 더욱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과 함께 행동하고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희생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못 이룸 꿈이 세월호 이후 달라진 한국교육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을 저는 4.16교육체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반성하는 마음, 속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교육을 향해서 나아가겠습니다. 지금의 깨달음이 '사람이 먼저인 교육' , '안전한 교육'을 만드는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팽목항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파 가누기가 힘이 듭니다. 마치 때가 되었으니 의례적으로 찾아오는 손님처럼 보일까 걱정도 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조금은 더 떳떳한 마음으로 올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오늘만 4월 16일이 아닌, 1년 365일 매일 매일이 4월 16일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2016년 4월 15일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조희연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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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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