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청와대 앞. 다윤양의 부모는 매일 거리를 돌며 세월호의 인양을 호소해야만 했다
최예륜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의 아빠는 100번대 이후 희생자의 시신을 한 구 한 구 지켜봐야 했다. 바지선에 올라 수색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잠수사의 사망사건 이후로는 잠수사를 직접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먼 바다를 내다보며 '얘가 이렇게 속 썩일 애가 아닌데, 어디 저 섬 한켠에서 살고 있는 거 아닌가, 혹시 손을 흔들고 있지는 않을까' 헛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0월 28일 그날도, 시신을 발견한 잠수사가 여학생인 것 같다고 한 말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이제는 수술조차 어렵게 된 희귀병을 앓고 있는 다윤 엄마가 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이십년 넘게 쇠를 자르고 나르던 노동자, 다윤 아빠는 사고를 당했을 때 정부가 해야 하는 구조의 체계도 몰랐고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꾸려진 범대본을 이루는 정부 각 부서의 조직도도 몰랐으며 법이 자신의 딸의 죽음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수학여행을 떠난 내 딸이 저 바닷속에 있다는 것만 알았다.
600만이 넘게 서명했다는 특별법 서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 무엇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진도에 고립된 채 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미수습 희생자 가족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고립된 채 가족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희생자 가족들이 경험한 일이었지만 그런 일상이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너무 여러 날 반복되었고 지금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아홉 명이 아직 세월호 속에 있다. 어디 멀리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월호 속에 있다. 그래서 미수습자이다. 어떤 사고의 희생자라도 사고 현장 내에서 실종되었다면, 즉각 수습될 수 있어야 한다. 참사의 희생자들을 이토록 긴 시간 방치한 것 자체가 범죄다. 정부는 수색작업의 책임을 민간 잠수사에게 떠넘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철저히 외면하고, 인양 문제는 정치적으로 저울질하며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 과정에서 수색장기화의 부담은 오롯이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떠넘겨졌고, 그 부담에 못 이겨 결국 가족들이 수색종료를 요청하도록 종용했다. 수색 종료를 선언하고 곧바로 범대본 해체 수순을 밟은 해수부는 이미 사고 발생 직후 인양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끝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었다.
수색종료 후 유가족과 시민들은 세월호 인양을 위해 힘을 모았다. 심신이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미수습자 가족들이 일인시위 등을 이어가며 인양을 눈물로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권한과 위상을 대폭 축소해 진실규명을 오히려 가로막는 시행령을 내놓아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고자 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이 머리를 깎고 사지가 들려나가며 시행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수색과 인양문제를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정부는 1주기 즈음하여 비판여론이 거세어지자, 회심의 카드를 던지듯 인양 결정을 발표하였다. 구조실패-수색 부실-인양 미루기, 총체적 무책임으로 일관한 정부의 대응이 이토록 긴 시간 그리고 점점 더 깊이 미수습자 가족을 고통으로 내몬 것이다.
조속하고 온전한 세월호 인양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본격적인 인양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올 7월말을 인양완료를 목표한다지만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지금껏 사고 해결 과정이 피해자들의 요구와 투쟁 없이 된 일 하나 없듯 지속적 관심과 감시 없이는 세월호의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양작업 초기부터 가족협의회, 미수습자 가족 등의 참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여전히 인양과정에 관한 문제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있지 않다.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지속적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인양 이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눈물, 많은 국민의 서명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에 의해 구성된 특조위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4월 14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추모 법회를 마치고 함께 한 간담회 자리에서 조은화양의 엄마는 말했다.
"훼손 없는, 그리고 추가적 인명 사고 없는, 그리고 조속한 세월호의 인양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제 딸 은화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 수학여행 보낸 딸을 아직도 못 만나고 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아픔을 다시는 그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찾아주셔서, 제 얘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