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당선인(부산)이 14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배우 명계남씨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윤성효
- 이번 총선, 부산이 말 그대로 '디비졌습니다'. 많은 분이 놀라셨을 겁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을 국회의원 당선인을 전화로 연결해 당선 소감과 앞으로의 의정 활동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이시죠? "3번 떨어지고, 4번째 당선됐습니다."
- 몇 년 동안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신 거죠?"2004년도에 (부산에서) 처음 출마했는데요. 2000년부터 남구의 '푸른 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노무현 대통령 지지 모임을 시작으로 한 걸 보면 남구에서 16년 동안 활동을 한 거죠."
- 주위에서 축하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번에는 될 줄 알았다', '거기 뭐하러 나가냐'는 분들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많으셨고... '이제는 너도 한번 해야 한다'는 분들이 손도 잡아 주셔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 참여정부에서 정무 비서관을 지냈고, 2005년 최연소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맡으신 거로 아는데요. 왜 이렇게 부산을 고집하셨나요?"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거기서 대학을 졸업했고, 김영삼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을 했고... 부산에서 정치를 시작했죠. 사실 저는 부산 사나이로서 부산에서 어쨌든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소명이라 여겼어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받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요. 결국, 지역주의 극복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번에 만약 안 되더라도... 제가 지지율은 40% 이상으로 받아 왔는데 이번에도 좀 받으면 다음에 누구라도 나오면 되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게 소명이었습니다."
- 이번 선거운동 기간 지켜보니, '마지막 도전'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오시더라고요. 도로 바닥에 몇 시간씩 무릎을 꿇고 지지호소를 하셨는데요. 진짜 마지막이라 여기셨나요?"네, 가족들에도 너무 짐을 지웠고, 주민에게도 미안하고... 자주 나오면 식상하잖아요? 저 말고도 후배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 정도 하면 노무현 대통령님께 부끄럽지 않게, '할 만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부끄러웠습니다. 19대 정치가 타협도 없고, 우리끼리 매일 집안싸움에 이념 논쟁만 하고. 새누리당은 불통이고 정치권에 31년 몸담으면서 너무 부끄러웠고요. 가족에 너무 부끄러웠고, 너무 정체된 이 지역도 미안했고. 그 세 가지 미안함에 무릎을 꿇었었죠."
- 문재인 전 대표가 부산에 출마하지 않았고, 조경태 의원(새누리당 부산 사하을 국회의원 당선인)도 새누리당으로 갔고. 부산 선거에서 더민주가 5석을 차지했는데 이 결과를 예상하셨나요?"새누리당이 민심의 두려움을 너무 몰랐던 것 같고요. 이번에는 민심이 천심이고. 우리가 민심을 우매하게 보기도 하는데, 사실 민심이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돌아다니면서 민심을 너무 느꼈던 게 '새누리당이 오만하다', '이제 그만하라'는 얘기가 많으시더라고요.
부산 지역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자리가 별로 없어요. 일부 똑똑한 사람은 서울로 가지만, 지방 출신은 취업도 잘 안 되고... 50, 60대의 좌절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볼 때는 자식이 어려우니까 무언가 변화를 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그게 민심 변화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새누리당 유세 현장이 매우 싸늘하더라고요. 김무성 대표가 박민식 후보(새누리당 부산 북구강서갑 국회의원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는데 일부 아주머니는 '큰 도둑놈'이라는 비판을 하시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피로함을 보여 주셨어요. "저희한테 여기서 밀착형으로 고생한 야당 후보에게 표를 많이 주셨고, '너희가 부산을 한번 바꿔 봐라', '경쟁을 해봐라'는 표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저희가 전재수 후보(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강서갑 국회의원 당선인)를 만났었는데요. 모르시는 분들도 '재수야', '재수야' 하면서 친밀감을 보이시더라고요. 박재호 당선인도 '재호야', '재호야' 하셨나요? (웃음)"저는 더 심했죠. 세월이 더 오래됐으니까. 제가 용호동 도롯가에 있는 상가 주인은 다 (저를) 아십니다. 저도 지나가면 '저 형님, 뭐 하고 있다' 다 알아요. 다 형, 동생이고 누님이고. 오랫동안 있어서 이번에 되고 나니 좋아하시는 분이 많았고, 제가 잘해야겠고,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더 많은 부담을 가졌죠."
- 문재인 전 대표가 경남에도 유세 지원을 했는데 표심에 영향을 줬나요?"특정 후보가 부산이나 이런 곳에서 '영향을 줬다', '안 줬다' 보다는... 전체 변화에서 문 전 대표님의 역할도 있을 거였고. 지역 민심이 공약을 보고 판단하는데 더 중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부산 시민의 지지가 내년 대선까지도 이어지리라 보십니까? "그건 저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죠. 민심이 참 무서워서 이 (부산에서 당선된) 다섯 명이 부산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하는지, 진짜 진실성이 와 닿는 것인지. 또다시 이념 싸움이나 소통 불능에 빠지는지를 지역 주민들이 유심히 보시겠죠. 그걸 보고 판단하시는 거지. 지금 당장 바람이 어떻다고 말하기는 무리고요. 저희 다섯 사람이 진실성 있게 시민들에게 다가서고, 겸손하게 잘하는 것이 민심의 동요를 계속 일으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 선거 운동하실 때 어떤 점을 강조하셨나요? "부산에서는 '여당과 야당을 경쟁시켜 달라', '우리는 누구 눈치 보지 않는다. 공천받으려고 아등바등 안 하고 한번 할 거면 옳게 하겠다', '우리 잘못도 먼저 반성하겠다', '이념 논쟁은 절대 하지 않겠다', '민생 문제부터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그런 공약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한번 기회를 달라', '박재호가 31년 정치하면서 이런 타협 안 되는 정치를 처음 봤으니 가서 소신 있게 한번 해보겠다'고 호소를 많이 했죠."
- 새누리당 지지층이 막판에 결집할 거란 생각은 안 하셨나요?"걱정했죠. 그래도 새누리당이고, 우리 지역이 유권자 나잇대가 높고, 교통이 원활한 것도 아니고 막혀있는 지역이라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요. 이건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진단 생각도 했고, 저도 막판에는 분위기가 좋으니 '이기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새누리당은) 조직력이나 그분들을 끌어모아서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저는 거리로 나가서 인사해야 하고, 그쪽 조직은 오랫동안 조직돼있어서 주민을 모으라 하면 확 모을 수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막판에 4% 정도로 이겼는데요. 출구조사와 비슷하게 나오는 것 보고 '이번에는 그런 조직력이 있어도 진실성이 통했고, 몇십 년간 발로 뛴 걸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 며칠 전 트위터에 올린 사진 보니까 '늘 서민들과 함께했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정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하셨던데 어디서 쓰신 겁니까?"당선되고 나서 봉하마을에 가서 그걸 적었죠. 요즘에는 '노무현 패권'이니 그러는데 저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억울한 건 하소연할 때도 없고, 제도에 의해 잘못돼서 한평생 말못하는 서민들을 위해 실용주의를 했던 노무현 대통령,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자' 그분의 뜻을 좋아하고, 그 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서민 중 서민이지만, 그런 분들의 아픔을 너무 많이 봐왔고, 세 번 떨어지면서 그 떨어짐이 제겐 스승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하고자 했던 뜻을 진심으로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고, 그분처럼 못 되겠지만, 최선을 다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편안해지지 않겠습니까? 일방적으로 한쪽이 과하면 멸한다고, 잘못하면 우리 사회 붕괴점이 될 원인이 될 수도 있거든요. 제도나 법이 저 혼자 안 되면, 4년 동안 저라도 외치면 누군가 뿌리내리지 않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시민 호소문을 보니 제목이 이렇더라고요. '부산 부활, 준비됐습니다. 3분의 1만 주십시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부산을 부활시키실 겁니까?"조금 전에 말씀드렸듯 부산이 너무 정체돼 있고, 경쟁 없이 무조건 공천받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극지 연구소 가져올 때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의원도 있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도 괜히 싸움에 휘둘려서 위에서 얘기하면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예를 들어, 플래카드 전쟁 비슷하게... 대구에서 플래카드 붙이면 또 붙이고. 부산 부활을 위해 경쟁 체제가 도입됐으니까 저희가 먼저 가덕도 특위도 만들고, 부산 발전의 초석이 무엇일지,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 하려고 합니다."
- 중앙정치도 하셔야 할 텐데요. 국회에 가시면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의정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일단은, 부산이 문화나 이런 쪽에 취약한 도시죠. 제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했으니 그런 쪽 상임위에 배치해주면, 열심히 부산의 문화 발전을 위해 관심을 쓰고 싶고요. 두 번째는 지역 발전을 위한 곳이면 합니다. 용호동은 인프라가 부족하거든요. 교통이 막히고, 부산 쪽 지하철 건설부터 해서 과잉 건설이 될 수도 있는데요. 저희 쪽은 그걸 하면 관광 벨트가 연결돼서 이 지역뿐 아니라 부산 전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어요. 그런 쪽이 가능하면 하고 싶고요.
또, 서민을 위해 법을 고치는 방법. 미국이나 유럽에서 우리가 자본주의를 가져 왔잖아요. 제도나 시스템만 가져오고, 법은 하나도 안 가져온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미국에서 분식회계를 해서 감형 없는 50년을 받았는데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해도) 빨리 풀려 나오고... 사람을 하나 죽이면 무기징역인데, 100억 이상 사기를 치면 10가정이 자살하고, 엄청난 숫자가 힘들어지니 더 엄한 벌을 받게 해야 하고요. 세금이나 보험 같은 공공의 돈에 사기를 치면 엄한 벌을 줘야 하는데, 너무 (처벌이) 약하니까... 올바른 자본주의가 안착하려면 그런 법이 강화돼야 한다. 제가 그걸 요구하면 기득권의 엄청난 저항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씨앗을 뿌려 두면 누군가는 또 다음에 해낼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가 진짜 내가 세금 내면 옳게 쓰이는구나. 이런 시스템이 돼야 하고, 우리가 복지를 하더라도 그걸 떼먹기 위해 하는 행위는 걸리면 일벌백계해야 법치주의가 되는 거죠. 지금은 법 지키라 하면 없는 서민만 지키지. 있는 사람에겐 지켜집니까? 변호사 잘 쓰면 나오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죠. 말을 돌릴 필요도 없고요. 서민들 가슴에 진짜 힘든 게 그것입니다. 법원에 가보세요. 있는 놈들은 변호사 다 있는데... 없는 사람만 병납니다."
- 차기 당 대표 선출에 대해 언론에서 관심이 많은데 김종인 대표 합의 추대가 얘기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보십니까?"경쟁하든 합의 추대를 하든보다 당내에서 누가 대표가 되겠다고 하면 서민들을 위해 이런 제도를 고치고, 이런 식으로 법을 고치고, 이런 식으로 당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하면 무조건 찬성입니다. 이제는 친노 패권 개념을 떠나서요. 당내에서도 민주적인 절차가 있는데, (김종인 대표가 당 대표로) 추대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고, 서민이 잘사는 세상을 위한 제도와 법을 1년 안에 뭘 하겠다 하면 무조건 당 대표가 돼야죠."
- 비전이나 목표가 먼저란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옛날처럼 어영부영 여러 사람 거닐었다고 하는 게 아니라 뭘 하겠다는 로드맵을 정확히 내야죠. 수권정당이 뭡니까? 그건 국민을 위해, 서민을 위해 속 시원하게 하겠다. 이거는 양보하고, 이까지 하겠다가 돼야지. 이런 거 없이 우리끼리 싸움하고, 이념 논쟁하면 말도 안 되는 거죠."
- 이번 총선 승리해서 지도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그런 건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생각하는 수권정당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친노 패권이니 뭐니. 그런 게 어디있어요. 그게 있으면 이기면 되잖아요. 국민한테 평가받아서 이기면 되는데 그걸 못하면 자기들이 그만한 비전을 제시 못 한 것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순수한 뜻하고는 완전 다르게, 서민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서 뛰어넘는 걸 보여줘야 인정받는 거지. '노무현 패권이다'. 자기가 비전 제시를 못 했으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 끝으로, <팟짱> 애청자분께 한마디 해주시죠."저 오랫동안 기다려 왔고요. 한번을 하더라도 속 시원하게 할게요. 한번 (국회의원) 하고 그만두면 어떻습니까.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면 속 시원하게 밀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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