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을에서 당선한 박재호 당선자(더불어민주당)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정민규
선거를 앞두고 박재호를 만난 적 있다. 몇 잔의 술이 돌았을 때 그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쯤 하면 노무현 대통령하고의 의리는 지킬 만큼 지킨 거 아닙니까"라던 그는 이전까지 부산에서만 세 번 총선에 도전했고, 세 번 패했다. 매번 지면서도 선거에 나오는 그를 주위 사람들은 '바보 박재호'라고 불렀다.
19일 만난 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박재호는 웃고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네 번째 도전에서 그는 당선했다. 이제 그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이다. 박 당선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어려운 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아내에게 미안한 '바보' 정치인 당선을 확정 짓던 날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내였다. 지난해 11월 암을 이겨내지 못했던 아내는 그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박 당선자는 "당선 순간 이 길을 왜 이렇게까지 고집했을까 하는 후회감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성취는 했는데 빈자리는 컸다.
부산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사는 것만큼이나 야당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그는 잘 안다. 아내는 생전 그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낼 동안 고정적인 월급이 나왔을 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박 당선자 역시 "차 기름 한번 넣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고 말할 만큼 어려운 시절을 겪어야 했다. 아내는 방문 학습지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집사람도 그렇게 됐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60 넘어서까지 도전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내가 47~48% 받으면 다음에 누군가는 한번은 안 되겠느냐는 마음으로 선거하자고 생각했어요. 근데 선거 중반 넘어가면서 사람들을 만나보니깐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이번에는 확실히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선거 막판 그는 대로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것은 반성이기도 했다. 박 당선자는 "힘들 게 사는 주민들을 만나 보니 직업으로 정치하는 사람이란 게 미안했다"고 했다.
"무릎을 꿇는데 진짜 눈물이 나데요. 부인한테 최고로 미안했고, 지역 구민들한테도 미안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서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정치해왔는데, 사람들이 자식들 취업도 안 된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직업 정치인으로서 너무나 미안하더라고요." '바보 노무현'에게 지키고 싶었던 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