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궤열차 지나는 길, 원숭이를 위한 다리라니

[서규호의 낭만 일본기차여행 ⑪] 대자연의 협곡을 달리는 구로베 협곡 토롯코열차

등록 2016.04.26 16:55수정 2016.04.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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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5월이 되면 신춘(新春)이 돌아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열차는 일반열차가 아니지만 봄이 돌아오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 구로베협곡(黒部峽谷)의 토롯코열차를 타기 위해 모입니다.


다테야마구로베알펜루트(立山黒部アルペンルート) 북쪽에 위치한 구로베 강은 3000m 이상의 일본 북알프스에서 흘러 내려 V자 협곡을 만들어냈는데, 그 계곡을 따라 운행하는 열차가 바로 이 열차입니다.

a  대자연과 함께 하는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 오픈카

대자연과 함께 하는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 오픈카 ⓒ 서규호


덴테쓰도야마역(電鉄富山駅)에서 출발해 우나즈키온천역(宇奈月温泉駅)에 도착하면 관광객들이 이동하는 길로 같이 천천히 이동합니다. 길 왼쪽으로 주황색 미니 기관차들과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아담한 객차들이 눈에 보이면 드디어 구로베협곡 철도 우나즈키역에 도착합니다.

우나즈키역(宇奈月駅) 에서 게야키다이라역(欅平駅)까지 20.1Km의 협곡을 평균 시속 16Km로 1시간20분 동안 대자연을 느끼며 관광을 하게 됩니다. 표고 224m의 우나즈키역에서 열차를 처음 만나는 느낌은 마치 아담한 놀이공원 전차의 느낌이죠.

3, 4명이 앉으면 꽉 차는 미니기차인데요. 역사를 살펴보면 1923년에서 1941년 사이 구로베 강의 수력발전용 자재와 인력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협궤열차로, 지금은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관광열차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a  구로베협곡 철도의 창문 객차인 릴렉스 객차

구로베협곡 철도의 창문 객차인 릴렉스 객차 ⓒ 서규호


객차의 종류는 3가지로 운행을 합니다. 가장 저렴한 가격에 운행하는 오픈형 객차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구로베 협곡의 대자연을 몸으로 느끼기 충분해 이 객차를 추천해 드립니다. 특별실 객차와 릴렉스 객차는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 비바람이 불 때는 이 객차를 이용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추가요금이 발생이 되지만요.


열차는 우나즈키역을 천천히 출발해 빨간색의 신야마비코다리(新山彦橋)를 만나게 됩니다. 길이 166m로 노선 중에 가장 긴 다리이고 이 다리를 지나는 열차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온천가에 울린다 하여 명명된 다리입니다.

a  협곡의 가장 험준한 지형인 구로나기역에 만들어진 하늘색 다리 아토비키다리

협곡의 가장 험준한 지형인 구로나기역에 만들어진 하늘색 다리 아토비키다리 ⓒ 서규호


보통 구로베협곡 철도 선전 사진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다리로 가을날에 빨간색 다리와 주황색 기관차 그리고 울긋불긋 물든 구로베 협곡 단풍은 최고의 장관을 만들어 냅니다.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우나즈끼 댐이 보이고 조금 지나면 갑자기 오래된 중세의 성(?)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일본의 오지에 웬 중세의 고성이냐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이곳은 성이 아니라 1993년에 만들어진 신야나가와라발전소(新柳河原発電所)입니다. 간사이전력(関西電力)에서 만들었고 발전출력은 41,200kw라고 합니다.

a 신야나가와라발전소 중세 고성(?)을 연상시키는 신야나가와라발전소

신야나가와라발전소 중세 고성(?)을 연상시키는 신야나가와라발전소 ⓒ 서규호


옥색의 구로베 강과 일본 북알프스의 만년설이 장관을 연출할 때 쯤 사람이 다니지 않을 법한 조그마한 현수교 하나가 보입니다. 원숭이를 위한 다리로 사루센용우 츠리바시(猿專用 吊り橋)입니다. 폭 1m 길이는 130m 높이는 15m로 댐 건설로 원숭이들이 지나가지 못해 이 다리를 만들어 주어 교행이 가능하게 한 배려의 다리라고 하니 대단하네요.

열차는 협곡의 심장부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점점 V자 협곡을 느끼게 됩니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면 열차는 구로나기역(黒薙駅)에 도착합니다. 벌써 표고 326m까지 올라왔습니다.

a  구로나기온천으로 가는 구로나기역

구로나기온천으로 가는 구로나기역 ⓒ 서규호


구로나기역에서 잠시 하차 후 계단을 지나 조금 걸으면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혼탕이 있는 료칸, 구로나기온천료칸(黒薙温泉旅館)을 만납니다. 이 온천이 바로 처음 출발했던 우나즈키온천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당일 온천도 가능해 여행의 피로를 잠시 풀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대 노천온천은 혼탕이오니 여성분들은 꼭 여성 전용 노천탕을 이용해 주시길 바래요.

구로나기역을 출발하면 다리가 나오는데 바로 아토비키다리(後曳橋)로 높이가 60m, 길이가 64m로 협곡의 가장 험준한 지형에 만들어진 하늘색 다리입니다. 이곳 구로나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배경으로 찍으면 주황색 열차와 하늘색다리가 어우러져 사진이 잘 나옵니다.

긴장감이 넘치는 협곡을 달리면서 관광객들은 연신 눈을 떼지 못하네요. 멀리 다시록포(出六峰)가 보입니다. 방송에서도 카메라를 준비하라고 하죠. 6개의 봉우리가 자웅을 겨루는 바위산인데 그 광경이 장관입니다. 드디어 1시간20여 분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착역인 게야키다이라역에 도착합니다. 

표고 599m 입니다. 시발역인 우나즈키역이 표고 224m이니 375m나 올라 왔습니다. 해발 종착역에는 전망대를 비롯해 족탕 그리고 온천과 산장이 있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이 모든 것들을 즐겨 보는 것도 좋겠죠.

a  종착역 게야키다이라역에 정차중인 토롯코 열차

종착역 게야키다이라역에 정차중인 토롯코 열차 ⓒ 서규호


혹시 모르죠. 갑자기 길을 걷다가 일본 원숭이를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터널 수 41개, 다리 22개를 지나 도착하는 종착역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면서 다시 돌아온 길을 내려 갑니다. 또 하나의 관광지인 구로베 다테야마알펜루트도 꼭 들러야 할 코스이니 주저하지 마시고 바로 지금 출발하세요!

[운행안내]
5월1일~11월 30일
우나쯔끼-케야케다이라 운행
소요시간 1시간 20분
편도 요금 보통객차 기준 1,710엔
#구로베협곡철도 #구로베협곡 #구로베다테야마알펜루트 #구로나기온천 #구로나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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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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