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고덕면에서 열린 한내장4·3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장에 내걸린 폐기물매립장 반대펼침막. 고덕면폐기물매립장반대투쟁위원회에 따르면 본래 내걸린 펼침막 100여장을 누군가 몰래 떼어가 새로 붙여놓은 것이다.
무한정보 김동근
충남 예산군 고덕면 몽곡1리에 터를 잡으려 파고드는 폐기물매립장이 평화롭던 마을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폐기물매립장에 관여했던 전직 마을이장이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이웃마을을 비롯해 고덕지역사회는 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한 K개발을 향해 책임과 분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폐기물매립장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된 몇몇 사람들이 선량한 주민들을 협박까지 하고 있다"며 이들에게도 공분하고 있다.
예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폐기물매립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주민동의를 받으며 100만원씩을 나눠줬던 전직 이장들 가운데 한명으로 지목된 ㅈ씨가 지난 20일 낮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ㅈ씨는 이틀 전인 18일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만나 사과한 뒤 폐기물매립장 일에서 손을 떼고 반대편에 서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결국 그동안의 행적에 대한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K개발이 폐기물매립장을 포기하겠다면서도 재추진할 가능성을 남겨 혼란을 일으키고, 이를 유치하려는 사람이 지역사회가 내건 반대펼침막 100여장을 떼어내 비난여론이 들끓던 차에 '자살' 사건까지 터지자 지역사회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한 주민은 "누군가 ㅈ씨에게 돈을 줘 폐기물매립장 유치에 앞장서게 한 뒤 일이 여의치 않자 이를 빌미로 협박을 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사법기관은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선 주변인물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지역인사도 "사례비가 얼마가 떨어지는지 몰라도 브로커들이 주민들을 협박하는 등 기를 쓰고 달려들고 있다"며 "지역사회가 말이 아니다. 한목소리로 막아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크게 걱정했다.
K개발 김아무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민들과 얘기가 안 되면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며 "이미 조건부로 가계약을 맺은 토지주와 부동산 관계자에게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도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하지만 그쪽(토지주와 부동산 관계자)에서 계약금을 주지 않아 우리도 이를 회수하기 위해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계약금 10억원만 회수하면 바로 손을 떼고 떠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ㅈ씨의 죽음에 대해 제기되는 K개발 책임론과 관련해선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처럼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K개발이 ㅈ씨를 죽였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선 대응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주민들을 속이고 금품을 앞세운 반환경시설 입주가 농촌사회를 얼마만큼 잔인하게 파괴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폐기물매립장이 환경문제를 넘어서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경우는 몽곡1리가 처음이 아니다.
수년째 마을에 들어서려는 폐기물매립장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예산군 대술면 궐곡1리도 이 문제가 조상 대대로 이웃에서 살아온 마을 주민들은 물론 작은아버지와 조카, 4촌 형제 등 가까운 친인척끼리도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몸살을 앓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런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예산군과 충남도 등 폐기물매립장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행정이 미온적인 태도나 기계적인 중립을 지킬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충남연구원이 21일 발간한 충남리포트 218호에서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사업장폐기물로 인한 주민 피해와 갈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행정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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