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래는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색깔 있는 인터뷰>
-4.13 총선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서 컷오프된 뒤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의 손을 잡고 끝까지 노력해서 당선시킨 주인공이 있습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의 유세단'이라 불렸던 <더컸 유세단>이 있죠. <더컸 유세단> 단장으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던 사람입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19대 국회의원 정청래 의원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셔서 앞으로의 행보와 정치 후일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컷오프되시고 나서 상심을 많이 하셨잖아요. 많은 사람이 '아마도 탈당해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하고 그랬는데 결국, <더컸 유세단>을 꾸려서 후보 지원에 나서셨어요. 어떠셨어요? "행복했어요. 제가 컷오프되었는지 몰랐어요. 그동안은요. 제가 <더컸 유세단>할 때 하루 3시간 정도 잤던 것 같아요. 마포을도 붙박이로 뛰어야 하니까. 몸이 피곤하니까 마음이 아플 겨를이 없더라고요. 마음이 아프신 분들, 몸이 불편하도록 열심히 일하시면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어요. 요즘이 더 힘들어요. 그런 생각을 접었는데 '의원님도, 이해찬처럼 무소속으로 나갔으면 당선됐을 텐데 후회되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뜻밖에 많이 받아요. 그게 진짜 저를 생각 많이 해주시는 분들이에요. 제가 20대 국회에 못 들어가는 게 지금도 사람들 마음이 아픈가 봐요. '유승민도 되고, 이해찬도 됐는데 100% 됐을 텐데 선택을 잘못한 것 아니냐'. 제 주변 사람이 또 마음이 안 좋은가 봐요. 잊었는데 사람들 만나면 몇 명씩 그런 얘기를 해요."
-사실 저희가 정치부 기자 하면서 정치인을 많이 보지 않습니까? 원외에 있으면 힘들어요. 어떤 경우에는 영원히 (국회로) 못 돌아가기도 하는데. 앞으로 정청래는 어떤 정치를 할 건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거든요."한 부류는 '그때 무소속 나가서 20대 무조건 들어갔어야지'하고, 또 한 부류가 있어요. 어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는데 밑에 층 주민을 만났어. '아이고, 잘 되셨다. 손혜원이 당선되지 않았냐'고 너무 기뻐하시는 거야. 손혜원 당선된 뒤에 '축하한다', '잘됐다'고 문자를 많이 받았어요. 요즘도 양극단이 있어요."
-우선, 손혜원 위원장이어야 한다고 고집한 이유가 뭡니까?"손혜원 위원장이...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께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똑똑해요'.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돼있어요. '의리가 있다', '의정활동을 잘할 것 같다', '계산하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가 포함돼있어요. 둘이 있으면 그렇게 말해요. '여자 정청래네'. (웃음) 그래서 며칠 전에도 만나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많이 하나 봐요. '손혜원, 당신 정치를 해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데 자기는 그게 너무 불쾌하대요. '우리 둘은 절대 헤어지지 말고, 손혜원은 정청래고, 정청래는 손혜원이라는 말을 4년 내내 가져가자. 이 마음 절대 변치 말자'고 둘이 맹세를 하고. (웃음)"
-현실 정치에서는 이런 언약이 가능하겠나 싶어요. 정청래 의원은 그림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거든요. 그래서 '정청래는 정청래의 길을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아요."정청래도 정청래의 길이 있죠. 제가 했던 마포을의 공약, 길은 정청래처럼 차질없이 다 하겠다는 차원이고. 저는 손혜원 국회의원이 마포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저한테도 좋은 일이다. '정청래가 잘 모셔 왔다'가 돼야지. 그런 차원에서 둘은 100% 협력 관계, 동지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한 거고. 또 하나는 본인의 말씀이에요. 많은 사람이 '정청래하고 손혜원이 중간에 어그러지지 않을까'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다는 거예요. '그걸 보기 좋게 깨주자. 이것도 새로운 정치 문화니까 그런 모범을 창출해보자'는 거에요.
(손혜원 당선인이) 저하고 마인드가 잘 맞아요. 저도 결벽증이 있는데 그분도 있는 것 같아. 누군가한테 사익을 취하는 것 같고, 그렇게 보이면 저 스스로가 자존심이 상해요. 누구와 약속이 안 되면 그분이 기분 나쁜 것보다 제가 더 기분 나빠요. 그분도 그런 성격인 것 같아요. '자기가 꼼수를 부리고, 사익을 취하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에 대해 결벽증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적 운동에서는 동지 관계가 많았지만, 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우리가 그걸 깨보고 싶어요. 제가 처음으로 마포을에 (손혜원 당선인을) 모셔 왔을 때 선거운동하는 시의원이나 구의원이나...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얘기 안 했어요. '선입견을 품을 수도 있으니 직접 (손혜원 당선인을) 대하라'고 했어요. '저한테 물질적, 금전적 도움을 줄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가 (손혜원 당선인을) 모셔와서 반사이익을 얻고, 사익을 취하는 건 못한다는 거죠."
-당 얘기를 해볼게요. 선거 때까지는 당이 잘 왔는데 후폭풍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전당 대회 연기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제가 한 발자국 물러서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요. 총선 이후에 제가 할 만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총선 때까지는 <더컸 유세단>을 했었고, 소위 말하는 합의 추대론에 대해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여러 이야기를 한 뒤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내에서 나서서 여러 명이 저와 비슷한 말을 해서.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기에 당분간 조용히 당내 현안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데요. 다만,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 부분은 계속 (이야기) 할 예정이다. 한 지역구에서 선거 운동을 했던 당선자들과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거든요. 제가 94명의 지원 유세를 하지 않았습니까? 누구보다도 전국 지역구에서 벌어졌던 일, 지지자의 마음은 객관화시켜서 총선 평가에 도움 줘야겠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총선 평가를 주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말씀하신 대로 당 이야기는 SNS를 통해서 많이 말씀하셨고, 문재인 전 대표를 통해서 여러 분들이 '민주 정당에서 합의 추대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해요. '김종인 대표가 민주 정당의 질서나 운영에 대해 너무 모르시는 것 아니냐'는 말도 현역 사이에서 많이 나오더라고요. '최소한 민주 정당이면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정견을 밝히고, 투표를 받아야 하는 건데 합의 추대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문제에서 제가 물러서서 지켜보겠다는 것은 첫 번째, 제가 할 말을 다 했다는 거고. 또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 있어요. 전당대회에서 총 의견을 모아서 당론을 만들어요. 대체로는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을 모아요. 근데, 제가 의원총회 멤버가 아니거든요.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멤버가 아닌데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치 않겠다. 20대 국회 당선자끼리 총의를 모아서 잘 해나가시라는 입장이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할 만큼 했고, 더는 언급을 자제했다는 겁니다."
-당권에 도전할 뜻은 있으십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념무상이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당 대표를) 강력하게 요청받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이번 총선도 국민이 똑똑하셨잖아요. 족집게 투표를 하셨잖아요. 새누리당대로 심판해버리고,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로 응징했잖아요. 이야,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은 대한민국의 똑똑한 국민이거든요. 제게 페이스북 쪽지로, 트위터 쪽지로 등등 다른 경로로 '이번에는 꼭 당 대표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요. 수십 개씩 오는데 이분들이 진짜 똑똑해요. 전당대회 룰까지 분석해서 '(전당대회에) 나가면 된다'. (웃음) 우리 당의 전당대회 룰이 중앙대의원이 45%잖아요. 나머지는 사실상 여론조사거든요. 국민 여론조사 15%, 일반 당원 10%, 권리당원 몇%해서 55% 절반이 넘는 거예요. (그 사람 말이) 맞더라고.
룰이 바뀌지 않으면... 지난번 전당대회 때 중앙대의원에서는 꼴찌했지만, 나머지에서 일 등했잖아요. (네티즌이) '그때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중앙대의원에서 꼴찌는 안 할 거다'라고 하던데. 거기에 대해 답장은 안 하고 있죠. 예를 들어서, (전당대회에) '나간다'하면 와글와글할 수도 있고, '안 나간다'하면 실망할 수도 있는데.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이 다리를 뻗을 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뻗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고, 한편으로는 '당이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는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나 자신의 사명감도 있고 그냥 고민 중이에요."
-총선 이야기를 해볼게요. 현명한 국민이 적절한 의석수 배분을 해주셨어요.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1당을 만들어 주신 거거든요. 그렇다 해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하진 않아요. 어떻게 보세요?"두 줄 총평을 한다면 '새누리당, 준엄한 심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응징', '안철수 국민의당, 제3당 우뚝' 이란 말이죠. 유례없는 선거라는 것이 어느 당도 승리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총선이 끝나면 승패가 명확히 갈리는데 이번 총선은 어느 당도 승리하지 못한 결과죠.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고 자축하면 안 되는 선거입니다. 정당 투표에서 3등을 했잖아요. 그런 정당이 '승리했다'고 말하는 게 우습잖아요. 제3당이 출현해서 38석으로 우뚝 섰어요. 원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러나, 호남에서의 당선이었지. 서울에서는 2석인데... 제3당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전국 정당이다'라고 말할 순 없잖아요. 원내 진입했지만, (국민의당은) '우리가 이겼다'고 하지 못하죠. 한 줄로 간략하게 말하면 '어느 정당도 이기지 못했지만, 국민이 이겼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왜 이렇게 이기지 못한 선거 결과를 만들었을까'. 많은 분석이 가능할 것 같아요. 공천 문제를 꼽는 사람이 많아요."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한 이유는 서너 가지로 꼽는다면 첫 번째는 '친노 운동권 배제'라는 종편 프레임에 갇혀서 이해찬을 컷오프했죠. 그게 패착이었다. 이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건 총선 결과로 곧바로 입증됐죠. 영남에서 친노 운동권이 대거 당선됐죠. 수도권에서도 그 논리대로라면 친노 운동권이 당선되지 말아야 하는데... 정작, 부산과 김해에서 친노 운동권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고. 그 프레임이 갇혀서 컷오프한 건 잘못됐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두 번째는 역시 비례대표 파동입니다. 그 부분이 아주 컸던 것이 이것도 과학적 데이터 분석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총선 한 달 동안 '셀프 공천' 버즈량(온라인상 언급량)이 많았어요. 그전까지는 '정청래 컷오프'가 많았어요. 그 뒤에 제가 승복하고 지원 유세 다니면서 (정청래 컷오프로 인한 실망이) 좀 만회가 됐어요. 회복되던 와중에 셀프 공천이 터지면서 그때는 회복이 불능했어요. 호남에서 정당 투표에서 현격한 열세로 몰리게 된 계기가 그거였고요.
마지막에 제가 <더컸 유세단>을 다니면서 압니다. 문재인 전 대표 호남 방문 엇박자가 막판에 크게 작용했죠. 그러고 나서 문재인 전 대표가 그거 기억나세요? 막판에 지원 유세를 가니까 사람들이 구름처럼 왔잖아요. 원래 그렇게 문 전 대표가 가면 몰리지 않았어요. 지역구에서 폭망하면 문재인 전 대표가 정계를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문 전 대표 지지자 사이에서는 위기의식으로 다가온 것이죠. 김병관 후보 야탑역 막판에 갈 때는 5,000명 이상이 모였다고 하더라고요. 드론도 띄웠다고 하더라고요. 동원된 사람이 아니에요. 막판에 뜨거웠죠. 4년 전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죠. 문재인 위기론이 팽배해서 그런 거죠.
이런 세 가지의 변곡점이 있었고. 광주 가니까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김종인 대표가) 김대중 대통령 비례대표 얘기를 했잖아요. 그렇게 김대중 대통령을 폄훼한 것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호남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역할을 한 것을 피부로 느끼겠더라고요. 셀프공천 논란 때 김종인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하셨죠."
-말씀하신 대로 세 가지 요인은 많은 언론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종편 프레임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린 걸까요? "당 지도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언론이 종편 같아요. 이번 총선의 성과가 의미심장한 겁니다. 첫 번째로 꼽고 싶은 총선의 성과는 한마디로 하자면 'SNS와 팟캐스트가 종편을 이겼다'. 종편이 계속 주술처럼 새누리당을 일방적으로 편든 것 아닙니까? '새누리당이 200석은 할 수 있다' 등. 정청래는 한마디만 하면 대서특필하고, 윤상현 막말은 축소 보도했지 않아요? 종편이 주술을 외운 거죠. '더불어민주당 망해라', '새누리당 흥해라'. 결국, 국민이 그것에 현혹되지 않고, SNS와 팟캐스트 중심으로 한 여론이 종편을 눌렀다. 그게 제 관점에서는 가장 큰 성과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SNS와 팟캐스트를 듣는 계층들이 20, 30대만 있는 게 아닙니다. 70, 80대 어르신들도 듣습니다. 집중적으로 듣는 건 20대와 30대가 견인한 총선이었다. KBS 출구조사에 의하면 20대 투표율이 13.2% 올랐어요. 49.5%가 투표했어요. 30대는 6.2% 투표율 올랐어요. 30대 역시 50%대가 투표를 한 거죠. 19.4%의 투표율이 상승한 겁니다. 전체 투표율로 보면 6% 정도 상승해요. 20대 여론조사 보니까 70% 가까이가 야당을 지지했더라고요. 총 계산해보니까 4%정도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득표율이 상승했어요. 4~5% 박빙 지역은 20대, 30대 선거혁명군이 다 물리쳐 준 거에요. 수도권 압승의 승리 견인차는 SNS와 팟캐스트를 듣는 20대, 30대 선거혁명군이었어요. 이런 평가를 당에서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그건 뭐,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오래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웃음)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총선 끝나고 낙선했지만, 손혜원이 당선돼서 제가 또 당선된 거잖아요. 그래서 총선 민심탐방을 했어요. 지역을 돌아보니까 매우 놀라운 일이 총선 동안 벌어졌더라고요. 제가 슈퍼마켓에 갔어요. 50대 사장님인데 '의원님, 이런 일이 다 있네요'라고 하는 거예요. 피자 배달하던 20대 친구가 점심때 슈퍼를 찾아 왔대요. 왼손에 투표한 도장을 찍어서 왔대요. '저 투표했어요. 사장님도 투표하세요'라고 했대요. '너 투표 원래 안 하잖아?'했더니 '이번에는 해야겠더라고요. 투표하세요'.
떠보는 척하면서 사장님이 '너, 몇 번 찍었냐'고 물었대요. '아유, 당연히 2번 찍어야죠. 비례대표는 다른 거 찍어야 하는 거 알죠?' 그렇게 얘기를 했대요. 본인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놀라웠대요.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더 놀랐대요. 자기 친구인 중국집 배달 친구도 그렇게 하기로 했대요. 2번 찍고, 비례대표는 각자 알아서 찍자고 자기들끼리 결의를 했다는 거예요. 사장님이 '너희들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니?'라고 물어보니까 '피자집과 중국집에 오는 손님들이 다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는 거에요."
-20대, 30대 청년 계층이 계급론, 흙수저-금수저, 청년 실업 문제 등 최소한의 청년 문제도 내지 못하고 (정치권이) 이상한 재단을 만드는 것에 심판했다고 보고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팟캐스트가 남녀불문 장년층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팟캐스트 연령층이 넓어졌어요. 4년 전만 하더라도 젊은, 소수가 듣는 방송이었는데 저변이 확대된 것 같습니다."저도 그런 걸 많이 느끼고요. 이번에는 SNS, 팟캐스트가 종편을 이겼고, 그걸 듣는 사람들이 혁명을 일으켰다는 거고요. 또 하나 다른 말로 이 특징을 말하면 이전까지는 부모들이 자식들에 전화해서 '1번 찍어라'고 했다면 이번에는 20대 자식들이 부모에 전화해서 '엄마, 2번 찍으세요' 이렇게 난리를 쳤던 선거였다는 것이. 상암동에 사시는 분이에요. 저랑 동갑이에요. 강준식 씨, 상암동 조기축구회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인데 선거 3일 후에 전화가 왔어요. '의원님, 우리 딸한테 전화 좀 해주면 안 돼요?' 그래서 '왜요?' 했더니 '우리 딸이 대학교 2학년인데 장난 아니었어요. 이번에 친구들한테 그렇게 투표하라고 난리였다'. 그래서 '왜 그랬니?'라고 물어봤더니 '박근혜 정부가 한 게 뭐 있냐고 그렇게 전화를 하더라'는 거에요. 이번에는 20대들이 정말 49.5%? 절반이 투표한 거 아닙니까? 이건 엄청난 일입니다."
-2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도 변화의 가능성이 보여서 기뻐요."우리 동네 돌아다니다 보면 그런 일이 있어요. '이번에 선거 투표 안 할 생각이었다' 했지만, 선거 결과를 보고 '이민은 안 가도 되겠다'. 이번에 투표 결과를 보면서 국민이 '우리는 안 되는 게 아니라 되긴 되네'를 집단으로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한 분 얘기하고 싶어요. 상암동 사는 서영이 엄마. 대구 출신이에요. 친정이 대구에요. 전화해서 '손주들 생각해서 투표 똑바로 해라'고 난리를 쳐서 (서영이 엄마) 친정엄마가 딸 무서워서 2번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상암동 교회 다니잖아요. 정말 보수적인 분이 있어요. 평생 1번만 찍었던 분인데 이번에 2번을 찍었데요. 사위가 완전 제 팬이래요. 지겨울 정도로 전화했다는 거야. '어머니, 저를 봐서라도 2번을 찍어 주세요'라고 했는데 약속을 했데요. '알았다. 그만 전화해도 된다'. '우리 사위가 너무 팬이니 사인해달라'고 하시길래 해드렸어요. 이런 국민은 정권이 못 이깁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 정권과 국민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이긴다. 이 공식을 이번에 보여준 겁니다.
이번 총선 이후에 제가 격렬하다시피 3일 동안 분노의 트윗을 한 건 이런 거에요. 제가 <더컸 유세단>으로 유세 지원을 했어요. 가면 동원되는 운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여요. 이분들이 와서 했던 말들. 그분들이 저를 쳐다봤던 눈망울을 보면서 분노의 트윗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특정 이름을 말하지 않는 걸 이해해주십시오. <더컸 유세단>을 찾았던 분들의 당 최고 지도부에 대한 분노, 두 번째는 <더컸 유세단>에 대한 짠한 마음. 두 가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오셨어요. 와서 보면서 울고, '의원님, 힘내세요' 이런 게 많았거든요. 어느 국회의원이든, 언론이든 이걸 모르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그거에 대해 단 한 줄 평가하는 언론 보도가 없었어요.
우리 <더컸 유세단> 단원을 보면서 제가 정말 감동했어요. 저는 잘 알거든요. 이번 총선은 국민이 승리한 것이고, 너무나 고마운 선거 혁명군이 수도권 압승을 견인했다는 걸 잘 알고,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요. 근데, 당 최고 지도부에서는 '내가 해줄 만큼 했다'는 평가를 하는 걸 보면서 '내가 여기서 눈을 감으면 비겁함과 타협하는 거다'. 세상에 선거가 끝나면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겸허히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의례적이지만 당연한 거거든요. '내가 이 당에 와서 해줄 만큼 해줬다' 이거는 아니다. '내가 그렇게 잘했으니 합의 추대 해달라'는 뉘앙스로 말하는 건 제가 '정치를 그만두면 그만뒀지. 이런 꼴을 못 보겠다' 해서 (트윗을) 한 건데... 많은 분이 달을 보라고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정청래 의원 손가락 왜 다쳤어?' 이런 말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었어요."
-참, 비본질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이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요. 팟캐스트를 통해 판단력을 드리기 위해 아줌마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애들 밥도 안 주고 떠들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판단력이 국민에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 "낌새가 이상했어요. 선거 끝난 날 오전 11시에 총선 이후 첫 트윗이 뭐인지 아세요? '문재인의 가치'였어요. 총선 끝나고 나서 '문재인은 사라져야 한다'는 묘한 기류가 있더라고요. '막판에는 문재인의 가치가 수도권 승리를 견인해냈고, 문재인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무엇을 의미하냐'. 호남에서 패배한 것이 문재인 패배로 등식화해서 보면서 몰아내는 움직임을 순간 포착했죠. 총선 끝나고 합의 추대 얘기를 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의 가치를 말했어요. 그렇게 얘기하지 않으면 문재인이 너무나 곤란할 것 같더라고요."
-사람들이 눈으로 많이 봤을 텐데... 저희 생방송 무지하게 봤거든요. 광주에서는 동시 접속자가 1만5,000명이 넘었어요. 어마어마한 숫자거든요."팟캐스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의미한 흐름은 당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써 외면해야 하는 거예요. 그분들의 지지를 본인이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분들의 의견을 죽여야 해요. 제가 깔때기를 대자면 SNS나 팟캐스트에서 먹히는 정청래는 더 외면하고, 밟아야 하는 거예요. 그게 당내 역학 구도에요."
-뉴미디어 시대에 부응하는 민주 정당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구태 정당하자는 거에요?"저는 깜짝 놀란 게 '입당하라 전해라'. 문재인 전 대표 중심으로 온라인 입당 열풍이 있었잖아요. 그거에 대해 싫어하는 의원이 많더라고요. 입당하고, 당원이 늘면 좋아해야 하잖아요. 자기가 전당대회 나가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러면 안 된다고 보고요. 순리대로 가야지. 그렇게 하면 문제가 있는 정당이고, 그렇게 하면 정당의 기반이 흔들리겠죠. 국민과 함께 가야지. 여의도 안에 갇히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3번 정당이 되는 거죠."저는 다음 내년도 대선도 SNS와 팟캐스트로 종편을 눌러야 가능하다고 보고요. 20대와 30대 투표율이 높아져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 청년층 투표율 상승을 보면서 정권교체가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품었거든요. 근데, '당내에서는 온라인 당원이 늘어나면 나한테 불리하다', 'SNS와 팟캐스트가 판을 치면 나한테 불리하다'고 실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원내 1당이 되지 않았습니까? 실행하는 능력. 작다면 작지만, 크다면 큰.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됐으니 누리 예산을 즉각 시행한다든가. 국정 교과서 문제나... "국정 교과서 문제가 시행령이긴 하나 국회의 저촉을 받지 않도록 도종환 의원이 법안을 냈어요. 테러 방지법도 폐기안을 내던가."
-노동 관련해서도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쳐서 울산, 거제, 통영은 2만 명의 제조업 실업자가 생긴다는 것 아닙니까.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 것 없이 당 안에서 그러는 건 뭡니까?"또 한 가지. (당 지도부가) 자꾸 '친노', '친노' 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는 대다수가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이에요. 대다수가 그런데 거의 100% 할 겁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분들에게 맞게 당의 노선을 정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친노는 안된다?'. 제가 컷오프가 되고 나서 사람들이 우는 보기 드문 현상이 있었잖아요. 뭐였냐면, 그게 정청래만 컷오프된 게 아니라 자기도 컷오프된 거야. 심리적 동일체. 동일 의식이 있었던 거야. 저한테 제일 많이 했던 이야기가 뭐냐면 '의원님을 컷오프하면 의원님을 지지한 우리도 필요 없다는 거 아니에요?'. 정청래 컷오프가 정청래 만의 일이 아니었던 거에요. 그런 것처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고,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는 건데. '친노는 안 된다'고 해버리면 (그 지지자들이) '우리는 안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더불어민주당이)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할 것 같아요. 이미 수차례 문재인 전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행보를 통해서 '노무현 정신과 김대중 정신은 하나다'라는 메시지가 가고 있잖아요. 근데, '친노는 안 된다'는 표현이 돌아가신 분에도 이제 그분을 그만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것도 일종의 종편이 만들어낸 주홍글씨 같은 거잖아요."계파 이런 실체가 없지만, '친노 정청래다'라고 말하는 게 너무 싫어요. '나한테 친노, 비노 딱지 붙이지 마라. 나는 홀로다. 소주는 진로다'. (웃음) 이렇게 얘기했는데 또 하나 관점에서 친노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게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에요. 소수 계파의 보스가 아니라고요. 종편은 노무현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일개 무리, 계파의 수장으로 전락시키려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거예요. 왜 거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부화뇌동하냐고.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을 놓고 '친이 계파'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박정희 대통령이 옳고 그르든, 좋든 싫든 '친박정희계'라고 하지 않잖아요. 이거는 우리가 부화뇌동하는 거에요. 종편이 그렇게 딱지를 붙이려 하면 정청래처럼 하라는 거에요. '나는 친노, 비노가 아니다. 불의에는 격노고, 소주는 진로다'. 그래란 말이죠."
-끊임없이 종편에 휘둘리면서 종편 논리에 따라서 공천도, 당내 정책도, 입법 방향도 다 영향받을 거 아닙니까? 그럼, 무색무취한, 야당으로 존재감도 없는 정당으로 전락하게 되는 거죠."제가 까먹고 집에 갈 수도 있어서... 제가 총선 끝나자마자 말했던 게 '문재인의 가치'인데 읽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이 부분이 이슈에서 좀 벗어나 있거든요. 4월 14일 날 했던 트윗인데요. 리트윗이 2천4백51건이 됐네요. '문재인의 가치1'입니다. '호남 가서 보인 진정성이 야권 지지자를 결집해 수도권 결집을 견인해냈다. 선거 막판 지지자 결집 계기를 만들고, 젊은 유권자를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낸 것은 문재인의 공로다. 문재인은 더민주의 상수라는 걸 입증했다'. 또 하나 더 있어요. '문재인의 가치2', '호남의 결과가 안철수의 승리와 문재인의 패배라 생각하지 않는다. 수도권과 영남에서의 승리로 오히려 문재인이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호남에 고립됐고, 역설적으로 문재인은 전국 정당의 날개를 달았다. 국민은 위대하다'.
'문재인의 가치3', 마지막입니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승리했다. 이것이 호남의 승리이고, 안철수의 승리일까? 안철수와 호남은 일심동체일까? 호남 민심은 매섭지만, 호남은 위대하다. 문재인에 들었던 회초리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문재인과 함께 승화, 발전할 것이다'. 대체로 호남 분들이 지금 우울해요. 자기들이 찍었던 3번이 됐다고 해서 기쁘지 않습니다. 호남민은 위대하거든요. 항상 전략적 투표를 하고, 이번에는 3번을 대거 당선시켜서 더불어민주당을 혼내줬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애정을 거둔 게 아니란 말이죠. '더불어민주당, (선거 결과) 이거 봤지? 잘하란 말이야'. 이것이 정권교체에 힘을 발휘할 거라 봐요. 민주적 의식을 가지고, 사고를 하는 호남 분들이 계속 국민의당 3번을 대선까지 밀어줄 일은 없을 거라 봅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쭈고 싶은데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작년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말한 연합정부론이 있고요. 하나는 최근에 불거진 국민의당에서 나온 연합정부론. 사실, 이거는 새누리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요. 국민의당에서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 않지만... 이건 어떻게 보세요?"이건 지나친 '샅바 싸움'이다. 또 '이이제이론'이다. 이이제이에 대한 지나친 탐색전이라 생각해요. 그럴 수는 있다고 봐요. 이런 주장, 저런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거죠. 새누리당과 힘을 합쳐서 연정하면 정권교체가 아니죠. 우리가 새누리당과 협력하는 건 여당이죠. 우리가 정권교체를 하자고 주장하는 게 새누리당 정권의 잘못된 정책, 올바르지 못한 노선, 재벌과 특권층 중심의 정책, 남북 관계 파탄을 개선하고자 하는 거지. 연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건 국민이 정확하게 가르마를 타줄 거로 생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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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국민은 종편 '주술'에 안 속아, 전대 출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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