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사진기자 조오 로젠털이 찍은 이오지마 성조기 게양 사진은 해병대의 용맹성과 조국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이 되었다. 또 대형 동상으로 제작되어 미국 수도 워싱턴 외각에 세워져 관광명소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선에서 일본이 항복하기 6개월 전인 1945년 2월 23일 이오지마(유황도)에서 일본군을 제압한 미 해병대 병사들 중 6명이 그 섬의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미국 국기)를 꽂았다. AP통신 사진기자 조오 로젠털이 찍은 이 장면은 해병대의 용맹성과 조국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이 되었다. 또 대형 동상으로 제작되어 미국 수도 워싱턴 외각에 세워져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 사진의 주인공 6명 중 3명은 이오지마에서 전사했고 나머지 3명만 전쟁이 끝난 후 살아서 귀국했다. 생존자 3명 중 하나인 잔 브래들리는 영웅대접을 받으며 40년을 더 살다가 1994년 사망했고 그의 아들 제임스 브래들리는 2000년에 <우리 아버지들의 국기(Flags of Our Fathers)>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배우 겸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곧 영화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제임스 브래들리는 돈과 명성을 한꺼번에 얻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행운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사진이 찍힌 지 거의 70년이 지난 2014년 미국 네브라스카주 수도 오마하에서 발행되는 신문 <오마하 월드 헤랄드>가 특종기사를 보도했다. 미국의 한 무명 역사학자와 아마추어 역사연구가가 공동으로 밝혀낸 사실을 실은 것이다.
내용인즉, 이오지마 성조기 게양사진의 주인공 6명 중 한 명이 잔 브래들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본 두 사람은 사진 속 6명이 입은 해병대 군복이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잔 브래들리는 해병이 아니라 해군 위생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잔 브래들리는 성조기 게양에 참여하지 않았고 실제로는 후랭클린 수슬리라는 해병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아낸 두 역사광은 미국 해병대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해병대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브래들리의 아들도 "그건 말도 안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진실은 영원히 감춰지는듯 했다. 그런데 미국 최대 박물관의 케이블 방송인 스밋쏘니안 채널(Smithsonian Channel)이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다가 잔 브래들리 문제를 거론하자 해병대도 이번엔 정식으로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제임스 브래들리는 종전의 태도를 바꾸어 "그 유명한 사진이 찍히기 전 우리 아버지가 다른 국기 게양에 참여했는데, 아버지가 그것과 혼동한 것 같다"고 좀 애매하게 말했다. 브래들리 부자가 처음부터 진실을 알고도 숨겼는지, 아버지 브래들리가 정말로 착각을 한 것인지는 해병대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곧 알게 될 것이다.
이오지마 성조기 게양 사진은 퓰리처 보도사진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이 사진을 찍기 전 또다른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국기게양 사진을 찍었다(아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