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인 쇠구슬을 생산하는 창원 케이비알(KBR) 사측이 최근 폐업공고를 한 가운데, 금속노조 경남지부RK 1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R은 위장폐업 철회하고, 공장 정상화에 나서라"고 촉구했으며,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윤성효
노사는 660일 동안 갈등을 겪다가, 지난 2월 말 정상화에 합의했고, 지난 3월 4일 '노사화합 보고대회'를 열기도 했다. 회사측이 노사합의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폐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회사는 이전에는 120여 명의 직원들이 있었고, 관리직 상당수는 밀양 관계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노동자 37명이 남아 '투쟁'하고 있다.
KBR은 밀양과 함안에 관계종속회사를 두고 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을 이런 때 쓰는 것이다. 회사측은 노조 집행부를 바꾸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엄연한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가 왜 가만히 있으냐"며 "사업주는 기업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정신을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금속노조 KBR지회장은 "지난 2월 노사합의 이후 회사는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며 "KBR 관리직 직원을 밀양 공장에 보내고 있다. 이는 분명히 위장 폐업이다"고 말했다.
또 박 지회장은 "37명 조합원은 대부분 자녀를 두고 있는데, 다니던 학원도 끊었고 생활이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며 "우리는 공장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사측은 노사합의 이후 첫 임금을 지급하면서 그동안 노동자의 근속연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금속노조 지회 임원 선거 공고가 진행 중인데 불구하고 현재 임원이 자리에 물러나면 임금을 정상화시키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한 마디로 사측은 노사 합의 이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660일간 고통받아 온 노동자의 상황과 처지를 악용해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며 "사측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대의는 저버리고 노조혐오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끝내 폐업을 공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회사 대표이사는 창원지법에서 배임 등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 판결에서 사측 대표는 계열사 이익을 위해 KBR에 손해를 가하는 배임행위가 인정되었고, 사측 대표는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재표를 허위 작성 사실까지 밝혀졌다"고 했다.
이어 "더구나 사측 대표는 재판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재판 전에 KBR 손해액 15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는 등 자금능력이 충분히 있음을 확인시켰다"며 "그럼에도 KBR에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며 폐업을 공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는 사측의 위장폐업에 맞서 또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노사 합의로 철회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을 다시 전개함은 물론, 위장폐업 철회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오는 11일 낮 12시 KBR 공장에서 결의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