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뒷쪽 무대로 나간 친구들이 교실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율동과 노래 하는 모습
윤경희
나는 1학년을 4년째 맡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다. 처음에는 마냥 예쁜 것 같았는데... 참 손이 많이 간다. 학생들을 학교라는 냉정한 세계에 적응시키기 위해 갖은 묘수를 내어 본다. 하지만 늘 부족함을 느낀다.
우리 반에는 어린이집에 다닐 적 언어치료를 받은 철이(가명)가 있다. 또래들보다 어리고 주변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 수업 도중에 가끔 떼를 쓰거나 돌아다니는 친구다. 글자는 제법 알지만 공부를 시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개별 지도를 하거나 제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쉽게 학습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친구들은 대개 옆에 있는 짝이 수고를 많이 해주게 된다. 내가 항상 철이 짝지에게 공책을 좀 보여달라, 교과서를 찾아봐 주라, 연필을 빌려달라 등의 부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감사의 말도 대신 전한다, 고마우니까.
"철이에게 공책 빌려줘서 고마워!""철이에게 알려줘서 고마워!" 사실 좀 귀찮을 법도 하지만 이런 경우, 개인의 특성이나 성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겪은 학생들 중에는 철이보다 '아주 조금' 학습적으로 앞선 친구들이 더 적극적이다. 자신의 작은 선의와 지식이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그들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학습적으로 많이 앞선 친구들은 철이 같은 친구를 처음에는 잘 도와주지만, 답답하다고 느끼는지 열의가 차츰 식어감을 느끼곤 한다.
이렇게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는 철이는 방과 후 시간에는 우리 교실 바로 앞 돌봄 교실에 간다.
얼마 전이었다. 애들이 모두 돌아가고 교실 청소를 마치고 잠시 여유가 생겨 숙제를 하라고 철이를 불렀다. 교실로 들어오는 철이는 돌봄 교실 장난감 블록 중에 한 개를 손에 들고 왔다. 흰 곰 모양의 블록!!
"철이가 좋아하는 거야?""응."
분위기가 편한지 반말로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곰돌이가 희고 참 귀엽네! 이제 철이 숙제해야지"라며 자리에 앉도록 했다. 철이가 가져온 곰돌이는 옆 책상에 올려 두었다. 철이는 좀처럼 시작을 못한 채 공책을 찾고, 가방을 뒤적이며 연필을 찾고, 책상 속을 들여다보고 그런다.
"곰돌아, 철이가 이제 숙제하려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