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한우세트 받는 국민 거의 없어
언론은 왜 오피니언 리더 생각만 하나?"

[팟짱-인터뷰] '국회 정무위 간사' 더민주 김기식 의원이 해설하는 '김영란법'

등록 2016.05.12 18:13수정 2016.05.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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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

아래는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오마이뉴스

<색깔 있는 인터뷰>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 '한우 농가 김영란법 앞에서 울다', '김영란법이 부패 해소에 만능이냐', '김영란법에 직격탄 맞은 외식업계 연 매출 4조 원이 줄어든다' 오늘 아침, 쏟아진 언론 보도 제목입니다. '우리 사회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김영란법. 언론들이 그토록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라'고 주장하면서 국회를 압박했던 김영란법. 막상 시행을 앞두자 보수 언론에서부터 법안 흔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연, 이 법의 취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대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고 계신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와 계십니다. 19대 국회 정무위 저승사자?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아쉽게도 20대 국회에서는 그 역할을 보기 어렵게 됐어요. 많은 분이 아쉬워하지만, 피감기관에서는 너무 좋아했다는 후문이... (웃음) 4년 동안 입법 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그렇게 (입법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분이 아무도 없으시다면서요?
"네. 제가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19대 국회 들어와서 느낀 것이 '세상에, 이런 조직이 다 있나', 하다못해 대학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각 회사가 업무 인수가 되는데... 18대 국회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수인계해주는 건 없고, 초선 의원인데도 도대체 의정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 주는 사람이 없어서 시스템이 문제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19대 국회 4년 비정규 계약직을 마치면서 '뭘 해야 할까' 했을 때 제가 겪었던 것을 정리해서 적어도 지난 4년 동안 정무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졌고, 앞으로 20대 국회에 이어서 쟁점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기록으로 남겨서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보고서를 만들었고요.

또 하나는 정부에서 자료 제출하라고 한 것들, 자료 제출받은 것들 등 의정 활동 전반을 DB화해서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4년 동안 습득한 자료는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공적 기록물이라서 대통령만 기록물을 보관할 것이 아니라 모든 공직자는 퇴임할 때 기록물을 공적 자산으로 돌리고, 후임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요. 이거는 제 개인이 (기록)할 것이 아니라 국회나 당이 시스템적으로 하는 것이 국회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대 국회 정무위를 하려는 분들은 이른바 '김기식 보고서' 하나만 있으면... 일종의 족보 같겠네요. 그거 하나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국회나 정당이나 새로운 이슈에 민감합니다. 한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다 보니 거기에 치중하게 되는데요. 더 중요한 건 지속해서 문제 제기되는 겁니다. 계속 제기되는 건 그만큼 구조적으로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아니겠습니까? 지속해서 제기되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고, 새로운 것만 찾으려 하지 말고, 기존 국회에서 어떤 이슈가 다뤄졌는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 초선 의원에게 좋고요.

상임위 배정을 받으면 소관 부처 업무가 처음에 잘 파악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럴 때 효과적인 것이 과거 국회에서 어떤 이슈가 다뤄졌는지를 파악하게 되면 소관 부처 업무도 빨리 알게 됩니다. 초기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인 거죠. '초선 의원에게 어떻게 하면 의정 활동을 잘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제가 드릴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시스템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요. 워싱턴 백악관은 '메모지 한 장도 잘 버리지 않는다'잖아요.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때는 대통령 기록관을 통해 기록이 빼곡히 있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19대 국회, 남은 기간이라도 모아둔 자료를 DB로 구축해놓고 떠나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의원회관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각 의원실에서 낙선한 의원의 경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료를 폐기하고 있습니다. 그 자료들에는 굉장히 중요한 국정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 정보도 담겨 있습니다. '공적 기록물이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지침이 없다 보니... 쓰레기장에 버려지는 것들을 챙기면 기자들도 기삿거리가 많이 나올 거고. 저는 '국정원이 뭘 하고 있나' 싶습니다. 중요한 국가 정보도 유출될 수도 있어서 이런 점에서 보면 '공적 기록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얼마나 시스템이 잘 정비돼있지 않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공적 기록물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적 기록물로 남겨 줘야 한다는 의식도,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4년 의정활동 자료를 DB화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국회가 아예 자료 제출과 자료를 받고, 질의서 이런 것들을 하나의 전산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면 어떨까. 일할 때마다 자동으로 모든 자료가 국회 서버에 저장되게 만들어 버리면 공적 기록물들이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남게 되고, 후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죠. 민감한 정보가 있으면 보안 등급을 설정한다든지, 기록물 공개에서 공개 시점을 지정하는 등 (보완할) 방식이 있는데 이런 게 전혀 안 되는 거죠. 국회뿐 아니라 행정부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건 국가적 행정 시스템 개혁 차원에서도 기록물 처리 문제를 한번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록물 안전이 완전히 뻥 뚫려 있네요. 다른 걸 떠나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자료들이 무단으로 엄청난 양이 버려지고 있으면 심각한 문제인데요. 외국에서 보면 '참, 저 나라 한심하다'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자료 요청을 하거나 받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게요. 지금은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이 개인 메일을 통해 정부 자료를 요청하고 받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인 힐러리의 가장 큰 스캔들이 국무부장관 시절 공식 메일이 아니라 개인 메일을 사용한 것이거든요. 미국은 공적인 업무는 등록돼있는 공식 계정을 통해서만 하도록 돼 있어요. 그걸 통해서 자동으로 모든 기록을 남기게 돼 있는 거죠. 그걸 위반하고, 공적인 내용을 사적인 메일로 주고받는 건 불법입니다.

소위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이 발생한 건데, 우리는 모두 개인 메일로 자료를 제출하고, 받습니다. 개인 이메일 서버에 저장되는 형태거든요. 저희가 (보고서 발간을 위한) 작업을 할 때도 각 보좌관, 비서관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한 것들을 다 모아 재분류해서 작업했어요. 얼마나 시스템이 엉터리인지... 애당초 공적인 모든 업무는 등록된 공식 메일과 전산 시스템 하에서만 이뤄지도록 하면 나중에 가서 이런 수고를 안 해도 되고, 공적 기록물이 부실하게 유출되는 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안으로 들어가 볼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언론 지면에 '김영란법의 폐단'을 무지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토가 어마어마하고, 박 대통령이 이전에 언론사 오찬 간담회에서도 '내수 경기 위축시켜서 이대로 안 된다'는 주장을 해서 논란이 됐는데요. 우선, 도대체 김영란법이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는지를 말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박 대통령이 '김영란법 개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너무 황당했는데요. 2014년에 무려 7번이나 '국회가 제 할 일 안 한다고, 김영란법 원안대로 통과하라'고 하셔 놓고, 이제 와서 자가당착적인 발언을 하시는 건 부적절하다고 보고요. 김영란법은 전 세계 유례가 없는 포괄적이고, 강력한 입법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법이 처음 제출될 당시, 다른 언론이나 의원은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할 때 저는 '이런 포괄적인 입법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처음 했습니다. 그러나, 취지상으로 보면요. 우리나라는 강한 연고, 소위 인적 네트워크라는 것이 공적 업무에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거든요. 음성적으로 청탁을 통해서 인사부터 인·허가, 각종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너무 빈번해서 학연, 지연을 통한 부정한 청탁 문화를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문제가 있고요.

또 하나는 촌지 문화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관성적으로 이뤄지는 접대성 로비라던가. 소위 관행적으로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촌지, 법조계에서 이뤄지는 떡값 이런 것들을 처벌해야 하는데 우리 법률 체계는 대가성 없는 뇌물이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거 법조 비리가 나왔을 때 현직 판검사들이 떡값이란 이름으로 돈을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아서 국민이 분노하셨던 적이 있죠. 벤츠 검사 이야기도 있지 않았습니까. 무언가 법률적으로 허점이 있다는 것이 지적돼왔거든요. 촌지라던가, 떡값이라던가, 전별금. '대가성 문제와 상관없이 공직자가 부적절하게 금품을 받는 것은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여론을 수렴한 측면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연, 학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은밀한 청탁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법이 제안되고,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에 무려 7번이나 원안대로 통과시키라'고 했었는데, 언론사 오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보면 그분은 본인 발언을 기억하고 있나 싶네요. 문제는 모든 언론이 앞다퉈서... 그건 기억하거든요. '김영란법, 원안대로 왜 통과 안 시키냐' 이런 보도도 계속 나왔어요. 통과된 다음에는 '내수 경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통과시키면 업계가 다 죽는다', '이대로라면 행사 하지 말라는 소리다' 온갖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착종돼 있어서 하나하나 구분해서 설명해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영란법이) 내수 경기 위축, 침체에 큰 원인이 된다고 보십니까?
"그 얘기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뇌물공화국이고 부패공화국인지를 보여주는 건데요. 물론, 일시적 충격이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2014년에 그렇게 김영란법 원안 통과를 요구할 때는 경제 문제 고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말씀하신 건가' 묻지 않을 수 없고요. '제가 2014년에 국회에서 그렇게 원안 통과하라고 했을 때는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그런 말을 했습니다'라고 사과부터 하셔야죠. 국민적 지지를 받을 때는 국회를 패면서 '빨리 통과시키라' 해놓고 이제 와서 아무런 사과 없이 그런 말씀 하시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농축산업 쪽에 계신 분들에는 일시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그런 현실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요.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한우 갈비 세트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될까요?"

-오늘 아침 조선일보 제목이 그거에요.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인데. 한우 갈비세트가 25만 원이라는 거에요. 김영란법에 적용하면 5만 원이어서 '전체 박스의 6분의 1밖에 못 간다'는 거에요. '굴비도 2마리밖에 못 간다'. 규정에 따르면... '선물로 너무 약하다. 두 마리를 주고, 6분의 1, 한 근이 안 되는 분량만 갈 수 있다'. 수치로 비교하면서 문제 삼는 거거든요. 저는 생각해봤어요. '누가, 어떤 사람들이 한우 갈비 세트를 선물 받는 거야'.
"친한 사인들, 개인들 간에는 선물할 수도 있죠. 이 법은 공직자에 대해서, 직무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적용하는 거고요. 100만 원 이상은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습니다. 100만 원 이상은 아무 관련없이 어떻게 주겠어요? 100만 원 이상은 무조건 대가성이 있다고 간주하는 개념이고요. 100만 원 이하는 직무 관련성을 따져서 있는 (관련성이)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법체계가 돼 있습니다. 미국은 공직자가 25만 원짜리 한우 세트를 애당초 받을 수가 없죠. 미국 자체의 윤리 코드가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돼 있어서 그 점에서는 식사나 선물이 제한돼있고, 그 이상 선물을 받으면 기관에 신고하고, 예치하게 돼 있습니다. 개인이 못 가지게 돼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20만 원 이상의 한우나 전복 세트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대한민국 국민 중 몇 명이냐. 국민이 (김영란법 개정을) 찬성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런 거죠. 농축산물을 다 빼야 한다고 되면 전통시장 제품도 빼자고 그럴 거고, 중소기업도 빼자고 하면 법 자체가 무력화되는 거죠. 다만,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으로 돼 있는 부분은 입법이 예고된 상황에서, 여론 수렴 과정에서 일부 상향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법이 잘못됐다'던지, '농축산물을 빼야 한다'는 건 법 제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차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프로그램 고정 출연하셨던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 경우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인간관계를 얼어붙게 할 것'이다. 매일경제 톱 제목이 '3만 원법', '인간관계를 얼어붙게 할 법이다' 이랬는데요. '접대성은 아니지만, 식사 자리가 있거나 브리핑하고 나서 기자들이 밥 먹을 땐 어쩔 거냐'는 논란도 있는데요. 그런 것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시는 거죠.
"이상민 의원에 대해서는 같은 당이지만, 유감스럽습니다. 이 법 제정하기 전에 (이상민 의원께서) 법사위 계시면서 '김영란법 원안 통과 안 한다'고, 정무위를 엄청나게 비판하셨거든요. 본인이 김영란법을 발의하셨습니다. 본인이 발의한 법안이 김영란법 원안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발의하셨어요. 지금 (이상민 의원의) 말씀은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본인이 부정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정치인의 자기책임 원칙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두 번째로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 문화에서 보면 (김영란법은) 충격적입니다. 예를 들면, 외국은 식사를 같이하더라도 각자 계산하는 문화고요. 우리 문화는 '나이가 많거나 상급자가 밥값을 내야지'. 상급자나 나이 많은 사람이 밥 먹고 나서 '각자 내자'라고 하면 돌아서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저런 사람 밑에서 어떻게 일하냐'는 고질적 문화가 있죠. 사람을 만날 때도 '차를 마시자'와 '밥을 먹자'고 하는 걸 친근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사가 아니라 '차를 마시자'고 하면 거리감을 느끼는 문화가 있죠. 식사하면 실제로 음식이 버려지는 상황에서도 거하게 차려야 대접하는 것 같은 문화가 있어서 김영란법과 같은 법률이 문화적 충격을 주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법이 너무나 일거에 제도를 도입하는 거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방향성과 관련해서 보면 현실에서 다소 충격이 있다 해도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 법을 무리하게 포괄적 입법으로 묶다 보니까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과 공무원 안에서도 고위 공직자나 하위 공직자,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은 받지 않지만, 공직자로 분류되는 공공기관이나 기타 공공기관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대상으로 두고, 법 적용을 동일하게 하는 부분이 있고요.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이해충돌방지라는 것이 각각 성격이 다른 부분인데 하나의 입법으로 묶어 놓다 보니 무리한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정 법률안을 통과시킬 때 이해충돌방지법 부분은 도저히 조정할 수 없어서 입법에서 빠져 있는 상태거든요. 저는 만약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시행 전 개정은 반대합니다. 제정 법률안은 시행해가면서 문제점이 현실적으로 제기됐을 때 보완하는 형태로 가야 하는데, 시행도 전에 개정하자는 건 기득권을 연장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이 법을 몇 년 뒤 개정한다고 하면 '농축산물을 뺄 거냐', '언론을 뺄 거냐' 차원이 아니고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서, 법의 영역에 따라서 세분화시켜서 하나의 포괄 입법으로 묶인 것을 몇 개의 개별 입법으로 바꾸는 식으로 법 개정 논의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화적 충격이 크니까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나 대상을 특정화해서 하고, 순차적으로 대상 범위를 늘려 가는 건 어떠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점도 저희가 검토를 했는데요. 대통령부터 여야 지도부가 원안 통과 압력 때문에 사실 정무위는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을 최대한 드러내는 형태로 입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위 공직자만 대상으로 하자고 하는데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가 이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겠지만, 생활적 부정·비리가 많은 부분은 인허가 부서, 민원 부서에 많습니다. 거기는 하위 공직자이지만, 실제로 부정·비리의 소지나 부정청탁의 소지가 더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위 공직자만 대상으로 하고, 하위 공직자는 빼자'는 것도 옳지 않고요. 국민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에 절대적 지지를 하는 건 '촌지 문화를 어떻게 할 거냐', '사학비리는 어떻게 처리할 거냐' 문제거든요. 원래 이 법은 국공립 교직원은 포함돼 있는데, 사립학교 교직원이 빠져 있었습니다. 국민 상식으로 '교육계 비리가 발생하면 사학에서 발생하지, 어떻게 공립에서 발생합니까'. 훨씬 더 사학에서 많이 발생하죠. 사학이라는 게 온전히 사학 재단의 비용으로 운영되는 건 아니죠. 사학의 재정 90%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사학을 빼면 말도 안 된다'가 국민 상식이거든요. 고위공직자로 한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언론도 사실은 제가 제기한 건 아니지만, 많은 의원이 포함해야 한다고 했던 것 중 하나가... 저한테 이러시더라고요. '김 의원이 지역구를 안 해봐서 그러는데 지방자치 공무원한테 물어봐. 김영란법 설명해주고, 이 법을 누구에게 적용했으면 좋겠냐고 하면 열이면 열, 지역의 사이비언론사라고 할 거다'. 속된 말로 돈 뜯어서 살면서 언론사 운영하고, 건설사가 언론사 하나 끼고 있으면서 건설사 수주를 위해 언론사를 압력 수단으로 사용하는 소위 언론계의 추악한 이면을 이야기하면서 반드시 (언론을) 넣어야 한다고 하셔서. '저도 그 말씀이 일리가 있다'고 동의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서 부적절한 금품수수나 부정청탁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라던가. 영역별로 나타나는 양상은 다르지만, 만연해 있는 건 사실이죠. 그래서 그것만큼은 이번에 한번 '우리가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점에서는 김영란법이 입법적 형식에 무리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인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지역 언론사만 문제가 아니라 국회나 중앙 언론에 와 있는 지역 언론사 경우에도 추석 이럴 때 되면 당연히 '떡값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들도 있다. 제가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물었는데 '매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해서 놀랐는데, 그런 건 뿌리 뽑아야 할 문제 같습니다.
"삼성전자에 매일 출근하는 기자만 3백 명입니다. 아마 전 세계에 이런 예는 없을 겁니다."

-기업체에 그렇게 취재할 것이 많습니까?
"3백 명의 기자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 그걸 또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이거는 김영란법의 문제뿐 아니라 이런 관행과 시스템 문화도 한번 짚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김영란법이 첫발을 내딛는 것이고, 이 법에 저항하는, 관성에 빠진 집단이 있을 거고, 거기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20대 국회가 되자마자 이것부터 고치라는 요구가 있는 건데요.
"제 예상에는 이 법을 고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법에 대한 반응 차이를 느낍니다. 교수, 언론인, 공무원 등 우리 사회에 있어서 오피니언 리더 계층이나 상류층에 해당하는 분들은 민감하고, 부정적이지만, 다수의 일반적 서민들. 제 친구 사이에서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은 전폭적으로 (김영란법을) 지지하거든요. 25만 원짜리 한우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평생 (그런 선물을) 받은 적도 없고, 받을 수 없는 90% 넘는 국민이 이 법에 대한 감성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언론에는 25만 원짜리 한우 갈비 세트를 받아본 사람의 여론이 강하게 반영되지만, 그걸 구경도 못 해본 다수의 국민은 왜 이 법을 고쳐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죠. 정치권은 표로 먹고사는 집단이고, 표는 삼성전자 사장이나 신입사원 다 똑같은 한 표이기 때문에 표가 많은 쪽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뭐라고 이야기를 해도 20대 국회 새누리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이 법을 먼저 고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정당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내수 경기가 문제'라 주장하는 것은 한우 갈비 세트 한 번쯤 받아본 계층. 교수, 언론인, 공무원 이들의 입장만 반영하는 주장을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종의 면피성 발언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강하게 원안 통과를 주문해놓고, 언론이나 경제계에서 보이는 것처럼 거센 반발과 부작용 지적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원안 통과하라고 강하게 국회를 압박한 대통령 뭘 한 거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경제를 빌미 삼아 면피성 발언을 했다고 보이고요. 사실은 이 법에 대해서 농축산물을 제기합니다만, 우리나라 국민이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어서 농어민 얘기만 나오면 마음 한쪽에 합리적인 것 이전에 감성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어려움을 주로 부각해서 사실상 이 법을 무력화하거나 근본적으로 변경시키려는 시도 아닌가 싶고요. 저는 '이 법이 잘된 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건 맞습니다. 이 법이 처음 제출됐을 때 거의 유일하게 이 법 제정에 반대했고, 이런 형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고위 공직자대로, 하위 공직자대로,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기타 공공기관을 대상별로 구분하고.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이해충돌방지를 달리 입법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대상자 특성별로 처벌 유형과 수위도 다르게 할 수 있는 거죠. 고위 공직자는 더 강하게 처벌받아야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처벌의 수위도 달리할 수 있겠죠. 정무위 법안 심사 속기록을 보시면 제가 그런 지점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해왔습니다. 거꾸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나서서 '제가 지적한 건 모르겠고, 무조건 원안 통과하라'고... 저도 언론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게 2014년 내내 모든 언론이 사설을 통해, 기사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뭔가 구린 게 있으니 김영란법을 통과 안 시킨다'고 비판한 분들이 이제 와서 '김영란법으로 경제가 망하게 됐다'고 사설로, 기사로 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면 조선일보 논조가 '한우 농가들이 제일 먼저 나서서 수입 쇠고기를 권장하는 법이라 국회 앞에서 집회한다'는 거에요. '경조사에 화환이 많이 가는데 전국 꽃집 30~40%가 망하게 될 것'이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영란법 통과시키라'고 했던 언론이 지금은 바뀌어서 '20대 국회 개원하자마자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이거든요.
"장례식에 갔던 국민 입장에서 보십시오. 특정 상가에 가면 조화가 수십 개, 백 개 옵니다. 놓을 곳이 없어서 리본만 잘라서 벽에 걸고, 몇십만 원짜리 조화가 그대로 갑니다. 하나당 20만 원이면 30개만 해도 600만 원이고, 50개만 되면 1000만 원 돈 아닙니까. 3일 장례 기간이 끝나면 꽃이 폐기되거나 도로 (꽃집에서) 가져가서 다시 팔지요. '이런 문화가 정상적인 문화냐'.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이야기했는데, 정상적인 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계시죠. 진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문화죠. 이게 옳은 문화냐는 거죠. 영화를 보면 장례식이라는 게 대개 가족과 정말 가까운 지인이 모여서 고인을 추모하고, 가족 행사 형태로 치르죠. 소박하게 묘지 가서 (장례식을)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게 아니죠. 장례 문화 자체가 그 사람의 네트워크를 과시하고, 거기 가서 기록을 남기죠. 방명록에 이름 남기기 위해서 상가를 가고... '결혼식장을 가는 문화가 옳은 거냐', '어떤 사람은 결혼식이나 상을 한번 치르면, 조의금이나 축의금이 억대를 넘어가는데 이런 상황이 정상적이냐' 라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짚어 봐야죠.

저도 국회의원이 된 뒤로 사회적 지위에 있는 분들 상가에 자주 가게 됐는데요.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눈에 밟히는 게 수도 없이 늘어서 있는 조화들, 조화는 돌려보내고 리본만 잘라서 벽에 걸어둔 것들. 그게 300개면 6,000만 원 아닙니까?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비정상적이고, 이제는 우리가 선진 사회로 나가기 위해 짚어봐야 할 대목에 대해 돌아보고, 사회적으로 토론하고, 이제는 바꾸자는 문화로 만들어 나가는 계기로 김영란법을 시행하면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번 상가에 다녀오신 분들은 '저 집은 유명한가 봐', '저분은 왜 이렇게 쓸쓸하냐' 겪어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혼인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의 결혼식에 줄을 서서 늘어섰다'는 것도 보도되지 않습니까? '이제는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해 그걸 바꿀 때가 됐다'는 취지에 공감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2014년도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범국민정치개혁 협의회를 하면서 선거법을 개정해 국회의원들의 소위 경조사비를 못 내게 하고, 주례도 못 하게 했습니다. 정치자금법도 개정해서 금액 제안도 하고, 투명하게 하는... 그걸 하고 나니까 모 중진 의원 몇 분이 '너무 고맙다'는 거에요. 지역구 국회의원, 중진쯤 되면 봄·가을에 하루 5번, 7번 주례서야 하고. 하루 몇 번씩 상가를 가야 하고요. 어떤 중진 의원은 '한 달에 결혼식, 장례식장 가서 축의금, 조의금만 수천만 원일 때도 있었다', '그 돈을 만들려고 부정한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사석에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치인도 그래서는 안 되지만, 유권자와 국민도 동네 국회의원을 평가할 때 '우리 자식 결혼식에 왔는지', '왔으면 표를 주고, 안 오면 표를 안 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죠. 전 세계 선진국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 유권자들 상가나 결혼식장 쫓아다니느라 주말을 다 쓰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역으로 정치인들이 자녀 결혼식을 막 알리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문화 자체를 바꿀 때가 됐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거기에 있다는 거죠. 경기가 워낙 어려우니까. 자영업자들이 어려우니 그걸 부추기고, 크게 확대 보도하면서 법 취지가 왜곡되도록 하는 (언론의) 태도는 교정돼야 한다.
"사실 권익위가 국회 차원 공청회나 권익위 차원 공청회에서도 '허용되는 식사, 경조사비 금액 기준을 어떻게 할 거냐'를 두고 대체로 많이 나온 건 '이 제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금액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는 게 좋겠다'였습니다. 선물은 7만 원이나 10만 원 정도, 식사는 5만 원까지. 점심과 저녁이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점심은 3만 원 하더라도, 저녁은 5만 원 정도 하는 게 어떻겠냐'고 국회 공청회 과정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 의견은 '검토할 수 있겠다'는 입장을 가졌고, 권익위가 고려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권익위가 식사, 경조사비 등 굉장히 엄격하게, 기존의 공직자윤리강령상 기준을 그대로 가져 왔는데 이건 면피성이기도 하고, 동시에 오히려 이렇게 엄격하게 해서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 일으키고 싶었던...', '대통령이 법 개정하고 싶어 했던 생각'을 반영한 게 아닌가.

'상향 조정했으면 연착륙에 도움이 됐을 텐데 아예 확 반발하게 만들어서 법 개정 여론을 만들려고 일부러 저랬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과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보여지고요. 외부 강사료는 상당히 높게 잡았습니다. 사립학교 교원 등에 대해서 시간당 백 만 원까지 허용했거든요. 두 시간 하면 2백만 원인데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 법은 100만 원 이상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나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2백만 원까지 허용해준다는 건 이 법의 취지나 규정하고는 일치하지 않는... 권익위가 그쪽에서는 느슨하게 한 것 아닌가."

-조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금품수수, 부정청탁, 이해충돌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하나로 종합해서 단일하게 만들기는 어려우니 (법을) 세분화할 필요가 반드시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해충돌방지법 경우 그런 사안이 많지 않습니까? 이것도 반드시 다루는 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더라고요.
"(이해충돌방지법은) 당연히 입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확신하지 못하지만, 김영란법을 제안하셨던 이성복 위원장님이나... 본인들이 재직했던 법조 영역과 다른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해충돌방지와 관련된 제척·회피 제도를 보면요. 만약 본인이 형사1부장일 때 자기 가족과 관련된 사건이 들어오면 '형사2부로 (사건을) 넘겨라'고 회피하면 되고, 법원장이 체척해버리면 되거든요. 사실, 형사1부나 형사2부나 누가 수사를 하든, 재판하든 별 차이가 없죠.

그런데,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의 형님이 은행장이라고 하면 그 업무를 자본시장국보고 하라고 할 수는 없죠. 이게 법조 영역에서 제척·회피 제도가 행정 영역과는 다릅니다. 법조 영역은 특정 사건을 제척하거나 회피하면 되지만, 행정은 아니죠. 예를 들어, KBS 경제부 부장이 있어요. 이 사람의 형제나 아버지가 기업체 임원입니다. 언론사가 기업과 관련해 비판적 보도를 내기도 하지만, 홍보성 기사도 나가게 돼 있어요. 좋은 의미에서 기업이 실적을 올리거나 제품 개발을 하면 홍보성 기사가 나가지 않습니까? 다 제척 대상이 되죠. 주변에 기업체 있는 분이 있으면 경제부를 하지 않거나, 동생이 경제부장을 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합니까?

법조 영역처럼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게 아니고 포괄적 업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직군이 있습니다. 신문사 편집국장, 방송사 보도국장은 대한민국에 관련된 모든 게 직무 관련성이 있는 거죠. 이런 사람에게 '제척·회피하라'면 할 방법이 없습니다. 공무원과 비공무원, 각자 영역에 따라 제척·회피 형태가 다르게 이뤄져야 하는 거죠. 이 사람들을 다 묶을 방법은 제가 낸 법률안밖에 없습니다. 공직자가 자기 직무와 관련된 사람이 가족 중에 있다면 해당 기관의 무슨 직책으로 있다는 걸 해당 기관장에 신고하고, 공개하게 되면 이 사람이 자기 가족을 봐주기 위해 특혜를 주는지를 제삼자가 감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공직자가 이해관계자를 만났을 때 언제,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신고하게 해서 투명화하면 되죠.

부정청탁과 이해충돌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인 거에요. 이게 사실은 권익위가 김영란법 등 부패방지 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모태로 삼았던 미국이 이런 시스템으로 돼 있습니다. 김영란 대법관이 입법적 과욕을 부리신 점이 있다고 봅니다. 빠져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조속히 입법할 필요가 있고,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한 형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무총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통령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렇게 되면 경제 활동을 하면 안 되는 거죠."

-아주 심대한 토론이 필요하고, 전문 영역별로 특수직인 경우에도 구분해서 법령을 만들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남아있다. 뭉뚱그려서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20대 국회에서 이 법의 취지를 잘 살려서 새롭게 조정할 필요가 있겠다. 재정 입법 이후로 시행해보고, 문제가 지적되는 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주신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기자분들이 오해하는 점이 있어서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이 법이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두 가지로 이뤄져 있는데 권익위에서 부정청탁과 관련해서 언론을 포함하자는 안을 가져 왔어요. 기사 작성이나 논설, 사설, 칼럼에 관해서도 청탁을 받거나 하는 것도 금지하자고 그래서 제가 '아니, 기자는 당연히 취재원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반영해야 하는데 그걸 부정청탁 관련해서 규율하기 시작하면 언론의 취재 활동 자체가 제약돼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고 해서 부정청탁 관련해서 언론 영역은 빠져 있다는 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게 금품수수인데, 금품수수는 백만 원 이상은 직무와 관련 없이는 처벌받습니다. 사실, 언론이 백만 원 이하로 금품수수나 접대를 받을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백만 원 이하는 직무와 관련돼서 부정하게 받는 금품수수가 문제가 되는 거지. 직무와 관련이 없는 부분은 전혀 무관한 것이어서 언론사뿐 아니라 다른 공직자도 마찬가지죠. 이 법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해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제가 된 건 있었어요. 국토교통부나 부처에 오랫동안 출입했던 기자들이 항공사로부터 좌석 업그레이드 같은 걸 받는다던가. 이런 건 곤란하다.
"촌지나 과도한 접대는 앞으로 많이 근절될 것이고. 골프장은 앞으로 상당한 타격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골프장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듣습니다. 지금 골프가 많이 대중화되긴 했지만, 자기 돈 내고 골프 하지 못하면 치지 말아야죠. 왜, 접대 골프를 위해서 법을 고쳐야 하느냐. 비정상적인 것 아닙니까? 자기 돈 아닌 돈으로 골프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죠.

그런 이유로 법 개정하라는 것에 대해서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골프장 업계도 어려워서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골프장도 이용료를 저렴하게 하는 퍼블릭 골프장. 미국 같은 곳에 가면 10달러, 20달러. 1만 원, 2만 원 비싸야 5만 원이면 칠 수 있는... 회원제를 운영해서 고급화시키는 골프장 업계도 분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때 대한민국도 국제투명성기구로 인정받을 정도로 투명성이 강화되는 수준으로 민주정부 때 올라가다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투명성 지수가 하락하고 있는 데요. 어쩌면 김영란법의 도입과 시행으로 투명성이 올라가는... 해외에서 깨끗한 나라로 인정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낙천한 김기식은 기록을 남겼다'고 하는데 4년 동안 입법 활동하시고, DB로 남기신 건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고요. 4년을 정리하고, 회고하면서 좋았던 것과 아쉬웠던 점이 있을 것 같아요.
"4년 비정규 계약직을 마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다짐을 몇 가지 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돈을 받는 사람이니 밥값은 해야 하고, 정규직이 되고자 하는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은 헌법상 기관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이거든요. 정치인이 재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너무 당연하죠. 공직자로서 의정 활동이라는, 세금 주는 국민이 요구하는 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인, 정규직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우선하게 되면 공직자로서 해야 할 도리가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최소한 '김기식 4년은 세금이 아깝지 않게 밥값은 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은 게... 계약직을 마치면서 가장 뿌듯한 것은 제게 비판했던 분들도 '밥값 했다', '성실했다', '세금은 아깝지 않다'는 말을 해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입법적으로 많은 성과를 남겼습니다. 특히, 보람을 느끼는 건 대부업법에 이자율을 39.9%에서 27.9%로 12%나 제가 있는 4년 동안 낮춰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무려 1조 원이나 줄였습니다. 우리 감정 노동자들. 콜센터나 은행이나 감정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일 뿐 아니라 여성인... 이런 분들에 대한 폭언, 성희롱 발언,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폭행이 이뤄지는데 손님은 왕이라면서 회사에서도 참으라 하고, 고객은 진상질하는데 아무 방어 수단을 갖지 못했을 때 그들을 보호하는 입법을 4년 내내 하다가 입법을 했습니다. 우리 금융권 관련 종사자에 대한 감정 노동자 보호법을 만든 것이 제일 큰 보람이고요.

다만, 예산 심사를 제대로 못 한 것은 개인적 한계가 아니라 국회 가장 큰 문제죠. 예산 심사가 부실 그 자체인 것이 제일 큰 문제라 생각하고요. 실제로 국회 예산심사 확정권이 있지만, 국회가 예산을 감액하거나 증액하는 건 전체 예산의 1%도 안 됩니다. 실제 예산 권한은 행정부가 가지고 있지, 행정부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보좌관이든 정무위원이든 예산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심지어 자료조차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초선 의원들이 스스로 예산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 저도 사실은 보좌진들 놔두고 명세서 이만큼 쌓아 놓고 일일이 보면서 예산 보는 법을 공부했거든요. 그런 노력을 하는 게 피 같은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것에 대해 의원으로 해야 할 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실 지도 많은 분이 궁금해 하시거든요.
"19대 보고서를 마무리하고요. 제가 참여연대 시민운동을 17년 했고, 국회에서 4년 해서 그 과정에서 경험하고, 공부하고, 정리했던... 특히, 한국 경제의 대안, 먹고사는 문제와 연관되는 복지와 노동 관련한 한국 사회 미래 비전,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바로 정책으로 쓸 수 있는 정책 대안 보고서 작업을 꾸준히 해서 발표할 생각이고요. 내년도 정권교체 과정에서 정권교체가 되면 다음 정부의 중요한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하고요. 보고서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지를 함께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임기가 끝나면 보고서 작업을 위해서 그동안 했던 자료도, 생각도 정리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도 해야 하고. 해외나 국내 자료도 조사해야 하는 시간이어서 지금도 많이 바쁩니다. (웃음)"

-4년 간 전문가,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마무리하고, 다시 연구 작업을 통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의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역할을 하시지만, 21대에는 돌아오십니까?
"글쎄요. 비정규직 계약직은 국민이 결정하시니까요. (웃음)"

<끝>
#김기식 #장윤선 #팟짱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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