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가족, 친구피의자의 가족, 친구라는 낙인과 색안경 낀 시선은그들에게 절망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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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컨트롤제트>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아버지는 연쇄살인마로, 자살했다. 주인공은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낙인 찍힌다.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에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노트북을 얻게 되고 그것으로 자신이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기억을 지우고 새 삶을 살게 되는 내용이다.
"그냥 아, 내가 이런 무서운 사람의 딸이구나 나중에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런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고 아예 그렇게 시선을 보고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걸 많이 원망했던것 같아요."
지난해 11월 11일에는 KBS <추석60분>에서 '낙인에 멍든 수용자의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받고 삶이 송두리째 바뀐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소녀는 어떤 곳을 가더라도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때문에 제대로 살 수가 없었다. 부모의 죄를 자식이 물려받고 살아가는 꼴이었다.
피의자 신상공개, 어떻게 봐야 할까?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대부도 토막살인'의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경찰은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점을 신상공개의 이유로 밝혔다. 이후 피의자 신상 공개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강력사건 피의자들의 얼굴이 신문지면이나 방송에 공개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이후로 이러한 관행을 바꿨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되게 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후 인권에 대한 논란이 커지게 되면서 결국 경찰청은 2005년 1월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마련하게 된다. 제 85조 초상권 침해 금지를 보면 '경찰관은 경찰관서 안에서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나와있다.
이후 한동안 경찰들은 피의자들에게 마스크와 모자를 제공하여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막아왔다. 하지만,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흉악한 범죄 행각에 얼굴을 공개해야 다는 여론이 커졌고 이를 공개하게 된다. 이후 2011년 4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하여 흉악범의 경우에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게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피의자 신상 공개의 기준으로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이다.
신상공개의 기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의 가족이나 친구의 신상이 공개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부도 토막살인' 피의자의 신상공개의 경우, 누리꾼들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가족, 친구 그리고 전 애인의 신상까지 공개됐다.
경찰은 피의자의 가족, 지인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모욕적인 글을 게시할 시에는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노출된 피의자의 가족, 친구 등의 2차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법의 목적에 맞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