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댄비프 유성호 사장신가협(신사동가로수길 문화협동조합) 회장을 맡고 있는 유성호 씨는 이미 세 번이나 쫓겨나본 임차상인이다.
임영희
- 직접 겪어 본 임대차 문제가 있는가?"우장창창 바로 맞은편에서 또 다른 가게를 하나 운영하다가 1년 만에 쫓겨났다. 건물이 매매되고 새로운 건물주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임대료를 아주 높게 책정했다. 400만 원 정도 수준이던 임대료를 15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해 달라 했고, 도저히 장사해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은 나오게 되었다. 거기 들어갈 때 권리금 2억 원을 포함하여 인테리어 비용까지 3억 정도를 투자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시 심정이 어땠는가?"사실 그 이전에도 쫓겨난 경험이 있다. 광화문에서 두 곳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뒤쪽에서 하나, 그리고 교보문고 뒤쪽에서 하나. 권리금이 3억에 가까운 그야말로 특A급 상권이었다. 지역이 재개발된다고 쫓겨난 건데 이사비용조로 조금 보상을 받았을 뿐이었다. 권리금이나 당시 내가 당한 피해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 뒤 신사동에 자리를 잡아 장사를 했는데, 또 쫓겨났던 것이다. 그 때 심정은... 그냥 무너졌다. 아무 의욕도 없고, 장사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누구도 싫은 느낌, 세상이 싫은 느낌이었다. 숨고 싶었다.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되고, 정말 굉장히 충격이 컸다. 뭐라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 상인들이 이런 일을 종종 겪게 되는데, 당시 어디 도움을 청했던 적은 없었는가?"철거민들 일을 많이 다루는 변호사를 찾아갔었는데, 법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굉장히 경험이 많은 분이었지만, 결국 승산이 없으니 이사비용 받고 나오는 것이 좋다고 얘기를 했다.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었다."
- 2013년에 우장창창이 겪었던 일을 보았을텐데?"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정말 다 포기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법 앞에서 법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로서 선택하기 정말 어려운 것이다. 건물주들이 항상 내세우는 게 법 아닌가? 법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우장창창이 싸워왔던 과정을 보며 정말 용기있다고 생각했다."
- 맘상모가 결성이 되고, 결국 법도 2번이나 개정이 되었는데."굉장히 기쁘고, 정말 피눈물이 난다. 비슷한 일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정말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그 선두에 우장창창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같은 이웃으로서 정말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또 이런 일을 겪게 되었다. "(한숨) 그러니깐. 정말로... 나도 미칠 것 같다.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랐고 지금도 바란다. 정말 답답한 심정이다. 뭐라 말 할 수 없다. 경험했던 사람들은 진짜 남의 일 같지 않을 것이다."
- 리모델링과 그에 따른 터무니 없는 임대료 인상으로 쫓겨났는데, 지금 그 자리의 임대료가 그 정도 수준인가?"그렇게 혹은 그 이상 내고 있고, 다들 감당이 안 되어서, 그 건물에서 가게들을 많이 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이 안 난다. 사장님과 가족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가게들만 겨우 인건비 정도 벌고 있을 뿐, 예전과 같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우장창창은 퇴거 이유가 특별히 없다고, 그야말로 감정적인 퇴거 요청이라고 주장하는데?"세입자 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법으로 따지자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법 이전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사람보다는 법이 먼저 존재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얼마나 많은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사람은 한 번 살다 간다.
이렇게 한 인간과 한 가정에 큰 상처를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한 가정을 파멸시키는 일이다. 몰살시키는 일이다. 작은 이익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 가족을 파멸시켜도 되는 것인지.. 법 앞에서 무기력할 수 밖에 없지만, 쫓겨나는 사람들은 가정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 신가협(신사동 가로수길 문화 협동조합)이 꾸려지게 된 데 이런 동네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나?"원래 친목모임으로 출발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이쪽 임차인들의 상황을 알게 되고, 우리 주변 일이고 회원의 일이고,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되다 보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최근에 조금씩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와 면담도 했고, 우리들 입장이나 법이 잘못된 점들에 대해서도 건의를 했다. 구청이나 관공서, 임차인과 임대인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네를 바꾸는 싸움이다. 이 과정에서 우장창창 싸움이 대단히 중요하고 상징적 의미가 있는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