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모님들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저도 어른이잖아요."
2016년 5월 16일 제44회 성년의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로 만 19세가 된 '초보성인'들의 공통된 소망은 대부분 위와 같을 것이다.
고려 광종 때(965년) 세자에게 원복(元服·옛날 중국과 한국에서 성년이 된 이에게 어른의 의관을 착용시키던 의식)을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성년의 날이다. 올해 성년을 맞은 이들은 앞으로 선거권을 가지게 되고, 흡연과 음주의 금지라는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난다.
또한, 친권자의 동의 없이도 혼인이 가능하다.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는 온전한 인격체로 거듭나게 되는 것.
한국에서는 1973년부터 성년의 날 기념행사가 시작됐다. 현재와 같이 5월 셋째 주 월요일에 관련 행사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84년부터다. 올해도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등에서 전통 성년례 의식을 비롯한 각종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애초에 성년의 날이 제정된 것은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우고, 성인이 지녀야 할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갓 성년이 된 이들과 오래 전부터 성년으로 살고 있는 기성세대는 이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을까.
실수와 시행착오 이해하려는 성인사회의 배려 필요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에 서있는 고등학생들과 오랜 시간 생활한 포항 세화고 장해청 교장은 "연예인의 화장법과 옷차림을 따라하는 등 모방의 모습도 보이지만, 자기표현 능력을 갖춰가고 있어 그 모방이 머지않아 창조로 진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요즘 청소년들을 평가했다.
이에 덧붙여 "과거에 비해 자의식이 강해진 요즘 학생들은 스스로를 성인과 같은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권위주의 시대 학생들에 비해 개성과 취향이 뚜렷한 2016년의 청소년들. '모방'이라는 미성년의 과정을 거쳐 '창조'하는 성년에 이르려는 그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장 교장과 마찬가지로 교육현장에서 만 19~20세 학생들을 가르쳐온 서울대 방민호 교수는 "외형만이 아닌 내면적 성장이 있어야 완성되는 게 성인"이라며, "청소년기의 실수와 시행착오 과정을 이해하려는 성인사회의 배려가 소년과 소녀를 온전한 한 명의 성인으로 키워낼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제 몫을 다하는 성인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떠올리게 되는 성년의 날. 오늘부터 성년으로 살아갈 이들과 함께 이미 성년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귀 기울여 할 조언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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