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학생들의 합창, 희망을 부르다

'울산시민자유학교 아이들이 전국고교합창대회에 참여한 사연

등록 2016.05.18 13:35수정 2016.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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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울산 중구 반구동에 있는 '울산시민자유학교(교장 김동영)' 2층 중등학습관에서는 30여 명의 청소년들이 지도교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동요' 엿장사'를 합창하고 있었다. 언뜻 들어봐도 화음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아이들의 합창 모습을 지켜보던 이 학교 김동영 교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이렇게 해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일선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들, 대안학교서 '합창'으로 희망

울산광역시교육청 지정 대안교육위탁기관인 울산시민자유학교는 일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위탁 받은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으로 현재 고등학교 20여 개 교에서 76명이, 중학교 10여 개 교에서 11명 등 87명이 위탁 대안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 합창을 한 학생들은 고교 2학년 전원과 3학년, 중학생 일부가 섞여 모두 30명. 이들 울산시민자유학교 합창단은 국립합창단이 지난 16일 발표한 전국고교합창경연대회 예선에서 합격했다.

국립합창단은 오는 7월 2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제11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전국고교합창경연대회를 개최하면서 전국 17개 시도 고교합창단에 대한 동영사 심사를 통해 본선 참가팀을 선정했다. 이 학교 합창단이 당당히 본선에 진출한 것.

일선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대안학교에 와서 조화로운 화음을 맞추며 당당히 전국합창대회 본선에 진출한 모습을 보고 김동영 교장은 감회가 새로왔다. 김동영 교장은 "학교라는 경직된 틀과 엄격한 사회의 눈초리가 이 아이들을 문제아로 낙인 찍었을 뿐 내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아이들이 한마음으로 내는 화음을 들어보면 알지 않겠나"고 되물었다.


현재 울산시민자유학교 합창단은 2개월 남은 본선 대회를 위해 틈틈이 합창연습을 한다. "기왕 출전하는 마당에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아이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김 교장은 귀뜸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처음부터 전국고교합창대회에 참여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대안학교 측이 전국고교합창경연대회 소식을 듣고 아이들에게 참가를 권유하자 일제히 반대 의사를 보였다. 김 교장과 교사들은 "우리도 한번 해보자"며 아이들을 설득했고 교사들의 끈질긴 요청에 결국 아이들은 참가를 결심했다.


비록 아이들이 이번 전국합창대회 참가를 꺼렸지만 이미 지난 수년간 합창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김교장은 "합창은 아이들을 한마음으로 모을 수 있다고 판단해 몇 년 전부터 합창부를 운영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만원나눔기부 사업에 선정되기도

이런 노력의 결실로, 울산시민자유학교 합창단은 이 학교 1층에서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과 함께 신한은행 만원나눔기부 사업에 선정됐다. '동반자 프로젝트 할머니와 아이들 함께 희망 합창'으로 선정돼 최근 5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과거 가정형편 등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해 칠순의 늦깎이에 성인 문해반 교육을 받고 있는 할머니 20명과 대안교육을 받고 있는 청소년 20명 등 40명이 합창단을 구성한 것. 이들은 합창으로 함께 희망의 하모니를 이루고, 이를 사회봉사에 되돌려 주려고 연습중이다.

김동영 교장은 "할머니와 학생들이 함께 합창하면서 희망의 하모니를 만드는 것은 두 개의 목적이 있다"면서 "첫째는, 교육적 소외자인 할머니들이 합창단 활동으로 협력하고 타인을 이해하면서 사회참여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부적응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과 할머니들과의 합창으로 세대를 넘어 감성을 나누고 나눔의 기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중졸 미만의 인구가 5백만 명 이상이며 이들은 기초적인 문자생활이 어려워 생산활동에도 참여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들 학습자들의 사회참여 기회가 필요하다. 따라서 할머니들이 손자뻘 아이들과의 합창으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일선학교에서 적응에 힘들어 했던 아이들이 합창이라는 특성화 교육으로 자신감을 찾고 가슴이 더 넓어지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시민자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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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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